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성, 고차원적인 게 아냐"…부실 논리 드러난 국군사관학교 공청회
김홍철 정책실장 "전문성 기반돼야 합동성 갖출 수 있다"
최영진 중앙대 교수 "자운대 이전인 정치적 결단 부분"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김홍철(앞줄 오른쪽부터) 국방부 정책실장, 박판준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 이범림 해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해 국방부가 개최한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는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의 논리 부실과 허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찬성 측 패널들은 정부 정책에 '정치적 선택'이 있었다고 언급했고, 행사를 주관한 국방부 정책실장마저 합동성 강화에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하기까지 했다.
지난 26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개최된 공청회는 약 4시간 가량 진행됐다. 행사장에는 예비역과 학부모 사관학교 생도 등 300여 명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정책 설명에 나선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현대전 양상 변화 △인재확보 기반 약화 현실 △전작권 회복 이후 한미연합작전에 대비 △한미 합동성 수준의 격차 등을 이유로 들며 사관학교 통합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정작 김 실장은 "미래전 대비를 위해서는 합동성이 필수"라면서도 "전문성이 기반이 돼야 합동성을 갖출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밝힌 사관학교 통합 이유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실장의 말대로라면 육·해·공군으로 나뉜 각 사관학교를 발전시켜 각군 초급장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체성을 확리하고, 영관급 장교가 됐을 때 합동군사대학교에서 합동·연합작전을 익히는 현행 체제와 부합한다.
국방부가 제 발등을 찍은 장면은 또 있다. 사관학교 통합 찬성 측 패널로 나선 국방부 사관학교교육개혁 분과위원장을 맡았던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합동성'에 대해 "(통합)사관학교에서 추구하는 합동성은 그렇게 고차원적인 게 아니"라며 "학생들이 같이 수업을 듣고, 자고, 운동하고, 밥 먹어가면서 만들어지는 기본적인 합동성"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국방부에서 근거로 내세우는 군사적인 의미에서의 합동성이 아닌, 단순한 '우애'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군 당국은 미래전을 위해 각 군의 유기적인 협력과 작전에서의 효과성 등을 높이기 위해 합동성을 강조하며 사관학교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작 찬성 패널이 이를 평가절하하고 반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오죽하면 공청회에 참석한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이 "찬성파의 논리를 좀 더 개발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며 "합동성 강화는 사관학교 통합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많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문민통제 원칙론자인 윤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참여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냈다.
최 교수는 또 국군사관학교의 자운대 이전에 대해서는 "정치적 결단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책 결정의 당위성이나 효과성보다 '정치적' 의사결정이 있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군별로 따로 떼어서 군을 육성하고, 아주 장기간 특정 군종이 군대를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가끔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절단내고 난 다음 아무런 책임을 안 지면 되겠나"라며 "통합을 하면 이런 가능성이 좀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발언하며 사관학교 통합에 힘을 실은 바 있다.
국방부는 이번 공청회와 관련해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앞으로도 (국군사관학교 창설) 추진 과정에서 무리가 없고, 더 많은 의견을 경청해서 추진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최 교수의 합동성 발언에 대해서는 "당연히 사관학교를 통합한다고 해서 합동성이 처음부터 길러지는 건 아니"라며 "1~2학년 때 공통교육을 받으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고, 그런 것들이 영관급으로 이어지면서 강화가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합동성을 이해해주시면 되겠다"고 말했다.
공청회 추가 개최 등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진 않았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서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