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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보다 세다" HK이노엔 中 도입 카드로 추격[진격의 K-비만약③]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입력 2026.08.28 05:00
수정 2026.08.28 05:00

세계 최초 'cAMP 편향형' GLP-1 계열 비만약 기대

'근육 감소' 막는 병용 치료제·후보군 발굴에 속도



올해부터 비만약이 항암제를 밀어내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의 자리를 차지했다. 높은 범용성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시장성이 입증되면서 전세계 제약 바이오 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비만약을 낙점하고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넓은 시장 만큼이나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비만약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HK이노엔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중에서 가장 '체중 감량' 효과가 좋은 비만약을 중국에서 들여왔다. 그간 내성 등 고질적인 부작용을 불러 일으켰던 단백질을 자극하지 않고 지방만 빼주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면밀하게 검증한 결과다. 나머지 관문은 어떤 방식으로 '근육'까지 지킬 수 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용화는 빨라도 내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연내 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 투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마지막 환자까지 투약이 끝나게 되면 데이터를 추출해 정제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이때 발표되는 톱라인이 임상의 성패를 결정하는 동시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되는 결과보고서(CSR)의 밑바탕이 된다.


에크노글루타이드는 HK이노엔이 2024년 중국 바이오텍 사이윈드로부터 기술수입(L/I)한 비만 치료 신약 후보물질이다. 그런 만큼 식약처 품목허가(NDA)를 위해 제출되는 서류에는 앞서 사이윈드가 중국 등에서 확보한 글로벌 후기 임상 데이터도 반영된다. 품목허가 이후 상용화까지는 일반적으로 1~2년여의 시간이 소요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국내 후기 임상은 유효성과 안전성을 다시 확인하는 한편, 한국인 환자군에 최적화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환자와 의료진의 미충족 수요를 반영한 정교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K이노엔이 외부에서 비만 치료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한 건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 때문이다. 통상 GLP-1 계열 비만약은 세포 안에 있는 ‘고리형 아데노신 일인산(Cyclic AMP)’이라는 포만감 신호의 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식욕을 떨어뜨린다.


문제는 신호 조절 단백질 ‘베타-어레스틴(β-arrestin)’이다. 신호 조절 단백질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포만감 신호를 제어해 다시금 식욕을 불러 일으킨다. 이런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치다 보면 체중 감량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비만약 자체에도 내성이 생기게 된다.


에크노글루타이드는 세계 최초의 cAMP 편향형 GLP-1 계열 비만 치료 신약 후보물질로 개발됐다. 비만약이 몸에 흡수될 때 포만감 유발 신호(cAMP)만 작동하도록 만들어 효과를 최대한 높이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노린 것이다.



사이윈드가 지난 ‘2026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크노글루타이드의 직접 비교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HK이노엔

기존 비만약과 다른 치료 기전에 따른 효과도 상당 부분 입증됐다. 올해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사이윈드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에크노글루타이드 투약 20주차 체중 감량률은 위고비 성분으로 잘 알려진 세마글루타이드보다 35% 높게 나타났다. 같은 투약 기준으로 허리둘레도 평균 1.8cm 더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HK이노엔 관계자는 “물질 도입 이전 다수의 비만 치료 신약 후보물질을 면밀히 분석했다”며 “분석 과정에서 기존 GLP-1 계열 비만약과의 기전적 차별성과 강력한 효능, 양호한 내약성 프로파일 등이 확인된 만큼 국내 비만약 시장에 확실히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GLP-1 계열 비만약의 최대 약점인 ‘근육 감소’를 막기 위한 대비책도 마련 중이다. GLP-1 계열 비만약은 치료 기전 특성상 뇌가 신체를 에너지 부족 상태로 착각하게 만든다.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과정에서 근육 등 제지방이 함께 분해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단기적으로는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HK이노엔은 식약처로부터 근감소증 치료 신약 후보물질 'IN-207907'의 임상 2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면역세포인 조절 T세포(Treg) 활성화로 염증 수치를 낮춰 근육 손실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GLP-1 계열을 넘어선 비만약도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HK이노엔은 아토매트릭스의 인공지능(AI) 신약 설계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최소한의 시간과 비용으로 근육 감소, 구역감 등 기존 비만약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다만 자체 개발 비만약의 경우 아직 전임상도 들어가지 않은 초기 단계인 만큼 윤곽이 나오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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