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방심'이 심혈관 위협"…심장 보는 의사의 경고 [명의열전]
입력 2026.09.01 11:34
수정 2026.09.01 11:35
김학령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인터뷰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에 집중…‘Do no harm’ 원칙 강조
심혈관질환, 연령 관계없이 위험인자 조기 관리 중요
“심근경색은 신속한 치료…심부전은 지속적인 통합관리 필요”
환자를 향한 사'명'감으로 의료 현장을 지켜온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전'달하겠습니다. 각 분야에서 환자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분을 제보해주시면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김학령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젊다는 것 자체가 심혈관질환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심혈관질환은 더 이상 고령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진료현장에서는 비만이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위험인자를 가진 젊은 환자들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히려 ‘젊음’이 방심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아직 젊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에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돼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관리에 소홀해지는 경우다. 그러나 그 사이 혈관 손상과 동맥경화는 서서히 진행돼 심혈관질환 위험을 키울 수 있다.
김학령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건강검진에서 이상을 지적받고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발생한 뒤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며 “젊을 때부터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체중 등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혈관질환, 위험 신호 놓치지 말아야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것만큼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노작성 흉통’이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 활동할 때 가슴이 조이거나 답답하고 뻐근해지고, 쉬면 나아지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협심증을 의심할 수 있다.
심근경색은 더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안정된 상태에서도 심한 흉통이 수십 분 이상 지속되거나 식은땀, 호흡곤란, 메스꺼움 등이 동반될 수 있다. 고령자나 당뇨병 환자의 경우 뚜렷한 흉통 없이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나 심한 피로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어느 병원에 가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 인프라에 차이가 있더라도 먼 대형병원을 찾아 이동하다 치료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급성심근경색이나 심정지는 치료가 조금만 늦어져도 심장근육의 손상이 커지고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선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에서 평가와 응급조치를 받은 뒤 필요한 경우 전문기관으로 지체 없이 전원할 수 있도록 지역 내 응급의료 전달체계와 병원 간 협력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제때 치료받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의료체계도 갖춰져야 한다. 김 교수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과 중증화를 줄이기 위한 과제로 응급·중증환자를 담당하는 필수의료 인력 확보와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꼽았다. 심근경색이나 심정지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숙련된 의료진이 24시간 응급진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에게 업무 난이도와 위험도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고, 불가피한 진료 결과에 대해서는 제도적 보호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에서도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기반을 강화하고,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연결되는 의료전달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할 수 있는 치료’보다 ‘필요한 치료’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전경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위급할 때는 주저 없이 치료해야 하지만, 치료를 많이 하는 것이 언제나 환자에게 최선인 것은 아니다. 김 교수가 진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Do no harm(해를 끼치지 말라)’의 원칙도 여기에 있다. 검사나 약물, 시술에 앞서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지를 먼저 살피고 치료로 얻는 이득과 그에 따르는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면서도 불필요한 위험은 최소화하는 것이 의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판단은 고령 환자가 늘어나는 진료현장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김 교수가 고령화 시대에 특히 주목하는 질환은 ‘심부전’이다. 관상동맥질환과 고혈압, 판막질환, 부정맥 등이 오랜 기간 진행된 끝에 나타날 수 있어 ‘심혈관질환의 종착역’으로 불린다. 고령 환자는 당뇨병이나 만성콩팥병 등 여러 만성질환을 함께 앓는 경우도 많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앞으로는 심부전을 조기에 발견해 진행을 예방하는 동시에 여러 동반질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별 질환을 넘어 환자의 전체적인 상태와 기능, 삶의 질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환의 종류와 단계는 달라도 김 교수가 거듭 강조하는 것은 결국 ‘예방’이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흡연 등 위험인자와 혈관 변화가 오랜 기간 쌓여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말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혈압이나 혈당, 콜레스테롤이 조금 높을 때부터 관리하면 비교적 작은 노력으로 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혈관질환에서 가장 좋은 치료는 큰 병이 생긴 뒤 잘 치료하는 것보다 생기지 않도록 미리 관리하는 것”이라며 “건강할 때부터 자신의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을 알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