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도, 지창욱도 ‘애매’… 넷플릭스 시리즈가 빠진 ‘호불호’의 덫 [방송 뷰]
입력 2026.09.23 10:47
수정 2026.09.23 11:42
화려한 라인업 내세웠지만 평가 엇갈려
무리한 ‘서사 늘리기’ 지적도
라인업은 화려하고, 색다른 설정으로 흥미를 유발하지만 재미 면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최근 조선을 배경으로 한 크리처물부터 설화를 바탕으로 한 스릴러, 파격 설정의 사극까지. 다채롭게 장르적 변주를 꾀하고 있지만, 강한 호불호를 야기 중이다.
가장 최근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는 ‘스캔들’로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손예진 분)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지창욱 분)이 벌이는 발칙하고도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한 여인 희연(나나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미 수차례 영상화가 된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가 원작으로, 2003년 이미숙, 배용준, 전도연이 주연인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도 제작된 바 있다. 20년을 지나 다시 소환된 ‘위험한 관계’는 또 어떤 파격적인 전개를 보여줄지 기대가 이어졌었다.
‘스캔들’ 스틸ⓒ넷플릭스
공개 후에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아름다운 한복, 자연과 어우러진 조선의 풍경 등 뛰어난 영상미를 즐기는 재미는 있지만 손예진, 지창욱, 나나는 영화 버전의 이미숙, 배용준, 전도연의 압도적 존재감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이 팽배하다. 2시간 내외의 영화에서 8부작으로 늘어난 러닝타임만큼 서사가 풍성해지지 못해 ‘지루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스캔들’ 직전 작품인 ‘들쥐’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문의 존재 들쥐에게 이름, 얼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소설가 문재(류준열 분)와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려는 사채업자 노자(설경구 분), 그리고 형사 순용(이규형 분)이 들쥐의 정체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작품 역시 캐스팅은 화려하고, 설화 ‘손톱 먹은 들쥐’를 원작으로 색다른 설정이 초반 관심을 유도했지만, 지지부진한 전개로 ‘늘어진다’는 평을 받았다.
남주혁, 노윤서, 조승우 등이 활약한 ‘동궁’ 역시 오컬트 사극 장르로 기대를 모은 것에 비해, 시청자들의 반응은 다소 미지근했다. 귀(⻤)의 세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가진 구천(남주혁 분)과 비밀을 간직한 궁녀 생강(노윤서 분)이 왕의 부름을 받고 동궁에 깃든 저주를 파헤치는 과정이 기대만큼 스펙터클하지 않았다는 평이 나왔다. 구천의 화려한 검술 액션은 물론, 조선과 귀의 세계를 오가는 세계관 비주얼은 볼만했지만 서사의 느슨함이 일부 시청자를 지루하게 했다.
결국 ‘사이다’ 감성을 강조한 복수극 ‘참교육’을 제외한 대부분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유사한 평을 받은 셈이다.
넷플릭스 K-오리지널 시리즈의 초기 성공 공식은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장르물의 한국식 변주였다. 기존 방송 플랫폼에서는 다루기 힘들었던 파격적인 소재와 높은 수위의 연출이 가능해진 가운데, 감정적인 공감을 바탕으로 한 인간적인 장르물에 해외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사극과 좀비물의 결합으로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킹덤’ 시리즈를 비롯해 데스 게임 장르에 인간애를 더한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 변주는 넷플릭스가 강조한 ‘창작의 자유’와 맞물려, 한국의 창작자들만이 발휘할 수 있는 개성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물론 비슷한 공식을 반복하지 않고, 참신한 설정과 장르 다변화로 스펙트럼을 넓히는 시도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창작자의 개성과 대중의 눈높이 사이, 호흡을 맞추는 것도 필요해진 시점이다. 과감하게 군더더기를 걷어내며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는, 기존 영화,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기대에 발을 맞추는 개성과 시스템 사이 조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