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회사' 넘어 로봇·첨단 제조로…엡손, 2800억엔 투자해 체질 바꾼다
입력 2026.09.22 15:43
수정 2026.09.22 15:43
2035년 산업용 사업 매출 비중 33%→50%…이익 기여도 70% 목표
정밀 제어·잉크젯 기술 제조 현장으로 확장…한국서도 B2B 사업 강화
요시다 준키치 세이코 엡손 대표이사 사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미디어 간담회에서 글로벌 비전과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엡손
프린터와 복합기로 잘 알려진 일본 엡손이 산업용 로봇과 정밀 제조기술을 앞세워 사업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낸다.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초정밀 기술을 로보틱스와 산업용 잉크젯, 핵심 부품·소재 등으로 확장해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3년간 성장 분야에 2800억엔을 투입하고, 2035년에는 전체 매출의 절반을 산업용 사업에서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요시다 준키치 세이코 엡손 대표이사 사장은 2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한국엡손 창립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장기 비전 '엔지니어드 퓨처 2035(ENGINEERED FUTURE 2035)'와 중장기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요시다 사장은 취임 후 첫 한국 방문에서 엡손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직접 소개하며,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요시다 준키치 세이코 엡손 대표이사 사장과 모로후시 준 한국엡손 대표가 2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미디어 간담회에서 질의응답에 임하고 있다.ⓒ임채현 기자
산업용 사업 매출 비중 50%로…3년간 2800억엔 투자
엡손은 프린터와 프로젝터 등 기존 주력 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정밀기술의 활용 범위를 산업 전반으로 넓힐 계획이다. 로보틱스와 산업용 잉크젯, 마이크로디바이스, 고성능 소재 등을 차세대 성장 분야로 육성해 완제품뿐 아니라 부품·소재와 제조 솔루션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엡손의 전체 매출에서 산업용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3%다. 회사는 이를 2035년까지 50%로 높이고, 전체 이익에서 산업용 사업의 기여도도 45%에서 70%로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용 사업을 매출과 수익성 양 측면에서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엡손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정밀 이노베이션과 산업용 로보틱스 등 성장·전략 분야에 총 2800억엔을 투자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설계와 고정비 구조 개선 등을 통해 같은 기간 260억엔 규모의 수익 개선도 추진한다. 2028년까지 투하자본이익률(ROIC)과 매출이익률(ROS)을 각각 8%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요시다 사장은 "지금까지 축적해온 코어 기술을 기반으로 신흥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이어가는 한편, 성장 영역에서 사업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성장 속도를 더욱 가속화해 엡손 그룹의 성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2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한국엡손 30주년 미디어 간담회장. 엡손 프로젝터, 잉크젯 관련 제품들이 전시된 모습.ⓒ임채현기자
로봇에 AI 접목 모색…잉크젯 기술도 제조공정으로
사업 전환의 주요 축은 산업용 로봇이다. 엡손은 스카라(SCARA) 로봇과 6축 로봇에 정밀 제어 기술을 적용해 제조 현장의 자동화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물체에 가해지는 힘을 감지하는 포스센서를 활용해 섬세한 힘 조절이 필요한 조립·가공 공정으로 로봇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기존 정밀 제어·센싱 기술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이를 통해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의 범위를 넓히고, 제조업뿐 아니라 의료기기 등 정밀 작업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사업 기회를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프린팅 기술도 종이 인쇄를 넘어 제조공정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 엡손은 미세한 액체를 정밀하게 분사하는 잉크젯 기술을 활용해 산업용 프린트헤드와 제조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완제품 프린터뿐 아니라 제조기업이 생산공정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 부품과 기술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디바이스 분야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고속통신 시장을 공략한다. 엡손은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질수록 정밀한 신호 제어가 중요해지는 만큼, 전자기기가 정확한 시간에 맞춰 작동하도록 돕는 부품인 '타이밍 디바이스'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체 수정 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정밀도를 높이면서 전력 소비와 부품 크기는 줄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2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한국엡손 30주년 미디어 간담회장. 엡손 제품에 탑재된 부품, 기술들이 전시된 모습.ⓒ임채현 기자
한국엡손 매출 28% 성장…첨단 제조업 중심 B2B 확대
이 같은 사업 확대 전략은 한국엡손의 실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엡손의 2025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매출은 2276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8% 증가했다.
잉크젯 솔루션과 마이크로디바이스를 포함한 프리시전 이노베이션 부문 매출은 541억원으로 205% 성장했다. 상업·산업용 프린팅과 로보틱스를 포함한 산업·로보틱스 부문도 24% 증가한 370억원을 기록했다. 두 부문의 합산 매출은 911억원으로 한국엡손 전체 매출의 약 40%에 해당한다.
엡손은 한국에서도 반도체와 이차전지, 전자 등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용 로봇과 정밀 제조기술의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국내 기업과의 공동개발 및 기술지원 역량을 강화하고, 한국에서 개발한 솔루션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요시다 사장은 "한국은 반도체, 이차전지, IT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매우 중요한 전략 시장으로, 단순한 판매 시장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창조(Co-creation) 파트너'로 보고 있다"며 "한국의 고객 및 파트너와 함께 개발한 기술과 솔루션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모로후시 준 한국엡손 대표는 "앞으로도 엡손만의 정밀 기술과 엔지니어링 역량을 바탕으로 산업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는 한편, 사람들의 일과 삶에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