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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없는 성장 금융, 데이터 신뢰가 먼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9.24 07:18
수정 2026.09.24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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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B, 담보·금융 이력 부족으로 배제된 소상공인에 기회 부여할 것으로 기대

성장성 평가, 보조지표로 활용하고 현금흐름·고정비 등 토대로 신용 판단

사업계좌 거래 및 대출 상환 정보 기반 데이터 공유 강화 바람직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최근 정부가 포용금융의 일환으로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체계(SCB)를 도입했다.


개인의 과거 금융거래 이력과 담보 중심의 대출 심사에서 벗어나, 사업체의 매출 추이·업종·상권·업력·사업 지속성·근로자 수·고객 수요·온라인 플랫폼 활동 등을 활용해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8월 말부터 16개 은행, 약 2조2조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대출에 이를 시범 적용하고 있다.


기존 신용평가로는 낮은 등급을 받거나 이른바 ‘씬파일러(Thin Filer)’로 분류돼 대출에서 배제됐던 자영업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정책 취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신용평가는 본질적으로 ‘갚을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장치이다. 성장 가능성을 포착하는 것과 상환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은 서로 연결돼 있지만 동일하지는 않다.


SCB가 포용금융의 좋은 도구가 되려면, 성장성이라는 매력적인 언어가 신용위험 관리의 기본 원칙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관련된 2가지 문제점이 지적된다.


첫째, 성장성과 상환능력의 혼동이다. 매출이 늘고 상권이 좋아 보여도 임차료·인건비·원재료비·배달 수수료·광고비가 더 빠르게 증가하면 실제 현금흐름은 악화될 수 있다.


외형 성장만으로는 원리금 상환 재원을 알 수 없다. 예컨대 매출이 급증한 식당이 배달앱 광고비와 할인쿠폰 비용, 인건비 부담으로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일 수 있다.


반대로 매출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고정비가 낮고 단골 기반이 견고하며 세금·임대료·대출이자를 성실히 납부하는 사업자는 상환능력이 더 우수할 수 있다.


SCB는 기존 신용등급보다 높은 성장 등급을 받으면 대출 승인, 한도, 금리에서 우대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점수가 부정확하거나 경기 호황기의 매출을 과대 반영하면, 상환능력보다 높은 한도를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소상공인에게도 위험하다.


필요 이상의 부채는 경기가 꺾일 때 채무 부담으로 돌아오며, 결국 취약 차주의 연체와 금융권의 건전성 악화를 동시에 키울 수 있다.


둘째, 경기변동과 상권 충격을 뒤늦게 반영하는 문제이다. 소상공인 매출은 금리, 물가, 지역 개발, 유동 인구 변화, 날씨, 관광수요, 감염병, 플랫폼 정책, 경쟁점포 출현 등에 민감하다.


과거 6개월 또는 1년의 양호한 매출 추세가 다음 해의 상환능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특히, 상권 데이터는 후행성이 있을 수 있다.


유동 인구가 많았던 지역이더라도 대형 점포 진입, 재개발, 교통 동선 변화, 임대료 급등이 발생하면 수익성은 빠르게 달라진다.


대출 심사 시점의 성장성보다 중요한 것은 대출기간동안의 현금흐름 회복력이다.


따라서, SCB가 기존 개인신용평가를 대체하는 단일 점수여서는 안 된다.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기존 신용정보와 비금융정보를 결합하되, 성장성 점수와 상환능력 점수를 분리하는 것이다.


성장성은 대출 승인 후 한도 상향이나 금리 우대의 보조지표로 활용하고, 최종 신용공여는 월별 현금흐름·세금 납부·임대료·인건비·기존 채무·매출 변동성 등을 반영한 상환능력 평가를 중심에 둬야 한다.


영국은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상업 신용정보 공유체계(Commercial Credit Data Sharing: CCDS)를 운영해 왔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요 은행이 중소기업의 사업용 계좌 거래정보, 대출 상환정보 등을 신용평가회사와 공유하도록 하고, 참여 대출기관이 상호주의에 따라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한 은행에만 쌓인 거래정보의 독점을 완화하고, 다른 은행과 비은행 대출기관도 소상공인의 실제 현금흐름과 상환 이력을 평가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다.


영국 사례의 핵심은 소셜미디어의 ‘인기’나 모호한 성장성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사업용 계좌의 실시간 거래 내역, 대출 상환실적처럼 검증 가능하고 상환능력과 직접 연결되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정보공유 기반을 만들었다.


따라서, 국내 SCB도 상권·플랫폼 정보의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되, 평가의 중심은 확인 가능한 사업 현금흐름과 채무상환 이력에 둬야 한다.


결론적으로 SCB는 소상공인 금융을 담보와 과거 신용 이력의 틀에서 한 단계 진전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실험이다.


기존 신용평가가 포착하지 못한 성실한 사업자, 성장 초기의 유망 점포, 금융 이력이 부족한 자영업자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도입 취지는 존중받아야 한다.


금융당국이 매출·업종·상권·사업 지속성 등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겠다고 한 방향도 디지털 전환 시대에 필요한 변화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SCB의 기준은 대출 승인 건수나 공급액의 확대만이 아니다.


금융 이력이 부족하지만, 상환능력이 있는 사업자를 제대로 찾아내고 과잉 대출과 부실을 막으며, 불황기에도 소상공인이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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