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부품·AI 한데 모은 LG...엔비디아와 '휴머노이드' 승부수
입력 2026.08.18 11:17
수정 2026.08.18 11:17
LG 액추에이터·센서·배터리·AI 역량에 엔비디아 로보틱스 플랫폼 결합
내년 1분기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공개...매디슨 황, LG전자 찾아 후속 협력 논의
젠슨 황 CEO의 장녀 메디슨 황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DB
LG와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협력이 차세대 휴머노이드 개발을 중심으로 실행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LG가 그룹 내 액추에이터와 센서, 배터리부터 자체 로봇 AI까지 역량을 결집하고 엔비디아의 AI·로보틱스 플랫폼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내년 1분기 차세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공개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엔비디아 로보틱스 핵심 임원이 LG전자를 찾아 후속 협력에 나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 LG전자 양재 연구개발(R&D)캠퍼스를 방문해 LG전자 고위 관계자들과 로보틱스 사업 협력 방안을 비공개로 논의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장녀인 황 수석이사는 엔비디아에서 피지컬 AI 관련 제품 마케팅을 맡고 있다. 지난 4월에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찾아 류재철 LG전자 CEO와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황 수석이사는 이날 LG전자가 양재 R&D캠퍼스에 구축 중인 '데이터 팩토리'도 둘러본다. 데이터 팩토리는 가정과 공장 등 실제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로봇의 움직임을 학습하고 검증하기 위한 시설이다. 다만 이날 회동은 데이터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양사의 전반적인 로보틱스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구광모 (주)LG 대표(오른쪽)와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왼쪽)가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후 미니어처 휴머노이드 로봇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로봇은 LG가 선물한 것으로, 구광모 대표와 젠슨 황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의 사인이 담겨있다.ⓒLG
이번 방문은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젠슨 황 CEO가 지난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엔비디아 본사에서 전략적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지 닷새 만의 후속 행보다.
양사는 로봇과 AI 팩토리, 모빌리티를 주요 협력 분야로 정하고 연구개발부터 현장 실증, 사업화까지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마련한 협력 구도를 실제 기술 개발과 사업으로 연결하는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올 분야가 휴머노이드다. LG는 내년 1분기 공개를 목표로 엔비디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해당 로봇에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로보틱스 컴퓨팅 플랫폼 '젯슨 토르(Jetson Thor)'가 탑재된다.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추론해 행동하도록 돕는 개방형 휴머노이드 파운데이션 모델 '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와 로보틱스 안전 시스템 '헤일로스 포 로보틱스(Halos for Robotics)'도 활용한다.
LG는 여기에 그룹 내 로봇 관련 역량을 결집한다. LG전자의 액추에이터, LG이노텍의 센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등 계열사가 보유한 핵심 기술을 휴머노이드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LG전자는 가전 사업에서 축적한 모터·구동 기술을 로봇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로 확장하고 있으며, 글로벌 생산 현장에서 쌓은 제조 경험도 로봇 개발과 실증에 활용할 수 있다.
LG의 역할이 하드웨어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LG는 엔비디아의 '아이작 그루트'를 활용해 차세대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동시에 자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도 개발하고 있다. 양사 협력을 통해 확보되는 로봇 데이터와 제조 현장 실증 경험은 자체 RFM 경쟁력 강화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엔비디아 역시 이번 협력을 자사의 피지컬 AI 생태계를 실제 제조·생활 현장으로 확장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LG가 보유한 제품 개발과 제조 역량에 엔비디아의 AI·로보틱스 기술을 결합해 휴머노이드의 개발부터 실증, 사업화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는 구조다.
실제로 양사의 접촉도 올해 들어 빠르게 잦아지고 있다. 황 수석이사의 지난 4월 LG전자 방문에 이어 6월에는 젠슨 황 CEO가 방한해 구 회장과 만나 휴머노이드와 AI 데이터센터 등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이달 MOU 체결에 이어 다시 로보틱스 실무진의 후속 회동까지 이어지면서 양사의 협력도 구체적인 개발 단계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내년 초 공개될 차세대 휴머노이드는 이 같은 협력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LG 입장에서는 가전과 부품, 배터리, AI, 제조 역량을 피지컬 AI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할 기회다. 엔비디아 역시 자사의 로보틱스 플랫폼을 실제 제품과 제조 현장에 적용할 대표 사례를 확보할 수 있다.
양사가 공동 개발한 기술이 실제 제품 경쟁력과 사업화로 이어질 경우 로봇을 둘러싼 협력 범위도 한층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시장에서도 양사의 협력 확대에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9분 기준 LG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7% 오른 21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LG이노텍은 전일 대비 1.53% 상승한 66만4000원에 거래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