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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판 깔아보자’ 신한동해오픈이 증명한 KPGA 흥행 공식 [기자수첩-스포츠]

인천 송도 = 데일리안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9.14 07:00
수정 2026.09.14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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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과 ‘접근성’, ‘스타 플레이어’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신한동해오픈. ⓒ KPGA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제42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5억원)’이 뜨거운 열기 속에 마무리했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일본의 스나가와 고스케가 우승 상금 3억원의 주인공이 됐고, 한국 골프의 자존심 장유빈(신한금융그룹)이 한 타 차 아쉬운 준우승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를 현장에서 취재하며 눈에 띈 장면은 주말 들어 코스를 빽빽하게 채운 골프 팬들의 열기였다. 최종 라운드가 열린 13일에만 1만 명이 넘는 갤러리가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을 찾았다. 선수들의 호쾌한 드라이버 샷과 송곳 같은 아이언 샷이 나올 때마다 탄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고, 대회장은 골프 축제장을 방불케 했다,


최근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 KPGA 투어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신한동해오픈의 흥행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대회를 주최하겠다는 스폰서 기업이 나타나지 않는 데다 기존 대회마저 취소되는 실정이다. 특히 대회가 열리는 현장을 찾으면 스태프와 선수 가족, 일부 골프 관계자들만 자리를 지키는 고요하고 적막한 분위기 속에 경기가 치러지는 모습이 다반사다.


하지만 ‘팬들이 올 만한 대회’를 만들고, 흥미를 돋울 ‘서사’가 펼쳐진다면 KPGA 투어 역시 매 대회 팬들로 북적거릴 수 있다는 게 이번 대회를 통해 증명됐다.


실제로 신한동해오픈은 흥행을 만들어낼 만한 여러 요소가 있었다.


우선 이번 대회는 KPGA 투어를 대표하는 역사 깊은 대회 중 하나다. 여기에 KPGA와 JGTO가 공동으로 대회를 주관하면서 한국과 일본 선수들이 우승을 놓고 경쟁하는 ‘한일전’ 구도가 만들어졌다. KPGA 투어에는 이번 대회뿐 아니라 오랜 전통을 갖춘 대회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장유빈이 있었다. 국가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했고 프로 데뷔 이후에도 한국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있는 장유빈은 이번 대회 내내 우승 경쟁을 펼쳤다. 장유빈이 한국 선수의 자존심을 걸고 일본 선수들과 맞붙는 구도는 그 자체로 충분한 이야기가 됐다. 실제 현장에서도 장유빈을 따라다니는 팬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장유빈만 있을까? KPGA 투어에는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허인회, 정찬민, 최승빈, 김민규 등은 실력뿐 아니라 팬들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진지하며 열정적이다. 선수들은 경기를 마친 뒤에는 매우 적극적으로 사인 및 사진 촬영에 임하며 팬들을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


투어를 대표하는 스타 장유빈. ⓒ KPGA

도심과 가까워 팬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인천 송도라는 뛰어난 접근성도 힘을 보탰다. 즉, 이번 대회는 ‘서사’과 ‘접근성’, 그리고 ‘스타 플레이어’의 삼박자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대회로 평가된다.


스폰서 기업들은 당연히 흥행 가능성과 마케팅 효과를 타진한 뒤 대회 개최 비용을 투입한다. 관중도, 화제성도 없는 대회에 선뜻 돈을 내놓을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 KPGA 투어 입장에서는 기업들이 탐낼 만한 판을 먼저 기획하고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남자 골프에는 여자 골프가 가지지 못한 독보적인 매력도 존재한다. 300야드를 넘나드는 압도적인 비거리와 파워풀한 샷, 거친 러프를 뚫고 나오는 역동적인 플레이는 현장에서 직접 볼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여기에 선수들의 개성 있는 스타성과 매력적인 서사가 더해진다면, 팬들은 언제든 골프장으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하반기에는 흥행의 불씨를 이어갈 굵직한 무대들이 대기하고 있다. 10월에는 '한국 골프의 전설' 최경주가 호스트로 나서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이 열리고, 유럽 DP월드투어의 선수들을 볼 수 있는 ‘제네시스 챔피언십’ 등이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신한동해오픈이 쏘아 올린 흥행의 폭죽은 KPGA 투어가 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했고,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제는 KPGA가 제대로 된 판을 깔아야 할 차례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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