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형 퇴직연금 92%가 원리금보장형…수익률은 임금 상승률도 못 따라가
DB형 적립금 91.9% 원리금보장형…지난해 수익률 3.5% 그쳐
최근 5년 누적 수익률 15.9%…임금 상승률보다 3%p 낮아
노동부·금감원 "목표수익률 임금 상승률 이상으로 설정해야"
기업이 운용 책임을 지는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적립금의 90% 이상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몰리면서 지난해 수익률이 3.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기업이 운용 책임을 지는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지나치게 편중되면서 수익률이 임금 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안전하게 운용하는 데 치중한 결과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오히려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퇴직연금 적립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의 91.9%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돼 있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을 급여가 사전에 정해져 있고 기업이 이를 지급하기 위한 재원을 적립해 운용하는 제도다. 운용에 따른 손익도 기업에 귀속된다.
지난해 말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501조4000억원 가운데 DB형은 228조9000억원으로 45.7%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크다.
하지만 수익률은 다른 퇴직연금 유형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DB형 수익률은 3.5%로 확정기여형(DC) 8.5%, 개인형 퇴직연금(IRP) 9.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장기 수익률도 임금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최근 5년간 DB형의 누적 수익률은 15.9%로 같은 기간 누적 임금 상승률 18.9%보다 3%포인트 낮았다.
DB형은 퇴직 시점의 임금 수준에 따라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가 결정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적립금 수익률이 임금 상승률보다 낮을 경우 그 차이만큼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월급이 300만원에서 330만원으로 10% 오른 근로자의 기존 퇴직연금 적립금 수익률이 5%에 그치면 기업은 해당 연도에 새로 발생한 퇴직급여 외에도 기존 적립금 부족분을 추가로 채워야 한다.
이에 노동부와 금감원은 기업이 DB형 적립금의 목표수익률을 최소한 임금 상승률 이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퇴직급여 부채와 운용자산의 투자 기간을 맞추는 자산 배분도 강조했다.
지난해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7.1년인 반면 DB형이 투자한 원리금보장형 상품 가운데 만기가 3년 이내인 상품은 83%에 달했다.
퇴직급여 지급 시점과 자산의 투자 기간 차이가 크면 금리 변동에 따라 퇴직급여 부채가 운용자산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 기업의 추가 적립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퇴직연금사업자의 자문을 활용해 투자처를 다변화한 사례도 제시됐다.
채권 위주로 운용하던 한 기업은 실적배당형과 원리금보장형 상품 등으로 자산을 분산한 뒤 수익률이 5.9%에서 7.4%, 이후 25.5%까지 높아졌다.
노동부는 올해부터 DB형 퇴직연금 사업장 가운데 법정 최소적립금을 충족하지 못한 곳을 대상으로 정기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최소적립금 미충족 시 최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연말에는 DB형 적립금을 모범적으로 운용한 기업과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해 포상할 계획이다.
금감원도 퇴직연금사업자에 기업 대상 컨설팅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도록 독려하고 오는 10월 발표할 퇴직연금 가이드북에 DB형 운용 관련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