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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 프레임’에 갇힌 프랜차이즈 정책 [임유정의 혜안]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8.19 07:00
수정 2026.08.19 07:00

점주 보호 앞세운 단체협상권…연말 시행 앞둬

본부·점주 대립 구도 고착화 땐 갈등만 키울 수도

프랜차이즈는 결국 한배…상생 위한 균형점 찾아야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서울 시내 한 식당가를 이용하고 있다.ⓒ연합뉴스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단순하다. 서로에게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생각된다면 거래는 성립하기 어렵다. 시장에서 수많은 계약과 교환이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배경이다.


프랜차이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맹본부는 브랜드와 상품,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가맹점주는 가맹금과 각종 비용을 지불해 자신의 점포를 운영한다. 본부는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사업을 확장할 수 있고, 점주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물론 모든 거래가 언제나 공정한 것은 아니다. 특히나 프랜차이즈는 브랜드와 정보, 거래조건을 쥔 본부에 힘이 기울기 쉬운 구조다. 일부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가 반복되면서 정부가 정보공개서 등록, 필수품목 거래조건 공개 등을 통해 점주의 권익을 보호해 온 이유다.


문제는 개입의 정도다. 시장 참여자 사이의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규제가 오히려 자발적으로 형성된 계약 관계의 작동 방식까지 흔들기 시작하면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시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온정적 정책은 오히려 시장의 왜곡을 불러온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은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이미 가맹사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가 촘촘하게 쌓여 있는 상황에서도 올해 역시 새로운 규제를 더하는 데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점주 보호라는 명분은 앞세우면서 정작 기업의 역할과 경쟁력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과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 및 거래조건 변경 협의절차에 관한 고시’ 제정안을 입법·행정예고했다. 이번 제·개정안은 오는 12월 31일 시행되는 개정 가맹사업법의 세부 기준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체 가맹점의 10% 이상이 가입하거나 가입자가 1000명 이상인 점주단체는 등록을 거쳐 가맹본부에 거래조건 변경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본사는 요청을 받으면 14일 이내 협의를 시작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지연할 경우 강제 제재를 받는다.


취지는 분명하다. 가맹본부와 개별 점주 간 정보·협상력의 격차를 줄이고, 본부의 일방적인 거래조건 변경이나 불공정 행위로부터 점주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단체에 실질적인 협의 수단을 부여하고, 본사와 보다 대등한 거래 관계를 만들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런데 정부는 가맹본부와 점주를 노사관계로 보고 있는 걸까. 점주단체에 집단적인 협의요청권을 부여하고 본부에는 이에 응하도록 의무화한 구조를 보면 이런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노동3권’의 논리를 사업자 간 계약관계에까지 확장하는 것이 적절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더구나 수십 개 점주단체가 난립해 협의요청권을 남발하고, 단체 간 강성 경쟁을 부추겨 불필요한 분쟁을 양산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요구가 쏟아질 경우 불필요한 갈등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 운영의 통일성이 흔들리고 프랜차이즈 산업의 본질과 충돌할 가능성도 크다.


가맹본부와 점주는 결국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본부가 경쟁력을 잃으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그 피해는 결국 같은 간판을 달고 장사하는 점주에게 돌아간다. 서로를 견제하고 대립시키는 제도보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먼저다.


다수가 원하는 선택이라고 해서 반드시 옳은 선택은 아니다. 공공의 선택에서도 때로는 좋고 싫음의 기준이 옳고 그름의 판단을 앞서기 마련이다. 정책은 누구의 편에 서느냐가 아니라,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느냐로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데일리안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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