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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노조 "한화가 인수하면 독자 전투기 개발국 지위 흔들릴 것"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9.07 15:41
수정 2026.09.0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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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대형화가 경쟁력 보장 안해"…보잉·BAE 사례 제시

엔진·완제기 수직계열화 반대…"오히려 수출 제약 우려"

"방산 매출 최대 70% 한화 집중"…독과점·생태계 축소 경고

KAI 노동조합 ⓒKAI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 및 인수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KAI 노동조합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놨다. 한화가 내세우는 방산 대형화와 수직계열화가 오히려 KAI의 독립적인 완제기 개발 역량과 국내 항공 방산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조합은 7일 '방산 대형화의 함정…한화의 KAI 인수, 독자 전투기 개발국 종말 초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한화의 KAI 인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우선 '대형화가 곧 경쟁력'이라는 논리에 문제를 제기했다. 1997년 맥도널더글러스와 합병한 보잉이 최근 수년간 품질 문제와 실적 부진을 겪은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스웨덴 사브와 프랑스 다쏘는 각각 그리펜과 라팔이라는 독자 전투기 플랫폼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영국 BAE시스템즈 사례도 제시했다. 영국 항공산업이 통합되면서 독자 완제기 업체들이 거대 기업으로 재편됐지만 현재는 F-35 프로그램이나 글로벌전투항공프로그램(GCAP) 등 국제 공동개발에 참여하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가 2022년 발간한 '국방산업 기반 내 경쟁 상황(State of Competition within the Defense Industrial Base)' 보고서도 근거로 들었다. 방산업계 통합이 공급망 취약성과 혁신 저하, 소수 계약업체에 대한 의존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엔진·완제기 수직계열화, 오히려 수출 제약"

한화가 추진하는 첨단 항공엔진 사업과 KAI의 완제기 사업을 결합하는 수직계열화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노조는 록히드마틴과 보잉, 다쏘 등 주요 완제기 업체들이 엔진과 레이더, 무장까지 모두 자체 계열화하지 않고 있다며 완제기 업체가 고객 요구에 따라 최적의 장비를 선택할 수 있어야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패키지 수출'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KAI가 이미 KT-1과 T-50, FA-50, 수리온 등 총 236대의 완제기 수출 계약을 체결한 만큼 수직계열화가 수출의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화가 KF-21 등 완제기 플랫폼까지 보유할 경우 경쟁 전투기 제작사가 향후 한화가 개발한 항공엔진을 채택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미 해군 차세대 훈련기(UJTS) 사업 사례도 들었다. 록히드마틴-KAI 컨소시엄은 미국산 콘텐츠 요건 등을 이유로 TF-50N 입찰을 포기했고, 보잉도 이후 T-7A가 미 해군의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입찰하지 않기로 했다. 노조는 KAI의 소유구조 변경만으로 미국 사업의 장벽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KF-21 ⓒKAI
"육·해·공 한화 집중…독과점 우려"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항공우주산업과 한화의 사업 운영 방식이 맞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노조는 미국 오버에어 투자금을 손실 처리한 사례와 영국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와의 UAM 핵심 부품 공급 계약을 최근 해지한 사례 등을 들며 장기적인 기술 축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과점 문제도 쟁점으로 제시했다. 노조는 한화가 KAI까지 인수하면 육상·해상·항공을 아우르는 방산 포트폴리오를 갖추면서 국내 주요 방산 매출의 최대 70%가 한화에 집중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특정 그룹에 대한 정부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지면 생산 차질이나 품질 문제가 여러 무기체계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단일 실패점(Single Point of Failure)'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KAI와 거래해 온 다른 방산업체와 중소·중견 협력업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거론했다. 한화 계열사의 엔진·항전·시스템 등이 KAI 완제기에 우선 적용될 경우 기존 협력사의 사업 기회가 줄고 공급망 다양성과 기술 경쟁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항공 방산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덩치 확대가 아니라 체계종합 전문성과 다양하고 유연한 방산 생태계"라며 "KAI가 독립적인 체계종합업체로서 국내외 기업들과 자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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