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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끝' 대신 '씻고 다시'…환경을 지키는 손 [노인일자리-순창]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6.08.19 07:00
수정 2026.08.19 07:00

폐자원 수거·세척·파쇄부터 다회용기 재사용까지

순창 시니어자원순환단.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버려진 페트병을 모아 다시 자원으로 만들고 한 번 쓰고 버리던 식기를 씻어 지역사회에 다시 공급한다. 전북 순창에서는 노인들의 손길이 소득 보전과 사회참여를 넘어 자원순환과 탄소 저감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시니어자원순환단과 청춘드림워싱이 그 현장이다. 소득과 사회참여를 위한 활동이 지역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일로 영역을 넓혔다.


지난 14일 찾은 순창 시니어자원순환단 작업장에서는 참여자들이 수거된 페트병을 일일이 선별하고 씻어내고 있었다. 시니어자원순환단에는 105명이 참여해 순창군 11개 읍·면을 돌며 재활용 자원을 수거한다.


마을에서 모은 투명 페트병은 이물질을 제거한 뒤 세척·파쇄해 재활용 원료로 만들고 폐현수막도 버리지 않고 세척·재단해 페트병을 담는 수거용 자루 등으로 다시 활용한다.


수거량도 적지 않다. 2024년 약 59만개였던 폐페트병 수거량은 2025년 약 264만개로 늘었고 올해도 7월까지 약 162만개를 모았다. 이를 통한 탄소배출 저감 효과는 누적 약 18만4163㎏CO₂eq로 추산된다. 약 2만7903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비슷한 효과다.


현장에는 하루 평균 50㎏가량의 폐플라스틱이 들어오며, 사업 시작 이후 수거량은 60t 안팎에 이른다.


단순히 쓰레기를 모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마을에서 활동하는 참여자들이 페트병을 분류해 모아두면 차량 운전이 가능한 참여자들이 각 마을과 우체국·공공기관 등을 돌며 작업장으로 가져온다.


이후 선별과 세척, 파쇄 작업을 거쳐 실제 재활용이 가능한 업체로 보낸다. 재활용품 판매로 생긴 수익은 다시 지역 취약계층에 기부한다. 올해 7월까지 모인 기부금은 797만원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참여자는 이곳에서 3년째 일하고 있었다. 그는 "나이를 먹으면 어디 가서 일할 데도 없는데 이 일을 하니까 용돈도 되고 보람도 생긴다"며 "특히 환경을 지킨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참여자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 활동하니 운동도 되고 건강도 좋아졌다"고 했다.


순창 청춘드림워싱.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순창의 ‘다시 쓰기’는 페트병을 넘어 식기까지 확대되고 있다. 순창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청춘드림워싱’은 올해 6월 다회용기 세척장을 준공했다. 10명의 참여자가 다회용기를 대여하고 수거한 뒤 세척·살균·소독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7월 참여자 교육을 거쳐 8월 시범 가동에 들어갔으며, 9월부터 지역 행사와 장례식장을 중심으로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세척도 단순한 설거지와는 다르다. 음식물과 이물질을 제거하는 애벌세척을 시작으로 60도 이상 물을 이용한 초음파 세척, 고온고압 살균 세척, 열풍 소독을 거친다.


이후 ATP·UV 오염도 검사와 육안 검수까지 마친 뒤 거래처별로 포장한다. 현재 확보한 다회용기는 약 4만개로, 지역 행사뿐 아니라 장례식장과 카페 등으로 사용처를 넓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참여자들이 새 업무에 바로 투입되는 것도 아니다. 순창시니어클럽은 별도 교육팀을 두고 향후 필요한 업무를 미리 선정해 관련 교육과 자격과정을 운영한다.


청춘드림워싱 참여자들도 다회용기 세척 관련 교육을 받은 뒤 민간 자격을 취득했다. 기존에 가진 능력에 맞는 일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먼저 키운 뒤 현장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폐페트병을 다시 원료로 만들고 버려질 현수막에 새로운 쓰임을 주고 한번 사용한 식기를 다시 식탁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순창의 현장에서는 어르신에게 일을 제공하는 것과 지역의 환경 문제를 줄이는 일이 맞물린다.


'버리고 끝'이던 일상의 방식을 '씻고 다시'로 바꾸는 과정에서 어르신들은 지원을 받는 대상에서 지역을 다시 돌보는 주체로 자리하고 있다.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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