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인 줄 알았는데 화병?"…구분 돕는 기준 나왔다
화병 증상 호소 성인 182명 대상 검사 정확도 분석
종합점수 33.5점으로 가능성 선별…신체 증상 16.5점 추가 확인
“우울·불안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과 감별 돕는 보조지표로 활용”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증상이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은 ‘화병’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제시됐다. 화병의 정서·신체 증상을 점수화해 화병 가능성을 먼저 선별하고, 다른 정신질환과 구분하는 데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화병은 억울함과 분노를 오랫동안 억누르면서 분노·원망 등 정서적 증상과 가슴 답답함, 몸에서 열이 오르는 느낌 등 신체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질환이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과 겹치는 증상이 많아 화병의 특징을 파악하고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서·신체 증상을 함께 평가하는 화병종합검사(HCT)가 개발됐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화병을 선별하고 다른 정신질환과 구분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이에 김종우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연구팀은 실제 진료 환경과 유사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화병종합검사의 선별 정확도와 감별 가능성을 분석하고,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준점수를 제시했다. 연구는 2025년 2월부터 6월까지 서울 소재 대학병원을 찾은 성인 가운데 분노와 억울함, 가슴 답답함, 열감 등 화병 관련 증상을 호소한 18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전문 의료진의 구조화된 임상 면담을 거쳐 화병군 100명과 비화병군 82명으로 구분됐다. 비화병군에는 우울장애와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면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 36명과 정신질환 진단을 받지 않은 46명이 포함됐다.
화병종합검사는 김종우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평가도구로, 가슴 답답함과 열감 등 신체 증상 6문항과 원망·분노 등 정서 증상 7문항으로 구성된다. 총점은 52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화병과 관련된 증상이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분석 결과 화병 환자는 다른 정신질환이 있거나 정신질환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보다 화병종합검사 점수가 높았다. 연구팀은 총 52점 가운데 33.5점을 화병 가능성을 선별하는 기준점수로 제시했다. 이를 적용한 결과 화병 환자 100명 중 71명(71.0%)이 화병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됐으며, 비화병군 82명 중 68명(82.9%)은 비화병으로 구분됐다.
특히 가슴 답답함과 열감 등을 평가하는 신체 증상 점수는 화병과 우울·불안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을 구분하는 데 보조적인 역할을 했다. 24점 만점 가운데 16.5점을 기준으로 적용했을 때 다른 정신질환 환자의 83.3%가 화병이 아닌 것으로 구분됐다.
이에 연구팀은 전체 점수 33.5점을 기준으로 화병 가능성을 먼저 선별한 뒤, 신체 증상 점수 16.5점을 추가로 확인하는 단계적 평가 방식을 제안했다. 다만 화병종합검사만으로 화병을 확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전문 의료진의 면담과 임상적 판단을 돕는 보조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증상이 없는 일반인뿐 아니라 화병과 증상이 겹치는 다른 정신질환 환자까지 포함해 실제 진료 환경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평가하고, 구체적인 기준점수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일 의료기관에서 진행된 데다 참여자 대부분이 중년 여성이라는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다기관 연구를 통해 검사 기준의 적용 가능성을 추가로 검증할 계획이다.
김종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체 점수로 화병 가능성을 먼저 확인하고, 신체 증상 점수를 추가로 활용하는 단계적 평가 기준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화병종합검사는 화병을 단독으로 확진하는 검사가 아니라 임상 면담과 진단을 돕는 보조 도구다. 앞으로 다양한 연령과 성별, 의료기관을 포함한 후속 연구를 통해 임상 활용 가능성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