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록 불법시공 묵인하고 유흥비 대납…한전 간부 2심도 실형
입력 2026.08.06 18:00
수정 2026.08.06 18:01
여성 접대부 불러 술 마신 뒤 업자에 술값 대납 지시
금품 제공받은 무등록 공사업자도 뇌물공여 실형
서울고등법원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데일리안DB
무등록 공사업자의 불법 시공을 묵인하고 공사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한국전력공사 간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6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고법판사 김무신 이우희 유동균)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한국전력공사 간부 A씨에게 최근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원, 추징금 3400만원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범행을 모두 인정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감경했다. 함께 기소된 B씨는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한전이 발주한 6억6000만원 규모의 송전 공사 감독관으로 근무하면서 무등록 공사업자인 B씨의 불법 시공을 눈감아주고 각종 공사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건설업 등록 없이 주식회사 G의 명의를 빌려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다음 해 시행해도 되는 공사를 B씨가 공사를 맡을 수 있는 해당 연도에 진행되도록 하는 등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듬해에는 도급사가 변경될 예정이어서 B씨는 해당 공사를 계속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A씨는 직장 동료들과 유흥업소를 찾아 여성 접대부를 불러 술을 마신 뒤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해 B씨에게 연락해 술값 약 400만원을 대신 결제하도록 했다. 법원은 이 같은 향응과 금품을 포함해 B씨가 A씨에게 제공한 뇌물 규모를 총 3400만원으로 판단했다.
A씨는 "B씨와 동업하기로 한 감리회사 설립 준비 과정에서 사용한 활동비"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동업과 관련한 계약서를 전혀 작성하지 않은 데다, 돈 대부분이 자정 무렵 유흥업소에서 사용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돈을 키핑 해놓고 쓰시는 분이 거의 없어서 기억을 한다"며 "B씨가 '저분 노시는 거 제가 알아서 다 해드릴 테니까, 일단 노시게 내버려둬라', '청구는 저한테 하세요'라고 말했다"는 유흥업소 관계자의 증언 역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등록 공사업자의 불법 시공을 묵인하고 공사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은 공공기관의 공정성과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범행"이라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