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당심 얻고도 '패배'한 정청래…김민석 체제서 정치적 미래는?
입력 2026.08.19 06:30
수정 2026.08.19 08:58
당내 鄭 지지 세력 상당 규모 존재 확인
선출 최고위원은 친청계가 과반 확보
전대서 충돌한 金·鄭 결합 가능성 미지수
"'반명 스탠스' 취한다면 대역죄인 될 것"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출마한 김민석(오른쪽) 후보가 지난 17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회 더불어민주당 정기 전국당원대회에서 당 대표 당선이 확정되자 정청래 후보와 포옹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가 구축되면서 정청래 전 대표의 정치적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최종 득표율 45.92%를 기록하며 김민석 신임 대표에게 패했지만, 당원들의 40% 이상 지지를 확보한 만큼 당내 기반까지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향후 2년간 당 운영과 차기 총선 공천을 주도할 권한이 김민석 대표에게 넘어가면서 정 전 대표가 당내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난 것은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전날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54.08%를 얻어 정 전 대표(45.92%)를 8.16%p 차로 꺾었다.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김 대표가 55.94%로 정 전 대표(44.06%)를 11.88%p 앞섰고, 대의원 투표에서도 66.69% 대 33.31%로 크게 앞섰다. 반면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정 전 대표가 50.70%로 김 대표(49.30%)를 앞섰다. 김 대표는 당원 투표와 대의원 투표에서 확보한 우위를 바탕으로 선호투표에 따른 표 재배분까지 거쳐 최종 승리를 확정했다.
이번 결과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정 전 대표가 패배했음에도 45.92%라는 상당한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국민여론조사 30%를 제외하고 당심만 반영된 권리당원과 대의원 투표만 놓고 환산해도 정 전 대표를 선택한 당심은 약 43.87%에 달한다. 당대표 자리는 놓쳤지만 당내에서 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이 상당한 규모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최고위원 선거 결과 역시 정 전 대표의 정치적 기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최민희·박선원·서미화·이성윤·한민수 후보가 당선되면서 계파 분류상 친청계 3명, 친명계 2명 구도가 형성됐다. 다만 최고위원 다수가 정 전 대표와 정치적으로 가까운 인사라고 해서, 또 지명직 최고위원 2석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정 전 대표가 당 지도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결국 김 대표가 새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하고, 최고위원들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가 정 전 대표의 향후 입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의 권한 차이를 고려하면 정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이전보다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당대표는 당무 전반을 총괄하는 것은 물론 향후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와 정 전 대표가 사실상 친명 대 친청 구도로 맞붙었던 만큼, 정 전 대표로서는 당권을 내준 순간 당내 권력 경쟁에서도 한발 물러서게 된 셈이다.
김 대표는 당선 직후 수락 연설에서 정 전 대표를 향해 포용의 손을 내밀었다. 그는 "정청래와 함께 뛰겠다"며 "제가 그 장을 넓게 열고 함께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 지도부를 꾸리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제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두 후보는 전당대회 기간 당의 노선과 운영 방향을 놓고 강하게 충돌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 측은 정 전 대표를 간접 겨냥해 '반명', '분열주의' 등을 비판했고, 정 전 대표 역시 김 대표를 사실상 친명계 후보로 규정하며 강성 당원들을 중심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전당대회가 끝났다고 해서 양측의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 전 대표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변수다. 정 전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포함한 범진보세력 통합론과 강한 개혁 노선을 강조했다. 당대표 선거에서 패배한 뒤에도 40%가 넘는 당심을 기반으로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유지할 경우 김민석 지도부와 일정한 긴장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당내 여론전에 나서거나 김 대표 체제와 차별화된 의제를 제시할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정 전 대표가 김 대표의 포용 제안을 받아들이고 지도부에 협력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2028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분열이 장기화될 경우 양측 모두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는 만큼, 정 전 대표 입장에서도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김 대표 체제와 일정 수준의 협력을 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정 전 대표에게 정치적 퇴장의 신호라기보다 당권을 잃은 뒤 새로운 정치적 공간을 찾아야 하는 출발점에 가깝다는 평가다. 김 대표가 정 전 대표의 의견을 당 운영에 반영시키며 통합을 이뤄낼지, 정 전 대표가 45.92%의 당심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세력화에 나설지가 향후 민주당 내 권력 지형을 가를 전망이다.
이를 두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 전 대표가 확보한 40%대 당심은 무시하기 어려운 정치적 자산인 만큼 김 대표가 일방적으로 배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정 전 대표가 김 대표 체제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할지, 아니면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별도의 정치적 공간을 만들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정 전 대표가 현재 취할 수 있는 자세는 김민석 지도부에 협조하는 방법 밖에 없다. 지도부와 협조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지 않으면 대역죄인이 될 것"이라며 "만약에 정 전 대표가 지금 김 대표를 공격한다던지, 이재명 대통령을 공격하는 식의 '반명 스탠스'를 취하게 되면 자칫하다 본인 계파마저 온전히 보전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