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력은 해체했는데…경찰 '종결권'은 누가 견제하나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6.08.13 07:00
수정 2026.08.13 07:00
경찰, 사건 첫 단추 끼우는 역할 넘어서 수사 상당 부분 책임져
사건 접수부터 수사와 종결까지…업무량 증가, 부실수사 가능성
공소기각 사유 확대…추상적 기준 두고 재판서 절차적 공방 우려
경찰 종결권 견제 충분하지 않다면…권력 독점 주체만 바뀌는 것
검찰. ⓒ뉴시스
검찰 권력을 견제하겠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했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경찰의 수사와 사건 종결 권한은 한층 커지게 됐다. 3년여간 서초동 현장을 취재하며 여러 굵직한 변화를 지켜봤지만, 이번 개정처럼 수사에서 재판까지 사건이 흘러가는 체계가 뿌리째 달라지는 변화는 처음 마주한다. 현장을 취재할수록 이번 개정이 단순한 검찰 권한의 축소로만 볼 수 없다는 생각이 커진다. 검찰의 권한을 덜어낸 자리에 더 커진 경찰의 권한을 누가 견제할 것인가. 이 질문이 더 본질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 4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오는 10월2일부터 형사사법체계가 크게 달라진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검사는 기소와 공소유지에 집중하고 경찰과 중수청이 수사를 맡는다.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없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것이 이번 개정의 핵심이다.
문제는 권한을 나누는 과정에서 수사기관 사이의 견제까지 함께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대부분의 고소·고발 사건은 경찰이 접수하고, 경찰은 수사를 거쳐 송치 또는 불송치 여부를 결정한다. 검사는 경찰이 넘긴 기록을 토대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경찰이 사건의 첫 단추를 끼우는 데 그치지 않고 수사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1차적인 종결까지 맡는 셈이다.
물론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 장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수사 지연·위법성에 대한 문제 제기 등 일정한 구제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생길 가능성은 외면하기 어렵다. 이번 개정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일부 복원되거나 조율되었으나, 피해자가 직접 나서기 어려운 사건이나 공익적 고발 사건에서 수사가 불송치로 종결될 경우 이를 제3자가 다시 다툴 수 있는 통로는 여전히 좁고 제한적이다.
경찰청. ⓒ데일리안DB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만큼 업무 부담도 커진다. 일반 형사사건 대부분을 경찰이 담당하게 되면서 사건 접수부터 수사, 종결까지 일선 경찰이 떠안아야 할 업무량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권한은 확대됐는데 인력과 수사 역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사건 처리 지연이나 부실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제도의 변화가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신속한 수사가 아니라 기다려야 하는 수사가 될 수도 있다.
앞서 공소기각 사유를 확대하는 개정 내용 역시 이러한 우려와 맞닿아 있다.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중대한 위법이나 소추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을 법원이 판단해 공소 자체를 기각할 수 있도록 했지만 추상적인 기준을 놓고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절차적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수사단계에서 제대로 작동해야 할 통제 시스템이 재판 단계로 넘어가는 형국이다.
결국 핵심은 어느 기관의 권한을 빼앗느냐가 아니다. 한 기관의 권력을 줄이는 대신 다른 기관에 권한을 몰아주는 권력 이동으로 개혁이 끝나서는 곤란하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검찰이든 경찰이든 똑같이 위험하다. 검찰 권력은 해체했는데 경찰의 수사와 종결 권한을 견제할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면 결국 권력의 독점 주체만 바뀐 것에 불과하다. 누가 수사하느냐를 넘어 그 수사를 누가,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