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규제 없애도 또 생겨…AI로 검증할 '실험장' 만들자"
간담회서 구조적 접근 주문…“2~3곳서 다른 방식 실험”
산업·성장 중심 전환 제안…재계 "네거티브 규제로"
"규제 만들 이유부터 없애야"…사회문제 원인 해소 강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 협·단체 규제합리화 간담회에서 한성숙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정부의 규제 합리화와 관련해 개별 규제를 없애는 데 그치지 말고 규제가 생겨나는 원인부터 손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규제를 바꿨을 때 산업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활용해 사전에 검증하는 '규제 실험장'을 2~3곳 만들자는 구상도 내놨다.
최 회장은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 협·단체 규제 합리화 간담회'에서 "규제를 아무리 많이 없애도 미래에는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사회문제가 많다 보니 약자 보호나 부의 재분배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규제가 탄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규제의 숫자를 줄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사회문제 발생의 원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를 만들 이유를 제거하면 규제 합리화를 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달 21일 열리는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도 기업과 비정부기구(NGO) 등이 함께 사회문제의 해법을 찾는 시도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최 회장은 규제를 실제로 바꿔 효과와 부작용을 검증하는 일종의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규제를 풀면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이 얼마나 큰지를 알기 위해 새로운 규제의 틀로 바꿔보는 실험이 필요하다"며 "실험장을 하나만 만들 것이 아니라 2~3개 만들어 다른 각도로 실험하면 어떤 것이 좋다는 데이터를 갖고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 협·단체 규제합리화 간담회에서 한성숙 국무총리의 모두발언 뒤 박수를 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여기에 AI를 접목해 규제 개편의 영향을 미리 분석하자는 구상도 내놨다.
최 회장은 "데이터 축적을 위해 AI와 기술을 조금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대한민국 산업의 상태를 데이터로 파악하고 규제를 바꿨을 때 나타날 효과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규제의 불합리성도 사례로 들었다. 최 회장은 같은 산업단지 안에서도 떡 제조는 허용되지만 빵 제조는 불가능한 장소가 있다며 산업 현실과 기존 규제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규제의 기준을 '기업 규모'에서 '산업 경쟁력과 성장'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며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으로 바뀌지 않고 기업 규모로만 규제하면서 인센티브가 사라지고 성장 문제가 축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커질수록 지원은 줄고 규제는 늘어나는 구조가 오히려 기업의 성장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경제단체장들도 규제 체계 자체의 전환을 주문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규제 시스템의 기조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역시 낡은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하고 금지 사항 이외에는 허용하는 '선허용·후규제' 원칙을 통해 기업이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수출 전용 제품이 수출 대상국의 규제를 충족할 경우 국내 규제를 면제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경영상 의사결정은 노동쟁의·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법률에 명시하고, 주식기준성과보상(RSU)에 대한 소득세 분할납부 등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재계 의견도 제시됐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 협·단체 규제합리화 간담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