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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과잉생산과의 전쟁’ 선포하다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6.09.20 07:07
수정 2026.09.20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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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생산 막기 위해 원가산정 따지는 등 단속 대폭 강화하기로

전기차의 경우 ‘0㎞중고차’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심각

배터리 생산능력 등 전수조사, 새 프로젝트 건설 인허가 중단

태양광에 대해서는 4월 주요 품목 수출환급세 9% 전면 폐지


오는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왕촨푸 비야디(BYD) 회장을 재계 대표단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이 지난 5월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시 주석과 함께 걷고 있는 모습. ⓒ AP/뉴시스

중국이 ‘세계 경제의 공공의 적’으로 찍힌 ‘과잉생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제조업체들의 지나친 경쟁이 과잉생산으로 이어지면서 ‘원가산정 기준’을 직접 따져보는 등 단속 강도를 대폭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시장감독관리총국은 기자와의 문답형식의 ‘중요 공업제품의 저가 무질서경쟁 비용산정 관련사항에 관한 통지’(통지)를 통해 "저가 무질서경쟁 문제가 두드러진 중요 공업제품 생산영역에 초점을 맞춘다“며 ”저가 무질서경쟁 혐의가 있는 경영자에게 경고하고 필요하면 비용조사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고 관영 신화통신(新華通訊) 등이 지난 11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원가산정 방식과 산정기준, 산정요건 등을 명확하게 하고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법규를 준수하면서 가격행위를 규범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통지는 원가산정이 원칙적으로 생산에 쓰이는 개별원가를 기준으로 해야 하고, 개별원가를 산정할 수 없다면 업계 평균원가를 참고해 정하도록 규정했다.


중국 정부가 기업의 제조 원가산정에까지 개입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고질적인 '네이쥐안‘(內卷·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제품을 팔고 손실을 보면서도 생산을 이어가는 출혈 경쟁을 뜻함) 현상 때문이다. 정부 당국의 지원 속에 산업별 규모는 커졌으나 기업들의 과잉생산과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저가 경쟁 탓에해 수익성 악화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이다.


네이쥐안 현상은 전기자동차·배터리·태양광 등 전략적으로 육성한 ‘신싼양’(新三樣·새로운 세가지 상품)뿐 아니라 배달·쇼핑 등 온라인 플랫폼과 서비스업에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확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앞서 2024년 과잉생산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기업대표들을 불러 경고하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출혈 경쟁이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확산하는 형국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 웨이라이(蔚來·NIO) 공장. ⓒ 로이터/연합뉴스

더욱이 지난 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는 ‘공공의 적’으로 낙인이 찍혔다. 회의 폐막을 앞두고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제외한 19개 회원국은 “불균형을 악화시키는 ‘비(非)시장 정책’과 관행을 철폐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문구에 동의했다. 반면 중국은 ‘비시장 정책 철폐’ 문구가 자국을 겨냥했다며 반대하는 바람에 공동성명 채택은 끝내 무산되고 의장성명만 나왔다.


‘비시장 정책’은 정부 보조금이나 정책금융, 국유기업에 대한 지원 등 시장가격 등에 영향을 미쳐 경쟁을 왜곡할 수 있는 정부정책을 가리킨다. 미국과 유럽은 이런 정책이 중국의 과잉생산과 저가수출을 부추긴다고 강하게 비난해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비시장기반 경제가 값싼 수출품을 끝없이 쏟아내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지난해 상품 무역에서 사상 최대인 약 1조 1900억 달러(약 1630조원)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의 과잉생산 문제는 태양광과 전기차 산업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중국의 태양광 설비 생산능력은 연간 1200기가와트(GW)로 전 세계 연간 설치량의 2배에 육박한다. 전기차 부문의 불균형은 더욱 심하다. 중국은 연간 2500만대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능력을 갖췄지만 국내 수요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00만대에 불과하다.


특히 내연기관차까지 포함한 전체 자동차 생산능력은 5500만대로,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같은 생산능력이 국내외 수요보다 빠르게 확대될 경우 늘어난 물량을 흡수할 중국 소비시장이 너무나 좁은 만큼 결국 저가로 해외로 밀어내는 수출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0㎞ 중고차’로 불리는 공장에서 출고하자마자 중고차로 둔갑해 덤핑으로 수출되는 전기차의 문제는 심각하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올해 1월부터 자동차업체들의 출혈경쟁과 과잉생산 속에 늘어난 ‘0㎞ 중고차’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0㎞ 중고차’는 실제로는 신차지만 출고 후 형식적인 등록절차를 거친 뒤 곧바로 중고로 판매되는 차량이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하미시에 있는 태양광 발전 시설. ⓒ AP/뉴시스

