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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상위 0.6% '친환경 병원'…삼성서울병원의 ESG 비결 [인터뷰]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8.25 10:46
수정 2026.08.25 10:53

장범진 삼성서울병원 ESG 담당 인터뷰

뉴스위크 친환경 병원 평가 최고 등급…전 세계 상위 0.6%

의료폐기물 791톤 줄이고 투석·마취도 친환경 전환

“친환경 병원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의료 구현할 것”

장범진 삼성서울병원 ESG 담당이 지난 2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친환경 병원의 궁극적인 수혜자는 결국 환자여야 합니다.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쾌적한 의료환경을 제공하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줄이는 것, 그것이 삼성서울병원이 추구하는 친환경 병원의 모습입니다.”


장범진 삼성서울병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담당은 지난 21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친환경 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같이 설명했다. 단순히 에너지 사용이나 폐기물을 줄이는 것을 넘어,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지키면서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함께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서울병원이 지난 5년간 친환경 전환을 추진하며 일관되게 지켜온 원칙이기도 하다.


장례식장서 수술실까지…병원 곳곳 ‘친환경’

이 같은 노력은 최근 국제적인 평가에서도 인정받았다. 삼성서울병원은 뉴스위크가 올해 처음 실시한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병원’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나뭇잎 5개’를 획득했다. 전 세계 6000여개 조사 대상 병원 가운데 36곳, 약 0.6%만 받은 등급이다. 전 세계 24개 병원에 부여된 ‘지속가능 인프라 우수병원’에도 선정됐다.


장 담당은 이번 성과의 배경으로 경영진의 리더십과 현장의 자발적인 참여를 꼽았다. 삼성서울병원은 2021년 ESG 경영 전환을 선언하고 ESG위원회를 설치해 병원 차원의 방향을 제시한 뒤, 의료진과 직원들이 현장에서 직접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실천하는 방식으로 친환경 활동을 확대해왔다.


장 담당은 “경영진이 ESG의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고 현장에서는 ‘우리 업무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실천해왔다”며 “경영진과 현장이 함께 움직여 온 것이 친환경 전환을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이 글로벌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병원’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전 세계 조사 대상 병원 가운데 상위 0.6%에 해당하는 성과다. ⓒ삼성서울병원

시작부터 거창했던 것은 아니다. 병원이 처음 주목한 곳은 진료실이 아닌 장례식장이었다. 일회용품 사용량이 많은 만큼 작은 변화만으로도 폐기물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024년 상급종합병원 최초로 장례식장에 다회용기를 도입한 결과, 연간 약 130t에 달하던 일반폐기물 가운데 약 105t을 줄였다. 감축률은 80%에 달했다. 환경을 위해 이용자의 불편을 감수하게 한 것도 아니었다. 상주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93%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장례식장에서 확인한 가능성은 진료 현장으로 이어졌다. 다만 ESG 성과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도록 원칙은 바로 세웠다. ‘환자 안전을 해치지 않는 범위’였다.


투석실에서는 환자의 체중과 혈류 속도 등에 맞춰 투석액 사용량을 조정한다. 필요한 치료 효과는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투석액 사용과 폐수 발생을 줄이는 방식이다. 또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높은 마취가스 사용량도 지속적으로 줄이고, 약제·검사 과정의 디지털화와 의무기록 사본 온라인 발급 등 페이퍼리스 시스템도 병원 전반으로 확대했다.


장 담당은 “병원은 무엇보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 감염관리가 우선인 곳”이라며 “환자 치료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충분히 검토하고 확인한 뒤 친환경적인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그렇게 진료 외 영역에서 시작한 ESG가 진료 영역으로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뚜렷한 성과가 나타난 곳은 의료폐기물이다. 삼성서울병원이 택한 방법은 폐기물을 억지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버리는 것’이었다.


병동과 수술실, 검사실의 폐기물 배출 과정을 살펴본 결과 의료폐기물함에 일반폐기물과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까지 함께 버려지고 있었다. 이에 격리병실을 제외한 596개 병실에서 병상마다 설치돼 있던 의료폐기물함을 일반폐기물함으로 바꾸고 의료폐기물함은 필요한 위치에 별도로 뒀다.


효과는 예상보다 컸다. 배출 방식을 바꾼 뒤 8개월간 134t, 연간 환산 약 201t의 의료폐기물을 줄였다. 실제 의료폐기물 자체를 줄인 것이 아니라, 그동안 의료폐기물과 함께 버려지던 일반·재활용 폐기물을 제대로 분리한 결과다.


자원순환에도 나섰다. 병원에서 사용한 식염수·증류수 용기와 서지컬 랩 등을 별도로 수거해 명품 화장품 용기와 가방 소재 등으로 업사이클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쌓이면서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2023년 3381t에서 2024년 2590t으로 791t, 약 23% 감소했다.


장 담당은 “감염성 폐기물이나 환자의 혈액·체액이 포함된 폐기물처럼 반드시 의료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 것은 철저히 원칙을 지키고 있다”며 “핵심은 의료폐기물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일반폐기물과 재활용폐기물이 섞이지 않도록 정확히 분리해 배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폐기물 23% 감축…환자 편의·안전도 높인다
삼성서울병원 전경 ⓒ삼성서울병원

병원에 있어 에너지 절감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은 의료폐기물을 줄이는 것보다 까다로운 과제다. 병원은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데다 중환자실과 수술실, 감염관리 시설은 환자 안전을 위해 일정한 온·습도와 환기·공조를 유지해야 한다.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양성자치료기 등 대형 의료장비 역시 가동을 줄이기 어렵다.


삼성서울병원은 에너지 사용을 무리하게 줄이기보다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본관과 별관을 리모델링하면서 단열 성능이 높은 창호와 고효율 LED 조명으로 교체하고 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연간 약 3600tCO₂e,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 담당은 “병원은 에너지 절감을 이유로 중환자실이나 수술실의 운영 기준을 낮출 수 없는 만큼 사용량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유지하면서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에게 단순히 ‘ESG를 실천하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지속되기 어렵다”며 “업무 방식을 바꿨을 때 일하기 더 편하고 안전해지고, 환자에게도 도움이 되면서 환경 부담까지 줄어드는 경험이 쌓여야 ESG가 자연스럽게 병원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뉴스위크 최고 등급 선정은 그동안의 친환경 전환 성과를 확인하는 동시에 ESG를 한 단계 더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지속 가능한 미래의료의 중심 SMC’라는 비전 아래 친환경 활동을 병원 운영과 진료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투석과 마취 등 일부 진료 영역에서 시작된 변화를 다양한 의료 현장으로 넓혀 지속 가능한 미래의료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장 담당은 “ESG가 특정 부서나 일부 구성원의 활동에 그치지 않고 병원에서 일하는 모두가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며 “삼성서울병원이 축적한 사례와 노하우도 다른 의료기관과 적극적으로 공유해 국내 의료계 전반에 ESG 문화가 확산되고, 지속 가능한 미래의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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