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은 줄고 음반은 역대 최고…반으로 갈라진 케이팝 시장 [가요 뷰]
입력 2026.09.01 13:51
수정 2026.09.01 17:51
상반기 음원 이용량 4.3% 감소…음반은 5300만장 '급반등'
"유튜브 뮤직 점유율 상승...토종 음원 트래픽 감소"
초동에 쏠린 판매·공백기 변동성…"수익 구조 넓혀야" 지적
올 상반기 국내 대중음악 시장이 ‘음원 침체’와 ‘피지컬 앨범 급반등’이라는 상반된 흐름을 동시에 기록했다. 음원 시장은 전체 이용량이 줄어든 가운데 상위권마저 신곡이 아닌 역주행 구곡이 채웠고, 실물 음반은 역대 최고 판매량을 갈아치웠다. 대중의 일상적 감상과 코어 팬덤의 구매력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장의 이원화가 한층 뚜렷해진 것이다.
써클차트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Top 400 음원 이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하며 하향세를 이어갔다. 월별로 봐도 1월 5.2%, 5월 2.3% 등 전년 동월 대비 감소가 반복되는 등 파이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그 안에서 1위에 오른 곡들의 성격이다. 상반기 디지털·스트리밍 차트를 동시에 석권한 곡은 한로로의 ‘사랑하게 될 거야’로, 2023년 8월 발매된 첫 미니앨범 수록곡이다. 지난해 12월 나온 화사의 ‘굿 굿바이’(Good Goodbye) 역시 지니뮤직 상반기 차트 1위에 오르며 멜론 월간 차트에서 3개월 연속 정상을 지켰다. 키키(KiiiKiii)의 ‘404’(New Era), 우즈(WOODZ) 등도 상위권을 지켰다. 이를 통해 본 공통점은 새로 나온 곡이 대중을 끌어오는 힘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대중성 확보의 지표로 꼽히던 드라마·영화 OST의 하락세도 이런 흐름과 맞물린다. 상반기 OST 써클지수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6.4%에 그쳤다.
지표 둔화의 배경으로는 플랫폼 지형 변화가 지목된다. 김진우 음악전문 데이터저널리스트는 써클차트 상반기 리뷰에서 “국내 시장에서 유튜브 뮤직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토종 음원 사업자들의 데이터 트래픽이 감소한 영향과 대중성 약화라는 흐름이 맞물려 나타난 복합적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모바일인덱스 집계에서 6월 음악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유튜브뮤직 851만명, 멜론 713만명 순으로 토종 1위였던 멜론이 2위로 밀려났다. 또다른 해외업체 스포티파이도 올해 1월 199만에서 6월 238만명까지 늘어나며 토종업체들을 추격중이다.
음원 시장의 위축과 달리 실물 음반 시장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한동안 정체 가능성이 제기됐던 피지컬 앨범 시장은 써클차트 앨범 Top 400 기준 상반기 판매량 약 5300만장을 기록했다. 시장의 반등의 중심엔 방탄소년단(BTS)이 있었다. 완전체로 돌아온 정규 5집 ‘아리랑’은 상반기에만 42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다. 발매 첫 주 초동 판매량만 416만장에 달했다. 방탄소년단은 상반기 Top 400 차트 내에 총 22장의 앨범을 진입시키며 단일 아티스트로 10.2%의 점유율을 차지다.
다만 이번 반등을 특정 IP 하나의 효과로만 보긴 어렵다. 엔하이픈, 블랙핑크,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신보가 상반기 앨범 차트 상위권을 함께 채웠다. 여기에 신인 코르티스의 ‘그린그린’이 초동 약 231만장을 기록하는 등 초동 100만장을 돌파한 팀은 14개에 달한다. 이들의 합계 판매량만 약 2260만장이다. 결국 대형 컴백과 공급 확대가 겹친 결과다.
ⓒ써클차트
이 같은 흐름은 기획사의 제작·마케팅 방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중적인 히트곡으로 음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처음부터 강력한 코어 팬덤을 모아 실물 앨범 판매로 수익을 회수하는 타깃형 아이돌 제작에 무게가 실리는 추세다. 한 앨범을 여러 버전으로 나눠 내고 버전별로 다른 포토카드를 넣거나 팬사인회 응모권을 붙이는 방식이 초동 화력을 끌어올리는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이 구조에서 소외되는 영역이다. 상반기 음원 차트 상위권이 한로로와 화사, 카더가든 등 솔로·인디 아티스트로 채워졌다는 사실은 이들의 대중적 소구력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팬덤 규모가 크지 않은 이들에게 음원 이용량은 실물 판매나 부가 수익으로 잘 환산되지 않는다. 차트에서는 이겼는데 수익 구조에서는 밀리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음악 생태계의 다양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앨범 판매량에 기댄 성장이 계속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글로벌 톱스타가 컴백할 때는 판매량이 크게 뛰지만, 공백기에는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불안정성을 안고 있다. 실제로 5월 앨범 판매량은 전월 대비 18.8% 감소하며 컴백 일정에 따라 출렁이는 시장의 성격을 드러냈다. 이런 방식이 팬덤 안팎에서 피로감과 환경 부담 논란을 키우고 있어, 수량을 무한정 늘리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지금의 호황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려면 팔린 장수를 늘리는 경쟁에서 벗어나 수익 구조 자체를 넓혀야 한다. 팬덤의 구매력을 지키면서도, 흩어진 일반 대중이 다시 음악을 일상적으로 듣게 만드는 새로운 유입 통로를 만드는 일이 가요계에 남은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