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 명분 잡은 국민의힘 당권파, 압박 고삐…쇄신파, 당분간 '로우키'
입력 2026.08.07 07:00
수정 2026.08.07 07:19
당권파, 권영진~서범수 징계 압박
'장동혁 사퇴' 당내 여론 동력 약화 총력
당권파 표적 된 '개혁파' 대안과미래
"일단 자세 낮춰야"…모임 당분간 휴업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그동안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 당권파가 역공에 나서는 모양새다. '당대표 사퇴' 기조로 압박에 나섰던 쇄신파 일부 인사의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고리로 세력 와해에 나선 모양새다. 쇄신파는 당분간 자세를 낮추는 '로우키'(Low-key)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6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실언 논란에 대해 중앙당 윤리위원회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대상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돌려차기 한번 하지"라고 발언한 서범수 의원을 겨냥한 조치로 보인다. 앞선 '원내대표 멱살잡이' 사태에 휩싸인 권영진 의원과 마찬가지로 지도부 내 이견 없이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보완수사권 폐지 토론회 과정에서 불거진 발언에 대해 논의한 결과, 최고위원회는 언행의 심각성에 대해 모두 공감했다"며 "윤리위의 엄중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공통된 의견이 모였다"고 전했다.
지도부는 지난달 31일 '징계 정치' 논란에 휩싸인 중앙윤리위원회의 추가 위원 임명을 두고 계파 간 입장이 엇갈리며 충돌한 바 있다. 편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추천된 위원들의 구체적인 이력을 알지 못한 채 의결에 동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당내 인사 문제에 대해선 이견 없이 일사천리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그만큼 해당 사안이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 지도부는 징계를 의결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윤리위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한 것"이라면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당에 피해가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지혜롭게 판단해 당을 떠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에 지도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쇄신파 입장에선 최근 일련의 논란이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특히 설화에 휩싸인 권영진·서범수 의원은 당내 개혁파 '대안과미래' 소속이다. 이 모임은 그동안 최전선에서 장동혁 대표 사퇴 압박에 나섰던 만큼, 당권파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아왔다. 당대표 비서실장인 박준태 의원은 "당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모임"이라며 해체를 요구할 정도로 반발했지만, 6·3 지방선거 패배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던 탓에 수세에 몰린 쪽은 당권파였다.
그러나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 과정에서 정점식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은 권 의원과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참석하는 국회 간담회 시작에 앞서 "돌려차기 한번 하지"라고 발언한 서 의원 등 문제로 인해 기류는 바뀌었다. 비당권파에서도 부적절한 언행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쇄신파 활동에 동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물론 비당권파 일부에선 징계 조치가 과하다며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당내 여론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친한(친한동훈)계 우재준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분도 이 건이 너무 주목받아서 오히려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부분이 묻힐까 봐 우려를 많이 하는 만큼 조용히 적절한 절차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탈당 권고 문제가 아니라 윤리위에서 적절한 절차를 통해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은 지도부가 권 의원에 대해 '제명 포함 최고 수준 징계'에 공감대를 표한 것에 대해 대안과미래 소속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김 의원은 지난 4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권 의원이 한 행동은 굉장히 이례적이고 잘못된 것은 맞다"면서도 "당내 의원들은 제명 수준이 아니라는 의견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가 그런 표현을 한 것은 (대안과미래 소속) 권 의원이기 때문에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7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안과 미래 조찬 모임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당권파는 표면적으론 '당 기강 확립'이라는 원칙론을 내세우며 발언 수위를 조절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장 대표 거취 압박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한 당권파 관계자는 "당권을 노리고 싸움을 거는 세력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알고 보니까 무소속 한동훈 의원 간담회에 참석한 상태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부정적인 인식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장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 지적을 위한 취지로 열린 한 의원 토론회에 참석한 서 의원에 대해 평가절하했다. 그는 "'돌려차기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아니면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거나 등 상태에서 토론회에 참석한 것이 아니라면, 실수로라도 있을 수 없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번 사태로 대안과미래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영진·서범수 의원은 모임에 소속된 의원 중 참석률이 가장 높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모임은 당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 개최를 준비했지만, 소속 인사들의 논란에 순연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격주로 진행되던 조찬 모임도 당분간 개최되지 않는다. 휴가 시기와 후반기 상임위 활동 등 환경적인 부분도 고려된 조치지만, 모임 소속 인사들의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대안과미래는 당분간 '로우키'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가 모임을 표적으로 삼은 상태에서 굳이 대응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모임 관계자는 "당권파가 사실상 대안과미래를 표적으로 삼은 상태이기 때문에 자세를 낮추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현재 상태론 어떤 메시지가 나가더라도 긍정적으로 해석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쇄신파가 역공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용근 의원이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논란과 관련해 징계 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정경유착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권영진·서범수 의원이 문제라면 윤 의원 논란도 같은 선상에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권파는 "비교할 수 있는 사항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