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 이란' 가고 '이스라엘 대 튀르키예' 온다
입력 2026.08.29 08:08
수정 2026.08.29 08:08
독설을 주고받으며 적대감을 키우는 네타냐후와 에르도안
우호적이었던 양국 관계…에르도안 집권 이후 날로 악화
이란보다 훨씬 막강한 군사력으로 이스라엘에 직접적 위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연합뉴스
지난 21일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북서부의 공군 기지를 폭격하면서 밝힌 이유를 주목해야 한다. 바로 시리아를 지원하는 튀르키예가 이 곳에 군대를 주둔시키려고 해 미리 공격했다는 설명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분명히 말하는데 튀르키예는 이스라엘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시리아와 튀르키예는 "터무니없는 궤변"이라고 발끈했지만 중동에 새로운 암운이 드리우고 있음은 분명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 침공이 벌어진 이후 직설적으로 이스라엘을 비난해 왔다. 네타냐후를 히틀러에 빗대는가 하면 가자지구 구호선단 나포 사건과 관련해 네타냐후에 대한 적색수배를 인터폴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란 나라를 아예 투명국가 취급하겠다는 얘기다. 그러자 네타냐후도 “쿠르드족을 학살하고 테러조직인 하마스를 지원하며 자국민을 억압하는 독재자 에르도안은 이스라엘에 훈계할 자격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이 곤혹스런 인물은 네타냐후와 에르도안 모두를 "친구"라고 부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적어도 내가 재임하는 동안 튀르키예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만큼 양측 갈등의 골이 깊음을 미국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에 약속했던 F-35 스텔스 전투기 판매도 이스라엘과 튀르키예의 갈등이 깊어진다면 그대로 실행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스라엘과 튀르키예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다면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은 비할 바 아닐 정도로 세계에 주는 충격이 클 것이다.
이스라엘과 튀르키예의 대립은 중동의 갈등 라인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한 뒤 제1~4차 중동전쟁까지는 국경이 붙어 있는 이집트·요르단·시리아 등과 주로 전쟁을 벌였다. 그러다가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로는 이란까지 포함됐다. 만일 이스라엘과 튀르키예가 맞붙는다면 유대인과 아랍인, 유대인과 페르시아인의 대결에 이어 유대인과 튀르크인으로 싸움 범위가 확대되는 셈이다.
이란과 튀르키예 모두 처음에는 이스라엘과 사이가 좋았다가 나중에 틀어져 버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튀르키예는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초기부터 국가로 인정하는 등 이슬람권에서 가장 빨리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이스라엘과 군사훈련을 같이 하는가 하면 F-16용 개량 엔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 에르도안이 집권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2010년 튀르키예 자원봉사자들을 태우고 가자지구로 입항하는 '마비 마르마라'호를 이스라엘이 공격해 튀르키예인 등 10명이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는데, 이때부터 양국 관게는 두드러지게 악화됐다. 2023년 2월 튀르키예 지진 때 이스라엘이 적극적인 구호 활동을 벌이면서 양국 관계에 해빙 무드가 감돌기도 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이스라엘이 튀르키예를 극도로 경계하는 이유는 오스만제국의 부활을 외치는 '신오스만주의(Neo-Ottomanism)' 또는 '에르도안주의'에 있다. 1299년부터 1922년까지 존재한 오스만제국은 세계사에 손꼽히는 강대국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중동 땅은 오스만제국의 영토였다. 튀르키예는 과거 오스만제국 영토였던 시리아에서 알 아사드 세습독재 정권을 축출하고 알 샤라 정권이 들어서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여세를 몰아 최근에는 예루살렘을 되찾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아 이스라엘을 자극했다.
무스타파 치프트치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알라의 뜻대로라면 예루살렘은 다시 우리의 통치와 통제 아래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스라엘을 놀라게 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튀르키예가 '새로운 오스만제국'이라는 야망에 사로잡혀 시리아를 거점으로 이스라엘까지 밀고 내려와 궁극적으로 예루살렘까지 차지할 속내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네타냐후는 물론이고 야당도 여기에 동의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현재 에르도안에 대한 국제적 비판도 많다. 그는 집권 이후 엄격한 이슬람주의를 국정에 반영해 왔다. 튀르키예를 개인 우상화와 국가 전체주의로 가득 찬 암흑의 시대로 되돌리려 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스탄불의 관광 명소인 아야 소피야는 원래 비잔틴 대성당으로 세워졌다가 박물관으로도 변했는데, 에르도안은 2020년 7월 이를 모스크로 만들어 버렸다. 에르도안이 강력한 반(反)이스라엘 노선을 통해 이슬람권의 리더십 확대를 꿈꾸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아닌 애매한 위치를 갖고 있다. 나토는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32개 회원국이 집단 대응한다. 튀르키예가 나토라는 점이 유일하게 분쟁을 막고 있지만, 요즘처럼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린 국제질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군사력으로만 따지면 이란보다 튀르키예가 더 무섭다. 이란은 공군력이 없는 반면, 튀르키예는 막강한 전투기 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연간 군사비가 450억 달러에 달하며 나토에서도 상위권 군사력을 자랑한다. 이스라엘에서 이란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튀르키예는 바로 위에 붙어 있어 지상전도 가능한 거리다. 튀르키예의 병력은 6·25 때 중공군이 벌였던 인해전술이 가능할 정도로 많고 '일디름한(Yildirimhan)'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첨단무기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미국 군사력 조사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는 '2026년 군사력 랭킹 보고서'에서 세계 군사력 지수 순위를 발표했는데 튀르키예는 9위, 이스라엘은 15위였다.
다만 이스라엘과 달리 핵무기는 없고 현재 30%가 넘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경제도 문제다. 이에 당장 이스라엘과 튀르키예가 대대적인 충돌을 빚을 가능성은 낮다. 미국과 나토라는 거대한 완충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와 혈맹급인 아제르바이잔이 이스라엘과 우호적이라 튀르키예 입장에서는 곤혹스럽다. 아제르바이잔은 아예 이스라엘 공군을 주둔시키고 같이 훈련도 하고 이스라엘군 교관 지도를 받을 정도이며 이스라엘에 석유도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국이 서로를 적대자로 규정한 이상 국지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튀르키예는 '중동의 린치핀(핵심 축)'으로 불리는 시리아를 자기 영향권에 두려 하고,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튀르키예의 도움을 받아 세력이 강해지는 걸 경계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이 시리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한 것을 이스라엘이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 이유다.
튀르키예는 인접한 그리스와 역사적 앙숙 관계인데, 최근 그리스는 이스라엘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튀르키예로서는 이스라엘~그리스~키프로스의 3각 연대가 강화되는 것도 자신을 포위하려는 의도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아마 올 연말이나 내년부터는 국제뉴스에 '이스라엘·이란 대결'보다는 '이스라엘·튀르키예 갈등'이란 제목이 더 많이 뽑힐 것이다.
근래 들어 중동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갈등도 한국인의 일상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튀르키예의 심상치 않은 갈등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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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홍섭 칼럼니스트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