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주도권' 싸움에…대미투자, 막판 '샅바싸움'
입력 2026.09.17 13:57
수정 2026.09.17 13:58
17일 예정됐던 국회 보고 연기
18일 예상 MOU 체결도 미뤄져
웨스팅하우스 지분 확보 등 두고도 이견
정부, 추석 전 협상 마무리 후 국회 보고 계획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17일로 예정됐던 정부의 대미 투자 관련 국회 보고가 돌연 연기된 가운데 핵심 쟁점은 원전 분야 이견과 웨스팅하우스 지분 참여 문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사업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전날(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이날 예정됐던 대미 투자 협상 결과 관련 보고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미 양국이 사업별 투자 규모와 조건 등을 놓고 막판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당초 18일로 예상됐던 한미 정부 간 투자 양해각서(MOU) 서명과 프로젝트 발표도 다음주로 미뤄질 전망이다.
한미 간 막판 샅바싸움의 배경엔 원전 분야 이견이 자리잡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미는 대미 투자의 일환으로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짓는 방안을 협의해 왔다. 양국은 미국에 건설할 대형 원전 8기를 웨스팅하우스 모델인 AP1000 6기와 한국이 개발한 APR1400 2기로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의 자국 내 건설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PR1400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까지 통과해 기술적 걸림돌은 없지만, 미국 입장에선 시공 능력이 검증된 한국형 원자로가 자국 시장에 들어올 경우, 자국 주력 모델인 AP1000의 입지가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만큼, 기업 이사회 진입을 위해 최소 15% 이상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측은 5~10%로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호 프로젝트로 유력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를 둘러싼 추가 조율 문제도 한미 간 막판 진통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사업은 설비용량 총 6.3기가와트(GW)의 대규모 발전시설을 건설해 인근 지역에 짓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한미는 투자 특수목적법인(I-SPV), 장기 전력구매계약(PPA)과 한국 기업의 벤더 참여와 관련해 이견을 보이며 최종 조율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파이로프로세싱 사업 투자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전략적 산업 분야 대미투자 규모가 양국이 합의한 2000억 달러(약 280조원) 규모를 초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의 추가 요구가 이어지면 한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추석 전까지 미국과 협상을 마무리하고 국회에 보고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조승래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오늘 대미 투자 (보고를) 안 하면 언제하는 것인가'란 질문에 "아마 21일이나 22일쯤 국회 보고 과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다음 주 대미 투자 발표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