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임상시험 대상자 찾는다…서울성모병원, 선별 시스템 개발
입력 2026.09.02 14:53
수정 2026.09.02 14:54
기존 2주 걸리던 적격성 검토 수십 초로 단축
18개 임상시험 실제 적용…800건 이상 검증 테스트
(왼쪽부터) 민창기·박성수·이정연·변성규 교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연구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다발골수종 임상시험 참여 가능 환자를 자동으로 선별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기존 약 2주가 걸리던 대상자 검토 시간을 수십 초로 줄여 임상시험 참여 기회를 보다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2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해당 소프트웨어는 다발골수종 환자의 전자의무기록과 임상시험 참여·제외 기준을 자동으로 대조해 적합한 환자를 선별한다. 특허 출원과 프로그램 저작권 등록을 마쳤으며 현재 다발골수종센터에서 실제 임상시험 대상자 선별에 활용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박성수 혈액내과 교수를 중심으로 의료진이 직접 개발했다. 지난 4월 개발에 착수해 약 2개월 만에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완성했다.
다발골수종은 골수의 형질세포가 악성으로 증식하는 난치성 혈액암으로 국내에서 매년 2000명 이상이 새롭게 진단받는다. 정확한 발병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역체계 이상과 유전적 요인, 방사선·화학물질 노출 등이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빈혈과 뼈 통증 등이 있으며 질환이 진행되면 신장 등 주요 장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발과 불응이 반복되는 특성상 신약 임상시험이 활발하지만, 대상자 선별에는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했다. 임상연구 코디네이터(CRC)가 환자별 전자의무기록을 일일이 확인하며 여러 조건을 참여 기준과 대조해야 해 적격성 검토에 통상 2주가 걸렸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AI로 자동화했다. 환자의 처방 기록과 치료 이력을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한 뒤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임상시험 문서의 참여·제외 기준을 분석하고 최신 검사 결과와 대조해 참여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주요 약제에 대한 반응 여부 등 다발골수종에 특화된 기준도 반영했다.
선별 결과는 ‘참여 가능’, ‘보류’, ‘참여 불가’ 등 세 단계로 제시된다. 검사 결과가 부족한 환자는 곧바로 참여 불가로 분류하지 않고 보류해 추후 다시 판정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별로 기준 충족 여부와 판단 근거도 함께 제공한다.
실제 운영 결과 수천 명 규모의 환자 데이터베이스를 선별하는 데 수십 초, 개별 환자를 판정하는 데는 수초가 걸렸다. 연구팀은 핵심 로직에 대해 800건 이상의 검증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현재 임상적 정확도를 확인하기 위한 별도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다발골수종센터는 현재 18개 임상시험 기준을 소프트웨어에 등록해 활용하고 있다. 새로운 임상시험이 시작되면 관련 문서를 입력해 대상 환자를 선별할 수 있어 업무 부담과 수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창기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신약이 가장 빠르게 도입되는 혈액암이지만 그 기회를 환자에게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손과 시간에 기대어 왔다”며 “이번 소프트웨어는 오랜 기간 축적해온 다발골수종 환자 레지스트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박성수 서울성모병원 다발골수종센터장은 “AI가 1차 후보군을 즉시 추려주면 연구 인력은 환자 상담과 등록 절차에 집중할 수 있어 더 많은 환자에게 신약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참여 가능한 환자가 빠짐없이 임상시험 기회를 안내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임상적 정확도 검증을 마무리하고 적용 범위를 다른 혈액암으로 확대하는 한편 원내 임상연구 관리 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