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이동하는 중앙당'…지역 최고위는 왜 두 배 길어졌나
오전 5시40분 첫 KTX 타고 안동행
부산·강릉·안동 찍고 다음은 호남 예상
지역 현안 듣고 현장에서 후속 지시
주 1∼2회 지역 회의 이어갈 전망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26일 경북 안동시 민주당 경북도당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직후부터 당대표실을 비우고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부산과 강릉에 이어 26일에는 경북 안동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김 대표가 지난 19일 부산 최고위에서 강조한 "중앙당이 시도당으로 옮겨가는 정치"가 지도부의 동선뿐 아니라 회의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주는 모습이다.
변화는 회의시간에서 먼저 나타났다. 부산 최고위는 58분, 강릉은 1시간6분, 안동은 1시간10분 동안 공개됐다. 세 차례 지역 최고위의 평균 공개시간은 약 65분이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가 31분 만에 끝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길다.
지역으로 가면서 중앙 지도부의 정치 현안 발언에 시도당과 지역위원회의 현안 보고가 더해진 영향으로 보인다. 이날 안동에서는 국립의대 설립과 2차 공공기관 이전, 산불 피해 복구, 포스코 파업 등 지역 현안이 테이블에 올랐다. 원외 지역위원회 지원과 시도당사 확충, 경주 사고당부 정상화 등 당 조직과 관련한 요구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회의 말미에 제기된 내용을 정리해 담당 기구와 당직자들에게 검토와 보고를 주문했다. 향후 최고위에서도 자신이 논의 내용을 마무리해 정리하고, 총무국이 이를 지도부와 의원들에게 공유하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역의 건의를 중앙당의 검토 과제로 연결하는 과정이 추가되면서 공개회의도 길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도부의 하루도 빨라졌다. 지역 최고위 세 차례의 평균 시작 시각은 오전 9시10분이다. 부산은 오전 9시40분, 강릉은 오전 9시30분이었지만 안동 회의는 오전 8시20분에 시작했다.
취재 결과 김 대표는 이날 오전 5시40분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안동행 KTX를 이용했다. 열차는 오전 7시32분 안동에 도착해 회의까지 남은 시간은 48분에 불과했다. 탑승 준비와 청량리역까지의 이동시간을 고려하면 김 대표도 오전 4시 안팎에는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26일 안동 최고위에서 "어제 청와대에서 당 지도부 만찬을 하고 오늘 최고위원님들이 새벽 기차로 오셨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19일 부산 최고위에서 자임한 '새벽 당대표'가 지도부의 실제 일정에도 반영된 셈이다. 당시 김 대표는 "총리일 때 새벽 총리를 자임했는데 당대표가 돼서는 새벽 당대표를 자임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강릉·안동은 민주당의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향후 지역 최고위가 약세지역에만 집중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역 최고위가 주 1∼2회가량 열릴 것으로 내다보며 다음 행선지로 호남을 예상했다.
지역 최고위는 회의 개최 자체보다 지도부가 현지에 머물며 현안을 살피는 데 방점이 찍혔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당 최고위원회를 단순히 그 지역에서 하는 것을 넘어 지도부가 실제로 내려가 지역을 돌아보면서 여러 현안과 문제를 직접 챙기는 것"이라며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고 현안을 논의하는 등 일회적이거나 단발적인 최고위에 한정되지 않는 방식으로 전면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행보는 이재명 정부의 '지방 주도 성장'을 당 차원에서 뒷받침하려는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이 관계자는 "중앙에서 보고받으며 챙기는 게 아니라 실제 지방으로 내려가 하나씩 챙기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대대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도 19일 부산 최고위에서 중앙당과 당대표가 시도당을 순회하며 상주하는 방식으로 당 운영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주 2∼3일 이상 지역에 머물고 최고위도 정기적으로 지역에서 열겠다는 구상이다. '현장 최고위'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 대해서는 "서울도 현장이고 지방도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역 체류형 당 운영이 지속되려면 중앙당 업무와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과제로 꼽힌다. 대표뿐 아니라 최고위원과 중앙당 당직자들의 이동시간이 늘어나는 데다, 지역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서울의 보고·결재와 인사·조직 업무를 어떻게 이어갈지도 관건이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전임 지도부 시기 지방 최고위가 당무보다는 당대표의 정치 활동이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활용된 측면이 있다"며 "이로 인해 현재 처리해야 할 당무가 상당히 밀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