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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늦었다는 현대차의 반격…2033년 ‘경쟁사 추월’ 선언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8.26 16:01
수정 2026.08.26 16:02

자체 자율주행 모델 ‘아트리아 AI’, 2029년 이후 양산차 순차 적용

2028년부터 표준 센서·AI 컴퓨팅 플랫폼 확대

2029년 새만금에 GPU 5만장 이상·100MW급 AI센터 가동

박민우 현대차그룹 AVP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가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SDV와 자율주행 부문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연간 700만대 이상의 판매 규모를 자율주행을 위한 거대한 ‘데이터 수집망’으로 전환한다. 테슬라 등 선두 업체와 비교해 자율주행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현대차그룹이 실제 도로에서 확보하는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무기로 추격에 나서는 것이다. 2033년께 누적 데이터 규모에서 경쟁사를 추월한다는 목표도 처음으로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26일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자체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모델 ‘아트리아 AI’를 중심으로 한 자율주행·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략을 공개했다.


핵심은 ‘데이터 플라이휠’이다. 실제 도로를 달리는 차량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I 학습에 활용해 자율주행 성능을 개선한 뒤 개선된 소프트웨어를 다시 차량에 배포하는 선순환 구조다.


박민우 현대차그룹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앞으로는 실제 상황에서 누가 더 많은 경험을 확보하고 이 가운데 의미 있는 데이터를 찾아내 더 빠르게 AI 학습으로 연결하느냐가 새로운 경쟁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차세대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그룹 차원의 자율주행 센서 체계를 표준화한다. 현대차·기아·포티투닷·모셔널 등이 각각 확보하는 주행 데이터도 동일한 기준으로 통합해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말부터는 광주 자율주행 실증 사업에 아트리아 AI를 투입한다. 자율주행 AI 개발에서 중요한 돌발 상황과 특이 사례를 실제 도로에서 확보해 모델 학습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현장에 전시된 아이오닉 5 기반 자율주행 실증차량(왼쪽)과 아트리아 AI 소개 부스. ⓒ현대차

본격적인 승부는 2028년부터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양산차에 표준화된 센서 체계와 AI 컴퓨팅 플랫폼을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첫 SDV 양산차에는 L2+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실제 고객 차량에서 대규모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는 자체 E2E 자율주행 모델인 아트리아 AI를 고도화하는 데 활용된다. 이후 2029년부터 아트리아 AI를 양산차에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하고 궁극적으로 L2+부터 완전자율주행에 해당하는 L4까지 자율주행 전 영역을 하나의 기술 체계로 구축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경쟁의 승부수로 ‘규모’를 꺼내든 이유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판매 기반을 갖추고 있어서다. 그룹은 연간 70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하고 세계 190여개국에 판매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향후 같은 센서와 컴퓨팅 구조를 갖춘 SDV가 늘어나면 한국이나 미국의 특정 지역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서로 다른 도로·날씨·교통 환경에서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2033년께 누적 데이터 규모에서 경쟁사를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데이터 양뿐 아니라 국가와 도로 환경이 다양한 만큼 데이터의 다양성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8일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비공개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수집한 데이터를 처리할 ‘AI 두뇌’도 직접 구축한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데이터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2029년부터 새만금에 100MW급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계획이다. GPU 5만장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현재는 국내 데이터센터와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를 함께 활용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세계 각지 차량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자체 인프라에서 처리하고 학습한다. 데이터 수집부터 AI 학습, 검증, 차량 배포까지 이어지는 자율주행 개발 과정을 내재화하겠다는 것이다.


차량 자체도 출고 당시 기능이 완성되는 기존 자동차에서 벗어난다. 차세대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차량의 컴퓨팅·제어 구조를 SDV 방식으로 전환하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출고 이후에도 기능과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와 차량용 에이전틱 AI ‘글레오 AI’도 같은 구조다. 고객 동의 아래 확보한 비식별 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다시 OTA를 통해 차량에 적용한다.


현대자동차그룹 미국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의 자율주행 로보택시.ⓒ현대자동차그룹

자체 기술 개발과 별개로 외부 업체와의 협력도 병행한다. 모셔널은 우버와 손잡고 올해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웨이모에는 미국에서 생산한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를 공급한다. 현대차는 최근 9개월간 공공도로 테스트를 거쳐 웨이모에 공급할 차량의 인도 준비를 마쳤으며 협력 지역도 미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체 자율주행 기술을 키우면서 동시에 글로벌 자율주행 업체에는 차량을 공급하는 ‘파운드리’ 사업까지 가져가는 셈이다.


박 사장은 “자동차 역시 출고 시점에 기능이 결정되는 제품에서 사용할수록 배우고 진화하는 제품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과거 차량 성능과 생산 규모, 품질이 경쟁력의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축적하고 AI 학습과 서비스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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