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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수백대 돌려 '12년치' 데이터...LG전자,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승부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8.18 12:00
수정 2026.08.18 12:00

양재 데이터팩토리 연내 풀가동...실데이터·합성데이터 10만시간 확보

제조·물류 노하우에 엔비디아 옴니버스·코스모스·아이작 접목...RFM 고도화

_매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이사를 비롯한 엔비디아 핵심 관계자들이 18일 서울 서초구에 구축 중인 LG 데이터팩토리를 방문했다. 사진은 클로이드가 세탁기 제조 공정에서 데이터를 학습하고 있다.ⓒLG전자

LG전자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연내 10만시간 규모의 로봇 학습 데이터를 확보한다. 로봇 수백대를 실제 가정과 제조·물류 환경에 투입해 데이터를 쌓고,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기술로 이를 합성·증폭하는 방식이다. 휴머노이드 경쟁의 무게중심이 하드웨어에서 대규모 학습 데이터 확보로 옮겨가는 가운데, LG가 수십 년간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기술을 결합해 로봇 사업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LG전자는 18일 서울 서초구 옛 양재R&D캠퍼스에 구축 중인 'LG 데이터팩토리'에 엔비디아 핵심 관계자들을 초청해 로보틱스 분야 협업 방향과 사업화 방안을 논의했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현신균 LG CNS CEO, 정수헌 LG사이언스파크 대표 등 LG그룹 주요 경영진도 참석했다.


이번 회동은 지난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엔비디아 본사에서 미래 전략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이 후속 조치다. 양사가 협약 직후 실제 로봇 데이터 생산 현장에서 다시 만난 만큼, 협력의 무게중심도 선언적 제휴에서 구체적인 사업화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LG전자가 엔비디아와의 협업에서 앞세우는 자산은 제조·물류 현장에서 쌓아온 실제 데이터다. 가전 공장과 물류 현장에서 수십 년간 축적한 작업 데이터에 숙련공의 노하우까지 더해 로봇 학습에 활용하고, 이를 엔비디아 기술로 대규모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양재 데이터팩토리에는 이미 LG전자가 자체 제작한 가정용 로봇 'LG 클로이드'가 투입돼 데이터 생성과 수집,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클로이드는 가정과 유사하게 꾸며진 공간에서 청소 작업을 수행하고,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을 모사한 제조환경에서는 부품을 옮기거나 적재·조립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LG CNS의 물류자동화 솔루션과 LG이노텍의 로봇 손 학습 공간에도 로봇이 투입됐다. LG전자의 완제품 로봇뿐 아니라 물류 자동화와 부품 기술까지 그룹 내 역량을 하나의 데이터 생산 체계로 묶는 구조다.


실제 환경에서 확보한 데이터는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기술을 통해 대규모 학습 데이터로 확장된다. LG전자는 데이터 수집과 적용 과정에 엔비디아 옴니버스 라이브러리, 코스모스 오픈월드 모델, 아이작 오픈 로보틱스 개발 플랫폼 등을 활용한다.


실제 로봇이 만들어낸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상황의 가상 데이터를 합성·증폭한 뒤 다시 로봇 학습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실제 데이터를 무한정 확보하기 어려운 로봇 산업의 한계를 시뮬레이션과 합성 데이터로 보완하는 셈이다.


매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이사를 비롯한 엔비디아 핵심 관계자들이 18일 서울 서초구에 구축 중인 LG 데이터팩토리를 방문했다. 우측 첫번째 류재철 CEO와 우측 두번째 매디슨 황 수석이사가 LG 데이터팩토리에서 데이터 증강합성 솔루션을 살펴보고 있다.ⓒLG전자

LG전자는 이를 통해 '데이터 플라이휠'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고품질 데이터를 학습한 로봇의 성능이 개선되고, 향상된 로봇이 다시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하는 과정을 반복해 학습 데이터와 로봇 성능을 함께 끌어올리는 구조다.


특히 LG는 자체 제조 인프라를 로봇 사업의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생산라인과 물류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는 실제 작업 환경을 반영하고 있는 데다 숙련공의 작업 방식까지 학습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데이터 합성·시뮬레이션 역량을 결합해 학습 데이터의 양과 다양성을 동시에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데이터 생산 규모도 빠르게 늘린다. 양재 데이터팩토리는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4개 층, 연면적 1만㎡ 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LG전자는 연내 투입 로봇을 수백대 수준으로 늘리고 데이터팩토리를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LG전자가 올해 말까지 데이터팩토리에서 직접 수집하는 데이터와 합성·증폭으로 생성하는 가상 데이터를 합친 학습 데이터는 총 10만시간에 이를 전망이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2년 동안 쉬지 않고 작업해야 확보할 수 있는 규모다.


확보한 데이터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성능을 좌우하는 RFM(Robot Foundation Model) 고도화에 활용된다. 다양한 작업과 환경에 대응하는 범용 로봇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로봇 하드웨어뿐 아니라 실제 물리 환경을 이해하고 행동을 학습할 수 있는 대규모 데이터와 AI 모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올해를 로보틱스 사업 도약의 원년으로 정하고 관련 조직과 사업 역량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CEO 직속으로 전사 로봇 사업을 총괄하는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신설했다. 산업용·상업용 로봇에서 가정용 로봇까지 제품군을 넓히는 동시에 액추에이터 등 핵심부품 개발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여기에 데이터팩토리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와 AI 학습 역량을 더해 로봇 부품부터 완제품, 학습·운영까지 아우르는 '로보틱스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류재철 LG전자 CEO는 "그룹 내 핵심 역량을 결집하는 '원 LG' 기반의 시너지와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피지컬 AI 경쟁력을 확보하고 로보틱스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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