조작기소 특검서 한발 뺀 민주당…반발 목소리 의식했나
입력 2026.09.30 05:00
수정 2026.09.30 05:00
'조작기소 특검법 내달초 강행' 기류 있었지만
논의 끝에 與 "당내 여론 수렴 해 국감 이후에"
"민생 올인" 이유 꺼냈지만 여론 악화에 '신중'
당 결집카드로도 '글쎄'…野 공세 빌미 지적도
이재명 대통령이 4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동 전쟁 대응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시정연설을 마친 후 본청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작기소 특검법의 처리 시기를 국정감사 이후로 미뤘다. 다음 달 초 처리 가능성까지 내비쳤던 조작기소 특검법 강행 기류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번 국정감사를 민생 중심으로 추진하기 위해 정쟁 요소가 될 특검법의 처리를 미루겠단 것이지만, 당내에선 특검법을 향한 국민과 당 일각의 반발 목소리를 의식한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과 조작기소 특검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시기에 대해서는 당내 여론 수렴을 해서 국정감사 이후에 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4월말 이재명 대통령이 연관된 대장동·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12개 사건에 대한 조작기소 여부를 수사하고, 공소 유지 업무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특검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6·3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당내 반발이 커지자 법안 처리를 지선 이후로 미뤄놨다. 그러나 지선 이후 60%에 육박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하자, 당내에선 조작기소 특검 신중론이 더 커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갑자기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조작기소 특검법을 상정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민주당이 진통을 겪던 조작기소 특검법의 처리 적기가 지금이라고 판단했던 이유는 이 대통령이 공소취소 조항을 제외해달라고 직접 요청하면서 법안 처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이전보다 줄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지금 논란이 된 특검 권한사항 중 기존 기소사건들에 대한 이송, 처분에 관한 조항은 삭제하고 진상규명에만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최근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소폭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법안 처리를 추진할 여건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이야기도 당내 분석도 나왔다.
이에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특검법 처리 시기를 논의했지만, 국정감사 이후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표면적인 법안 처리 연기 이유는 이번 국정감사 기간 동안 정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전 원내대변인은 "이번 국정감사의 목표가 민생 올인이어서 이를 절실하게 나타내기 위해(특검법 처리를 미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관련 당정협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지만 당 안팎에선 조작기소 특검법을 미룬 이유가 국민 여론 부담 때문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민주당은 조작기소 특검법 대신 다음 달 1일 본회의에는 산업안전보건법과 도시정비법 두 건을 상정해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도시정비법 모두 국민의힘과 아직 합의되지 않은 '쟁점 법안'으로 분류된다. 이에 국민의힘은 두 법안이 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민생 법안이라 밝혔지만 사실상 쟁점 법안에 가까운 산업안전보건법과 도시정비법은 상정하고, 조작기소 특검법을 미루는 결정을 한 게 여론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합의 안 된 법안을 합의도 하기 전에 올린다는 걸 민생으로 봐야 할지 의문"이라며 "조작기소나 민주유공자법은 국민적 저항이 있을 테니 미뤄 놓은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도 조작기소 특검법의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하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반등했지만, 당을 향한 민심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민주당 한 의원은 "아직 국민 여론이 회복되지 않았는데 (조작기소 특검법을 강행하면) 너무 세게 나가는 것처럼 비칠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1~23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37.9%로 2주 연속 상승했다. 반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한 주 만에 1.5%p 떨어진 38.7%에 그치면서 국민의힘(39.4%)에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게 검찰개혁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유시민(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분열 때문인데 조작기소 특검까지 강행하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특검은 국민의힘과 한동훈(의원)에게 또 공세의 빌미를 만들어줄 뿐이라는 점도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격화된 당내 갈등으로 지지층이 쪼개진 상황에서 조작기소 특검법을 당심 결집을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유시민이 공소취소에 대해서 '미쳤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 만큼, 그쪽은 공소취소에 부정적인데 격하게 싸우는 상황에서 특검을 밀어붙이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섣부르게 갔다간 당내에서 역풍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