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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도 접은 항암제, 리가켐바이오가 만든다…'독자 링커'로 도전장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입력 2026.08.20 15:14
수정 2026.08.20 15:31

내년 중순 임상 1상 결과가 경쟁력 잣대

단독 개발 자금은 국민성장펀드로 조달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리가켐바이오가 글로벌 빅파마 화이자마저 포기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표적에 홀로 도전하기로 했다. 보조를 맞추던 미국 넥스트큐어가 이탈했지만, 국민성장펀드 자금 수혈로 개발 여력을 확보했다.


약물의 독성을 봉인하는 핵심 기술인 콘쥬올(ConjuAll) 링커가 자신감의 배경이다. 내년 신약 후보물질의 초기 임상 결과가 발표되면 'LCB 2.0' 전략의 성공 윤곽도 함께 드러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의 항암 신약 후보물질 'LNCB74'의 미국 임상 1상 결과가 2027년 중순 공개될 예정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번 임상 데이터를 통해 안전성과 효과 모두를 확인하는 개념 입증(PoC)을 마치겠다는 전략이다.


전통적인 항암제는 암세포를 넘어 일반 세포까지 무작위로 파괴한다는 부작용이 있었다. ADC는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는 항체에 독성이 강한 항암약물(페이로드)을 실어 보내는 플랫폼 기술이다. 경쟁력은 항체가 암세포에 도착할 때까지 약물이 작동하지 않도록 잠가두는 링커로 좌우된다.


ADC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는 리가켐바이오의 핵심 기술도 독자 개발한 콘쥬올 링커다. 콘쥬올 링커에는 크게 두 가지 기술이 혼합돼 있다. 우선 항체마다 균일한 양의 항암약물을 실어 일정한 약효를 내는 부위특이적 접합이다. 여기에 암세포에 나타나는 베타-글루쿠로니다아제 효소를 만나야만 약물에 채워둔 자물쇠가 풀리도록 해 부작용을 최대한 줄였다.


화이자가 개발 중단한 항암 신약 후보물질 '펠메타투그 베도틴'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화이자의 펠메타투그와 LNCB74는 동일한 표적과 항암약물을 사용하지만, 링커를 비롯한 설계 기술에서 차별화된다. 화이자는 진행성 고형암 대상 임상 1상 과정에서 펠메타투그와 기존 치료제의 효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판단으로 파이프라인을 접었다.


리가켐바이오는 같은 표적과 약물을 사용하더라도 링커와 접합 방식에 따라 약을 얼마나 안전하게 쓸 수 있는지에 따라 치료제의 효능이 갈린다는 입장이다. 앞서 면역항암학회(SITC)에서 발표한 전임상 동물실험 결과에서 LNCB74는 화이자와 같은 방식으로 만든 비교용 ADC 항암제보다 더 적은 용량으로 종양을 없앴다.


임상에서도 신호가 나타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1월 LNCB74의 고용량 추가 시험을 승인했다. 항암약물은 독성이 강해 용량이 높아질수록 부작용도 커진다. 규제당국이 항암 신약 후보물질의 약물 용량 허용을 규제하는 이유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번 추가 승인을 LNCB74가 같은 MMAE 약물을 쓴 경쟁 ADC 치료제보다 안전하다는 근거로 해석했다.


리가켐바이오가 단독으로나마 LNCB74를 개발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원래 미국 바이오텍 넥스트큐어와 함께 LNCB74를 개발해왔다. 넥스트큐어가 공동 개발에서 발을 뺀 건 현지 바이오텍 어베어 테라퓨틱스의 합병이 추진되면서다. 단독 전환으로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비는 리가켐바이오가 홀로 떠안게 됐다.


자금 부담 우려는 국민성장펀드로 진화됐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 7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5000억원을 조달했다. 여기에 상반기 말 보유자금 3920억원을 더하면 현재 확보한 유동성만 9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임상 자체도 초기 단계인 만큼 단독 개발에 따른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충분한 셈이다.


그런 만큼 리가켐바이오는 이번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을 새 성장 전략의 시험대로 삼을 예정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달 R&D 데이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초기 발굴 단계에 넘기지 않고 직접 키워 가치가 오른 시점에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LCB 2.0 전략을 공개했었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LCB 2.0는 신약 후보물질을 가치가 극대화되는 지점까지 자체 개발해 더 유리한 조건으로 파트너링하겠다는 전략"이라며 "넥스트큐어로부터 단독 의사결정권을 확보하면서 LNCB74의 성공 시 리가켐바이오가 가져갈 몫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PoC 결과에 따라 빅파마와의 파트너링이 개발비 분담과 재원 확보를 동시에 해결하는 경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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