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 뉴욕서 젠슨 황 축하…"AI 동맹 최전선에 서 있다"(종합)
입력 2026.09.29 12:00
수정 2026.09.29 12:02
젠슨 황, AI 반도체 기여 인정받아 밴 플리트상 수상
이재용 "젠슨보다 이 상에 더 어울리는 사람 없다"
최태원 "엔비디아는 두뇌 설계, SK는 기억 제조"
황 CEO "AI는 폭주하지 않는다"…통제불능론 반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뉴욕 한 무대에 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밴 플리트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고리로 묶인 세 수장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는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연례 갈라를 열고 황 CEO에게 밴 플리트상을 수여했다. 한미 경제 협력의 핵심 분야인 AI 반도체 산업에서 보여준 선구적 리더십과 기여를 인정했다는 것이 선정 이유다.
밴 플리트상은 한국전쟁 당시 미 8군 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의 이름을 따 제정된 상으로, 한미 간 우호와 협력 증진에 기여한 인물이나 기관에 매년 수여된다.
시상식을 겸한 이날 갈라에는 이 회장과 최 회장이 직접 참석해 축사와 건배사로 수상을 축하했다.
이 회장은 부친인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20년 전인 2006년 같은 상을 받은 사실을 꺼내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젠슨보다 이 상에 더 어울리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밴 플리트상' 수상자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갈라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회장은 황 CEO에 대해 "그는 오늘날 AI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의 중심에 회사를 올려놨고 컴퓨팅이 할 수 있는 일을 재정의했으며, 이제는 전 세계 산업에 동력을 제공하고 훨씬 더 큰 뭔가를 구축하는 것을 돕고 있다"며 "그것이 바로 미국과 한국 사이 진정한 동반자 관계이자 진정한 영향력"이라고 평가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을 짚은 대목에서는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이 회장은 "이 모든 것을 떠나서, 우리 두 사람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며 "우리 두 회사 모두 '올인'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두 사람 모두 '매디슨'이라는 딸을 두고 있다"면서 "세 번째는 우리 모두 '갤럭시 Z 폴드8'을 사랑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건배를 제의한 최 회장은 엔비디아와 SK의 관계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그는 "엔비디아는 두뇌를 설계하고, SK는 기억을 만든다"며 "엔비디아가 번개처럼 빠르게 생각하면 SK는 그 기억이 절대 잊히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70여 년 전 밴 플리트 장군께서는 전장에서 한미 동맹을 구축하셨다"며 "70년이 지난 오늘날엔 젠슨 황이 그 최전선에 서 있고, 이제 그 최전선은 전장이 아닌 데이터센터로 바뀌었다"고 했다. 이어 "이 진격을 이끄는 사람은 군복 대신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는다"고 덧붙였다.
건배사는 "우리의 파트너십이 GPU 수요보다 훨씬 더 빠르게 확장되기를 바란다"로 맺었다. 최 회장은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에 이어 밴 플리트상을 받은 2대 수상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황 CEO는 이날 ABC뉴스 주주 장 앵커와의 대담에서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AI는 폭주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AI에 불필요하게 인간적 속성을 부여하고 있고, 사람들을 겁먹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냥 소프트웨어일 뿐"이라며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고 단지 알고리즘을 실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다만 인간이 원하는 방식으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정렬' 과정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CEO는 AI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통제와 모니터링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필요한 안전·보안 기술을 구축하면 연구자들은 안전과 책임의 기반 위에서 AI의 미래를 탐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입장은 '책임 있는 낙관주의'라고 규정했다.
한국에 대한 평가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한국은 기술을 소비하고 수출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나라"라며 "기술에 대한 사회적 애정이 있는데 이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야망은 인적 자본의 규모보다 크다"면서 "전체 인구로 보면 작은 나라지만 AI와 자동화를 활용하면 체급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작은 인구라는 한계를 넘어 야망을 실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27일(현지시간) 오후 6시부터 28일까지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서 황 CEO의 수상을 축하하는 영상을 송출했다. 영상은 개척자와 설계자, 건설자, 친구 등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의 활동과 업적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과 디지털 트윈 기술을 반도체 제조 역량과 결합해 연구개발(R&D)부터 설계·제조까지 전 과정에 AI를 적용하는 'AI 팩토리' 구축을 추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