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 마친 李대통령…'靑 컨트롤타워·내각 공석' 쇄신 폭 고심
입력 2026.09.28 07:30
수정 2026.09.28 07:30
李, 강훈식 사표 수리 결단…두 실장 원샷 인선
천준호·한준호 측근형 vs 김민기 중량급 하마평
검증라인 개편 불가피…'경기·성남 라인' 책임론
법무·성평등 장관 공석에 중수청장 인선까지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멕시코 순방을 마무리한 이재명 대통령 앞에는 청와대 컨트롤타워와 주요 부처 장관 공석을 메워야 하는 중대한 인적 쇄신 과제가 남겨졌다.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의 동시 공석, 거듭된 장관 후보자 낙마에 따른 인사 검증라인 책임론이 분출하는 가운데, 국정 동력을 재가동할 대대적 쇄신과 측근 그룹 교체에 따른 부담 사이에서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7일 5박 7일간의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강 실장은 순방 출국 당일인 지난 21일 오전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당시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이라고 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자진 사퇴하며 정부 출범 이후 다섯 번째 낙마를 기록한 지 이틀 만이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아직은 제가 어떻게 할지는 결정을 못 하겠는데, 비서실장을 포함해서 많은 분이 체력적으로도 어려운 그 긴 기간 동안 고생들 많이 하셨다"며 즉답을 피했다. 여권에서는 사의 수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정책실장 자리는 김용범 전 실장이 지난 1일 사퇴한 뒤 한 달 가까이 비어 있어, 비서실장까지 동시에 공백이 생기는 점은 부담이다.
우선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후임 인선이 첫 관문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두 자리를 한꺼번에 채우는 '원샷 인선'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을 한 번에 임명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가 끝나는 이번 주 초 발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음 달 국정감사와 추가 내각 인선을 앞두고 청와대 컨트롤타워를 오래 비워두기 어렵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비서실장 후임으로는 측근 인사들이 주로 거론된다. 이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대선 당시 수행실장을 맡았던 한준호 의원이 대표적이다. 박성준 수석대변인과 이해식 의원도 하마평에 오른다. 다만 현역 의원을 기용하면 보궐선거 부담이 생긴다. 여권 내 갈등도 수습해야 하는 만큼 계파색이 옅은 김민기 전 국회 사무총장 등 중량급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정책실장에는 부동산과 대미 통상 현안을 고려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 경제통이 오르내린다.
인사 검증라인 개편도 불가피해 보인다. 강 실장은 인사위원장을 겸해 왔고, 이 대통령도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인사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정무·인사·민정 라인 수석급 참모의 교체 필요성까지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인사 문제는 탄원서처럼 구체적 사건이 적시돼 있으면 심각하게 고려하지만, 평가 수준의 이야기는 중대 결격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풍문과 사실을 가려낼 검증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쇄신의 관건이 된 셈이다.
이른바 '경기·성남 라인' 책임론도 남아 있다. 김현지 제1부속실장, 김용채 인사비서관, 전치영 민정비서관 등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부터 함께한 인사들이 인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야권은 강 실장 사의를 '꼬리 자르기'로 규정하고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압박하고 있으며, 여당 내부에서도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측근 그룹을 대거 교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우선 내각 공백부터 메워야 한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김 전 후보자가 잇따라 물러나면서 지난 개각 때 인선이 단행된 두 부처 장관 자리가 비어 있고, 국토교통·디지털소통비서관도 공석이다. 참모진과 내각을 아우르는 대규모 인사가 이번주부터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또다시 낙마 사례가 나오면 쇄신 효과가 반감되는 만큼 이번 인선에서는 검증 문턱을 높이는 데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2일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의 초대 청장 인선도 걸려 있다. 김지용 후보자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친윤 검사', '검찰주의자'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결정적 결격 사유는 아니라며 지명 유지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검찰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볼 게 아니라 인물 자체의 장단점을 따져봐야 한다"며 "논란이 된 사건들에서도 결정권자가 아니라 보고 라인에 이름이 들어간 수준"이라고 했다.
비서실장 교체 이후 국정 운영 구도 변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직은 결국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며 "후임 실장이 어떤 스타일이냐에 따라 역할 분담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