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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도, 사무라이도 아닌 '도사'…넥슨게임즈 '우치'가 여는 조선 판타지 세계

박상준 기자 (psj96@dailian.co.kr)
입력 2026.08.22 17:10
수정 2026.08.22 17:11

드라마와 영화서 익숙했던 한국적 판타지, 트리플A급 액션 어드벤처로 확장

한복부터 한국인 얼굴·설화 속 요괴까지…'동양풍' 아닌 '조선' 구현에 공들여

우치 더 웨이페어러 티저 이미지.ⓒ넥슨게임즈

액션 어드벤처 게임 범람 시대. 포화 상태인 서양 중세 판타지 액션 어드벤처에서 벗어난 '동양 판타지'가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검은 신화: 오공'으로 대표되는 중국 신화와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 등 일본 사무라이가 동양 판타지의 대표 소재로 자리 잡은 사이, 한국의 전통 신화와 무속 요소는 글로벌 동양 판타지 게임에서 상대적으로 보기 어려웠다. 도깨비와 구미호, 무당과 도사처럼 판타지로 풀어낼 소재는 풍부했지만 드라마와 영화에 비해 액션게임으로 옮겨진 사례는 많지 않았다.


넥슨게임즈가 이 빈자리에 도전한다. 트리플A급 싱글플레이 액션 어드벤처 '우치 더 웨이페어러'를 통해서다. 한국 고전소설 '전우치전'을 모티프 삼아 도사 전우치와 설화속 각종 요괴들이 등장한다. 넥슨게임즈가 처음 개발하는 싱글플레이 패키지 게임으로, PC와 콘솔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게임은 적당히 동양적인 배경을 그려 놓고 조선시대라고 우기지 않는다. 한복부터 자연 풍광, 토착 설화 속 요괴까지 고증과 게임적 표현 사이 균형을 맞춰 설계했다. 실제 현대 한국인들의 얼굴을 스캔해서 '어디서 본 듯한' NPC들까지 구현하기도 했다. 단순 동양풍 판타지가 아닌 '조선 판타지'라는 색을 분명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목영미 넥슨게임즈 로어볼트스튜디오 아트 디렉터(AD)는 지난 21일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언리얼 페스트 서울 2026'에서 '우치 더 웨이페어러: 게임 속 조선은 왜 조선처럼 보이지 않는가?'를 주제로 개발 과정과 아트 디렉션을 공개했다.


목 AD가 가장 먼저 꺼낸 화두는 '동양 판타지'와 '조선 판타지'의 차이다. 그는 검은 신화: 오공과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 등을 완성도 높은 동아시아 판타지 게임의 사례로 들면서도, 우치에서는 비주얼만 보고도 한국이라는 점을 알아볼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우치 더 웨이페어러 한복 디자인.ⓒ넥슨게임즈

첫 난관은 한복이었다. 역사적 고증을 그대로 따르자 게임 캐릭터로서의 시각적 임팩트가 떨어졌고, 반대로 판타지 요소를 과하게 넣으면 한국 고유의 실루엣에서 멀어졌다. 여러 겹으로 이뤄진 옷은 액션 과정에서 서로 충돌하거나 캐릭터의 신체를 관통했고, 넓은 소매와 넉넉한 품은 실시간 시뮬레이션 부하도 높였다.


개발진은 직접 한복을 구매해 입어보고 3D 스캔까지 했다. 그 결과 갓과 도포처럼 한국적 인상이 뚜렷한 형태를 중심축으로 잡고, 큰 실루엣은 담백하게 유지하면서 시뮬레이션에 영향이 없는 영역은 레이어드로 밀도를 보완하는 방향을 정립했다. 옷 전체를 실시간으로 연산하는 대신 언리얼엔진의 '본 시뮬레이션' 기능으로 큰 움직임을 잡고 필요한 부분에만 '카오스 클로스' 기능을 적용해 움직임과 성능 사이의 균형도 맞췄다.


고증 비중에는 별도의 기준까지 만들었다. 플레이어 캐릭터와 주요 NPC는 판타지 70%·고증 30% 기준을 설정했다. 일반 NPC는 판타지 30%·고증 70%, 배경은 각각 50%씩 반영했다. '조선으로 보이면서 게임으로도 매력적인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다.


목 AD는 "한복을 고증 그대로 게임에 옮긴다고 해서 무조건 조선처럼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중국과 일본 문화와의 차별성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에서 실제로 쓰인 것은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과감히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넥슨게임즈 사내 페이셜 3D 스캔 결과. 게임 NPC 외형에 반영됐다.ⓒ넥슨게임즈

사람의 얼굴에서도 같은 접근을 택했다. 주인공 우치를 포함한 주요 인물은 실제 배우를 3D 스캔해 구현했다. 관군과 양반, 주모, 대장장이처럼 세계를 채우는 NPC에는 넥슨게임즈 임직원들의 얼굴도 활용했다. 사내 모집에 100명 넘는 직원이 지원했고 프로그래머와 배경 아티스트, 애니메이터, 게임 디자이너 등의 얼굴이 게임 속 조선 사람으로 들어갔다. 주변에서 본 듯한 얼굴의 NPC들이 실제 한국적인 정서를 더욱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개발진은 도깨비뿐 아니라 '그슨새', '강철이', '어둑시니'처럼 대중에게도 이미지가 명확히 굳어지지 않은 존재들을 게임의 몬스터와 캐릭터로 재해석하고 있다.


특히 도깨비는 일본의 오니처럼 흉포한 악귀의 이미지로 접근하지 않았다. 한국 설화에서 도깨비가 장난을 치고 인간과 어울리며 때로는 친근하게 묘사됐다는 점을 살려 '인간과 맞닿아 있는 존재'로 그린다. 제주 전승의 그슨새와 한국 사자탈을 모티프로 삼은 '광사족'의 콘셉트도 이번 강연에서 처음 공개됐다.



우치 더 웨이페어러 몬스터 콘셉트 이미지.ⓒ넥슨게임즈

배경은 밝고 화사한 한국의 자연과 계절감을 기본 톤으로 삼았다. 개발진은 전국 명승지와 조선시대 건축물을 직접 답사해 자료를 수집했고 언리얼 엔진5의 루멘과 메가라이트를 활용해 햇빛과 간접광, 계절에 따른 대기의 변화를 구현하고 있다.


넥슨게임즈가 우치 더 웨이페어러에 거는 기대는 한국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앞선 중국과 일본풍 판타지 게임의 성공 사례를 통해 특정 지역의 역사와 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 엘프도, 사무라이도 아닌 한국의 '도사'가 세계 시장에서 제 매력을 뽐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목 AD는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은 단순히 조선시대 배경이나 의상이 아니라 게임 안에서 조선시대를 읽어낼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라며 "우리가 찾아낸 조선을 '우치 더 웨이페어러' 안에서 발견해 달라"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psj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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