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사건 31만건' 전수조사 나선 경찰…또다른 '암장 사건' 발굴될까
최근 3년 종결 실종사건 31만건에 대해 11월까지 전수조사
'비대면' 종결 사건 중심…신고부터 종결까지 모든 과정 파악
실종전담팀 근무 개선…야간·휴일 2명 이상 근무 인력 보충
'새로운 의혹 발굴 가능성 vs 맹탕 조사 마무리'…우려 공존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27일 제주경찰청에서 '실종 허위종결' 경찰관에 대한 정식 수사가 시작된 지 13일 만에 고개를 숙여 사과의 뜻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최근 3년 동안 전국에 접수됐던 실종사건을 전수 조사한다.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를 계기로 실종 신고 처리를 원점에서 살펴보겠단 방침이다. 이번 전수 조사를 두고 이전에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암장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과 맹탕 조사로 끝날 수 있단 우려가 공존한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 종결된 실종사건 31만건을 11월까지 전수조사 해 비대면 종결 사건들을 점검할 계획이다. 경찰은 전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종수사팀 운영 쇄신안'을 행정안전부에 보고했다.
전수 조사 대상은 서울 9만2000여건, 경기 남부 7만7000여건 등 전국적으로 30만 건이 넘는 사건들이다. 경찰은 경찰서별로 전담팀을 구성해 '비대면'으로 종결한 사건을 중심으로, 신고부터 종결까지 모든 과정을 살펴본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만일 부적정 처리가 의심되는 사건을 포착할 경우 즉시 재수사한다. 시도경찰청은 관할 경찰서의 종결사건을 매주 점검할 계획이다.
경찰은 앞으로 실종사건의 경우 전화 등으로 이뤄지는 비대면 종결을 원칙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담당 경찰이 직접 대면하기 어려운 경우 실종자 소재지 관할 경찰서가 대신 확인한다.
실종전담팀 근무 체계도 개선된다. 현재는 전국 148개 팀 중 75%에 해당하는 111개팀이 야간에 1명만 근무하는데, 앞으로는 야간과 휴일 2명 이상 근무할 수 있도록 인력을 보충한다.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 부 경장이 지난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의 당사자인 부 경장의 사건 처리도 자세히 들여다본다. 경찰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부 경장이 실종팀에 근무하면서 종결한 실종사건 298건을 전수조사해 추가 허위종결 사례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부 경장은 지난 5월15일 접수된 장미란씨 실종 신고를 담당하면서 실제 생사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신고자에게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거짓말한 뒤 사건을 자체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내부의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등록된 장씨 관련 자료를 정당한 절차 없이 관리 목록에서 삭제한 혐의도 있다.
수사 과정에서 부 경장과 장씨가 실제로 통화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 경장은 지난달 2일 접수된 60대 남성 A씨 실종 신고도 유사한 방식으로 처리한 혐의를 받는다.
부 경장의 실종사건 처리 경위를 두고 확인되지 않은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 역시 이날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부 경장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신병이 확보된 부 경장을 상대로 허위 보고 경위와 범행 동기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일각에서 현장 관행에 따른 개인 일탈 가능성을 거론하며 이번 전수 조사로 새로운 사례가 나올 수 있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대로 기대와 달리 맹탕 조사로 끝날 경우 경찰을 향한 국민적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실종신고의 99% 가까이가 단순 가출이거나 허위 신고인 것으로 최종 판명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수조사가 이뤄지더라도 별 소득이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마저 일선 현장에서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경찰이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사 인력 부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찰청이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에 접수된 실종 신고는 2021년 10만7381명에서 지난해 12만5383명으로 약 16.8% 늘어났는데, 일선 서 형사과 실종팀 인원은 같은 기간 848명에서 763명으로 줄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실종사건 허위 종결은)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에 (실종 사건을) 전수 조사하면 더 큰 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개인적인 일탈인데 조직의 문제로 확대된 점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수 조사의 효용성에 대해선 "최근 3년 동안 접수된 실종 사건의 데이터가 구제적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전수조사가 가능한 것"이라며 "여러 사례가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