다급해진 중국 정부는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신규 프로젝트 건설도 규제하기로 했다. 전국 배터리 생산능력과 가동률을 전수 조사한 데 이어 신규 프로젝트 건설 관련 인허가까지 잠정 중단했다. 올해 새로 계획된 배터리 생산능력만 지난해 중국 전체 생산량의 1.5배에 달할 정도로 공급과잉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중국의 지난해 리튬배터리 생산량은 1755.6GW였다. 하지만 올 1~7월 새로 계약된 리튬배터리 증설 프로젝트는 100개에 달한다. 계획된 연간 생산능력은 2608.5GW로 지난해 전체 생산량의 약 1.5배다. 아직 가동되지 않은 설비도 막대하다. 건설 중인 생산능력이 1217GW, 계획 단계가 1229.8GW로 둘을 합치면 전체 신규 계획의 93.8%를 차지한다.


상당수 설비가 생산에 들어가기 전 인데도 추가 공장 계획이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연말 기업별 가동률을 평가해 효율성이 높은 기업에만 다음 단계 증설을 허용할 방침이다. 사실상 공장을 지을 능력보다 기존 공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돌리고 있는지를 신규 투자의 조건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배터리 투자유치에도 제한조치가 취해졌다. 공업정보화부는 전국 리튬배터리 생산능력 조사와 함께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체계가 만들어질 때까지 각 지방정부는 전기차용·ESS 배터리 신규 프로젝트 관련 인허가를 중단해야 한다. 중국 중앙정부가 그동안 지방정부의 보조금과 토지 제공 등을 통해 경쟁적으로 추진돼온 배터리 공장 유치에도 직접 개입하기 시작한 셈이다.


ⓒ 자료: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 비야디(比亞迪·BYD), 궈쉬안가오커(國軒高科·Gotion HighTech), 중촹신항(中創新航·CALB), 이웨이리넝(億緯鋰能·EVE energy), 선와다(欣旺達·Sunwoda) 등 6개 대형 배터리 기업에는 향후 3년간 집약적·고효율 발전계획을 별도로 마련하도록 했다. 각 기업의 계획은 지방 당국의 심사를 거쳐 중앙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신규 생산능력이 시장수요와 무관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고 선두 기업까지 투자 속도를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배터리 업계에 대해선 신규 공장허가 중단을 대책으로 내놨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말 중국 내 동력 배터리와 저장용 배터리의 생산 능력 및 이용률 실태 조사를 시작했고, 지난 5월 중순부터 국내 동력·저장용 배터리 신규 공장건설을 잠정 유예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은 “올해 말 평가결과에 따라 생산능력 가동률이 높은 기업이 신규 배터리 공장건설을 승인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ESS배터리 산업도 지난 몇년 간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공급과잉 위험에 직면했다. 톈칭쥔(田慶軍) 위안징(遠景)과학기술그룹 수석부총재는 지난 3~4일 쓰촨(四川)성 이빈(宜賓)에서 열린 '2026 세계 동력배터리대회'에서 올해 중국의 ESS배터리 증설계획 규모가 800GW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건설이 완료되는 생산능력은 1.2~1.5테라와트(TW)에 달할 전망이며, 계획된 총 생산능력은 2TW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톈 부총재는 이 같은 규모의 생산능력이 글로벌 ESS배터리 시장의 실제 수요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ESS배터리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거나 재개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데 있다. 따라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설 경우 기업들은 생산을 줄이기보다 가격을 낮추면서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산 ESS배터리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수출되는 만큼 중국 내 공급과잉이 결국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질 공산이 크다.


ⓒ 자료: 중국태양광산업협회(CPIA)

에너지 시장조사 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ESS 공급망은 중국이 장악한 상태다. 2025년 말 기준 상위 업체 10곳 가운데 8곳이 중국 기업으로 중국이 글로벌 시장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수요는 전체의 56%가 중국 밖에서 발생할 만큼 해외 시장 비중이 크다. 중국 업체들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글로벌 가격경쟁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태양광 산업에 대해서는 4월1일부터 실리콘 웨이퍼와 태양전지, 모듈 등 주요 품목에 적용되던 9%의 수출환급세를 전면 폐지했다. 그동안 중국 기업들이 환급액을 제품가격에 사전 반영해 저가 수출의 보조금처럼 활용해온 관행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술 진입장벽도 대폭 상향했다. 공업정보화부는 태양광 제조업 규범 조건을 개정해 신규 프로젝트의 N형 셀 효율 기준을 26% 이상으로 설정했다.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기술 수준으로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은 정책 지원명단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재점검 결과 기존 209개 기업 중 약 80개 기업이 유효 명단에서 탈락했다. 신설 프로젝트의 최저 자본금 비율도 20%에서 30%로 높여 부채에 의존한 무분별한 설비 확장을 제한하고 있다.


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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