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레버리지 '후폭풍'…개미 계좌 '반토막
입력 2026.09.10 15:27
수정 2026.09.10 15:36
레버리지 계좌 평균 -42.95%
정부, '고위험' 알고도 문 열었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개인 투자자의 실제 손실 규모가 확인되면서, 상품 도입 당시 충분한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했는지를 둘러싼 책임론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허용한 이후 이를 거래한 개인 투자자들이 일반 투자자보다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출시 두 달 만에 규제를 강화하면서, 도입 당시 투자자 보호가 충분했는지를 둘러싼 책임론도 계속되고 있다.
10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이 8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키움·NH투자·삼성·메리츠·신한투자·대신증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 실적이 있는 개인위탁매매계좌의 평균수익률은 8개사 모두 일반 개인위탁매매계좌보다 낮았다.
지난 5월 27일부터 8월 31일까지 메리츠·미래에셋·키움증권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 개인계좌 평균수익률은 -42.95%로 집계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배로 추종하는 고위험 상품이다.
주가가 5% 오르면 10%가량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5% 떨어지면 손실도 10% 수준으로 커지는 구조다.
당시 정부는 해외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국내 상품 간 규제 차이를 줄이고 해외주식으로 향하던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제도를 도입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16종과 상장지수증권(ETN) 2종의 상장을 허용했다.
출시 직후 개인투자자의 관심은 뜨거웠다.
상장 첫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거래대금은 10조4000억원에 달했다.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에는 하루 만에 개인 순매수 6909억원이 몰리며 전체 상장 종목 가운데 개인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달도 지나지 않아 부작용이 드러났다.
증시가 급락할 때 손실도 배로 커지면서다.
지난 6월 2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1% 안팎 급락하자 주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하루 만에 24% 이상 떨어졌다.
금융당국도 문제를 인정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22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과 관련해 "그때 좀 급하게 준비했던 것은 맞다"며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 (도입을)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상황이고,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상품을 직접 운용하는 업계에서도 경고가 나왔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지난 7월 자신의 SNS를 통해 "지금이라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를 멈추라"고 당부했다.
결국 금융당국은 출시 약 두달 만에 규제를 강화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1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보완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같은 달 31일부터 개인 일반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높였다.
주식·ETF·채권 등 대용증권도 기본예탁금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강화된 보호장치가 상품 출시 이후에야 마련됐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단일 레버리지 도입을 허용한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책임론을 반박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실장은 최근 브라질 기자간담회에서 "증시 변동성이 레버리지 ETF 때문만은 아니며 한국 개인투자자의 적극적인 투자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단일 레버리지 도입과 시장 변동성 확대를 직접 연결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후 개인 투자자의 실제 손실 규모가 확인되면서, 상품 도입 당시 충분한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했는지를 둘러싼 책임론은 이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애초부터 일반 ETF보다 위험성이 훨씬 큰 상품"이라며 "출시 두달 만에 규제를 다시 강화했다는 것 자체가 초기 제도가 충분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