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이전에 엇갈린 표정…금감원 ‘비상’·금융위 ‘체념’
입력 2026.08.19 07:01
수정 2026.08.19 07:01
서울 ‘역출장’ 연 30~40억원 추가 비용
금감원 전문인력 760명, 이탈 우려도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발표가 임박하면서 금융감독원은 이전 저지를 위한 대응을 본격화하는 반면, 세종 이전이 유력한 금융위원회는 정부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체념 섞인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발표가 임박하면서 금융감독원이 대응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발표 이후에는 이전 계획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세종 이전이 유력하다고 알려진 금융위원회는 정부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체념 섞인 분위기가 짙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내부에서는 최근 지방 이전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처음에는 아직 정부 발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움직이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있었다”며 “반대로 이전 대상에 포함된 뒤 대응하면 이미 계획을 바꾸기 어려운 만큼 미리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지난 주말 직원들 사이에서 노조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상당히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내부 분위기를 반영해 금감원 노조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지방 이전 구상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감독 대상은 수도권…출장비만 연 30억~40억원 늘어날 수도
노조는 성명 발표에 그치지 않고 후속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가능한 모든 옵션을 고려 중”이라며 “집단행동을 포함해 노조 차원에서 여러 대응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금감원의 감사 관련 출장 가운데 약 90%는 수도권 내 시내출장이다.
본원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상당 부분이 시외출장으로 바뀌면서 교통비와 숙박비 등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른 추가 출장비가 연간 약 30억~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회사와 검사 대상이 대부분 수도권에 있는 상황에서 감독기관만 지방으로 옮기면 서울을 오가는 ‘역출장’이 일상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감원 노조에 따르면 금융회사 본점의 91.6%, 현장검사 대상의 88.3%, 상장기업 본사의 72.7%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금융민원 역시 81.4%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전문인력 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금감원에는 회계사 507명과 변호사 253명 등 전문인력 760명이 근무 중이다.
지방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상대적으로 민간 이직이 용이한 이들을 중심으로 로펌이나 회계법인, 금융회사 등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 세종 이전 유력한데…내부 반발은 잠잠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감독 업무는 소비자 보호와 완전히 맞닿아 있고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 대응도 중요하다”며 “금융위와 금감원 역시 같이 붙어 있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세종 이전이 유력시되는 금융위에서는 별다른 대응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 정부 차원의 결정이 내려지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현재까지 금융위는 정부로부터 세종 이전 관련 공식 통보나 의견 수렴 요청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이를 두고 이전 가능성이 낮다는 신호로 해석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부처는 이전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기 때문에 금융위만 별도로 논의할 사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공무원에게 근무지는 사실상 인사명령과 같은 것”이라며 “개개인의 불편은 있겠지만 결정되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정부 발표 전부터 이전 저지를 위한 대응에 나선 것과 달리 금융위에서는 내부에서 반발하더라도 정부의 결정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짙다.
금융위 관계자는 “결국 정치적 결단의 영역인 만큼 미리 얘기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도 없다”며 “공무원은 가라고 하면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