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날개 단 K-보톡스…'미국 승부' 갈림길
입력 2026.08.18 15:07
수정 2026.08.18 15:15
'내수 시장 포화'에 K보톡스 수출 4년째 성장
앞서 가는 대웅·휴젤···메디톡스는 재도전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국내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제조사에 수출은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다.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 만큼 해외 시장을 점유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성장이 불가능하다.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국가는 제품 판매 단가가 높은 미국이다. K-보톡스 3대장(대웅제약·휴젤·메디톡스)가 미국 시장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18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툴리눔 톡신 수출액은 약 4106억원(2억80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9% 늘었다. K-에스테틱 열풍에 힘입어 4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내는 모습이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중국이 전체 수출액의 절반에 육박했다.
이처럼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조사들이 해외에 공을 들이는 것은 내수 시장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ISAPS)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00명당 미용 시술 건수가 세계 최상위권이다. 잠재 고객 대부분이 이미 시술을 받았다는 뜻이다. 내수 규모는 2400억~3000억원에서 정체돼 있다.
판매 단가도 크게 떨어졌다. 보툴리눔 톡신 표준 용량인 100유닛 1병의 국내 병의원 공급가는 1만원대 초중반까지 내려갔다. 해외는 단가부터 다르다. 오리지널인 애브비 '보톡스'의 미국 도매가는 100유닛 1병당 약 656달러(약 90만원)에 이른다. 경쟁 강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사가 미국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건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9년 '주보'라는 이름으로 나보타를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이후 주보는 오리지널 애브비 '보톡스'에 이어 미용 톡신 시장 점유율 2위까지 올라섰다. 탄탄한 미국 판매를 바탕으로 상반기 나보타 수출액은 13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7% 늘었다.
대웅제약이 빠르게 현지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건 파트너사 덕분이다. 대웅제약은 미국 병의원에 진출할 때 나스닥 상장사인 에볼루스와 함께했다. 에볼루스는 미국 병의원 절반 이상을 커버하는 대규모 유통사다. 대웅제약은 중동,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도 현지 유력 파트너와 손잡는 방식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국내 1위 업체 휴젤 역시 미국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휴젤은 71개국에서 품목 허가를 확보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조사 중 가장 넓은 해외 판매망을 갖췄다. 그럼에도 미국 현지 진출은 대웅제약보다 5년 늦었다. 후발주자로 만회가 시급한 만큼 지난 7월 직접 판매 조직을 꾸리고 나섰다.
직판은 점유율과 수익성을 동시에 겨냥한 승부수다. 그동안 유통사에 넘기던 마진을 직접 챙길 수 있어서다. 단가 높은 미국에서 직접 팔면 수익성이 크게 올라간다. 휴젤은 직판 첫해부터 흑자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2028년까지 현재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지키는 것이 목표다.
반면 3대 K-보톡스 제조사로 함께 꼽히는 원조 메디톡스는 아직 미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4년 미국 전용으로 개발한 액상형 톡신 'MT10109L'가 자료 미비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에서 반려된 탓이다. 그 사이 신흥시장에서 활로를 찾았지만 성장세를 크게 끌어올리진 못했다. 메디톡스는 올해 하반기 FDA 품목 허가 재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K-보톡스의 미래 실적이 결국 미국 등 해외 시장 확보에 달렸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톡신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라 성장 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특히 미국, 유럽 등 규제가 까다로운 시장에서의 허가와 안정적 공급은 그 자체로 품질 신뢰도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