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부산항 시범사업만…면세업계 “입국장 인도장 지방공항 확대해야”
국제선 여객 늘어나는 지방공항…면세 쇼핑 편의는 ‘제자리’
입국장 면세점 없는 공항부터 도입해 이해충돌 최소화
부산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한국면세협회
면세점업계를 중심으로 3년 넘게 부산항에 머물러 있는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을 지방공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지방공항의 국제선 이용객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지방공항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해 여행객 편의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첫 도입지인 부산항에서 실제 이용 수요가 확인되면서 제도 확대론에 더욱 힘이 실린다. 입국장 인도장이 확대되면 지방공항 이용객도 출국 전 구매한 주류나 화장품 등 면세품을 여행 내내 휴대하지 않고 귀국할 때 받을 수 있어 이용 편의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은 2018년 김광림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관련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후 개정안이 2019년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2020년 시행령을 통해 설치·운영 요건이 구체화됐다.
정부는 2022년 면세산업 활성화 대책을 통해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부산항을 시작으로 유관기관 협의를 거쳐 다른 공항·항만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2023년 4월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은 출국 전 국내 면세점에서 구매한 상품을 여행 기간 동안 들고 다니지 않고 귀국할 때 입국장에서 수령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귀국 후 현장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입국장 면세점과 달리 구매는 출국 전에 이뤄진다.
가장 큰 장점은 여행객의 휴대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다. 주류나 화장품 등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면세품을 여행 내내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여행 편의를 높이는 것은 물론 해외 현지로 향할 수 있는 쇼핑 수요를 국내 면세점으로 돌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부산항 입국장 인도장 이용 실적도 증가세다. 2025년 인도 건수는 약 4만4000건, 인도금액은 약 35억4000만원으로 하루 평균 120건가량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부산항 입국장 인도장은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 등이 이용하고 있다.
여행객들이 인천국제공항 면세 구역을 지나가고 있다.ⓒ뉴시스
◇ 공항은 공간 부족·면세점은 매출 우려…‘확대 난항’
하지만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당초 계획과 달리 입국장 인도장은 다른 공항·항만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법적 근거는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이 입국장 혼잡과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설치에 난색을 보이면서 협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설치를 위해서는 인도 공간 확보와 전산시스템 구축, 시설관리자의 동의 등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 입국장 면세점의 매출 감소 우려도 걸림돌이다. 현재 입국장 면세점은 중소·중견기업의 참여를 보장하는 취지로 도입돼 인천·김해공항 등에서 중소·중견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입국장 인도장이 확대되면 출국 전 온라인·시내면세점에서 구매한 상품을 귀국 때 받을 수 있어 입국장 면세점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2019년 법 개정 당시에도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던 중소·중견사업자들이 같은 이유로 반발한 바 있다.
그러나 ‘입국장 면세점’과 ‘입국장 인도장’은 구매 시점과 방식 등 기능에 차이가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올해 6월 입법영향분석에서 두 제도를 양자택일의 문제로 보기보다 기존 입국장 면세점과의 상생 방안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나 제도의 경제성 측면에서도 존치 필요성에 힘이 실린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부산항 운영 실적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25년 기준 입국장 인도장의 연간 사회적 편익은 평균 약 4억100만원, 비용은 약 3억9500만원으로 추산됐다.
단순 비용·편익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신규 수요에 따른 산업 파급효과 등을 종합하면 사회적 편익이 비용보다 우세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제도 폐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여행객들로부터 붐비고 있다.ⓒ뉴시스
◇ 국제선 커진 김해·청주…입국장 인도장 확대 ‘적기’
면세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입국장 인도장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선 이용객이 빠르게 늘고 있는 지방공항에서 제도의 효과를 검증하고, 입국장 면세점이 없는 공항부터 도입해 기존 사업자와의 이해관계 충돌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김해공항은 지방공항 가운데 국제선 수요가 가장 큰 곳 중 하나다. 지난해 국제선 여객이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하며 인천공항을 제외한 국내 공항 중 처음으로 연간 국제선 여객 1000만명 시대를 열었다. 가덕도신공항 개항이 늦어지는 만큼 당분간 부산·울산·경남권의 국제 관문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청주공항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체 이용객은 466만9956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11월 말 기준 국제선 이용객도 172만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청주공항은 입국장 면세점이 없어 기존 사업자와의 이해관계 충돌을 줄이면서 입국장 인도장의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후보지로 거론된다.
업계는 입국장 인도장 확대가 지방공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공항은 수도권 공항보다 면세 쇼핑 인프라가 제한적인 만큼 인도장을 도입하면 이용객의 쇼핑 편의를 높여 공항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현지로 향할 수 있는 쇼핑 수요를 국내 면세점으로 돌리고, 장기적으로 지방공항 이용 활성화와 지역 관광·교통 등 연관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해외 쇼핑 수요를 국내로 돌려 외화 유출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입국장 인도장이 확대되면 여행객이 출국 전 국내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매한 뒤 귀국할 때 받을 수 있어 해외 현지에서 이뤄질 소비를 국내 면세점으로 유도도 가능하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에서도 입국장 인도장의 사회적 편익이 비용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제도 폐지보다는 존치·개선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이제는 도입 여부를 따지기보다 기존 입국장 면세점과 인도장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