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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함께할 땐 제대로…12년 차 레드벨벳의 '제대로 된' 컴백 [가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8.07 22:09
수정 2026.08.07 22:09

웬디·예리 개인 소속사 옮긴 뒤 첫 완전체 신보…5곡 앨범부터 팬콘·무대·리얼리티까지

3세대 걸그룹의 ‘따로 또 같이’ 활동이 늘었지만, 완전체로 모이는 일은 오히려 어려워졌다. 멤버들의 개인 소속사가 나뉘면 앨범 제작과 일정 조율부터 쉽지 않다. 어렵게 신곡을 내더라도 기념 싱글이나 짧은 인사로 활동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장수 그룹이 팬들에게 계속 활동하는 팀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얼마나 자주 모이느냐뿐 아니라, 한 번의 컴백을 얼마나 충실하게 꾸리는지도 중요해졌다.


레드벨벳 ⓒSM엔터테인먼트

레드벨벳(Red Velvet)은 지난 3일 여름 미니앨범 ‘벨벳 서머’(Velvet Summer)를 발매했다. 2024년 6월 ‘코스믹’(Cosmic) 이후 약 2년 2개월 만의 완전체 신보다. 웬디와 예리가 지난해 개인 활동을 위해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난 뒤 처음 내놓은 다섯 멤버의 앨범이기도 하다.


이번 컴백은 앨범 발매에만 그치지 않았다. 레드벨벳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서울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팬콘 ‘어 데이 인 레드 앤 벨벳’(A Day in Red & Velvet)을 열었다. 당초 두 차례로 예정했던 공연이 선예매만으로 매진되자 한 회를 추가했고, 추가 공연까지 모두 매진됐다. 이 자리에서 타이틀곡 ‘서핀 보이’(Surfin’ Boy)의 무대도 음원 발매에 앞서 처음 공개했다.


‘벨벳 서머’에는 타이틀곡을 포함해 다섯 곡이 담겼다. 보사노바 기타와 레게 리듬, 하우스 그루브를 섞은 ‘서핀 보이’를 비롯해 비트의 변화를 앞세운 ‘핫 걸스 콜드 바이브’(Hot Girls Cold Vibe), 헨리 맨시니의 ‘루존’(Lujon)을 재해석한 ‘오케스트라’(Orchestra), 미디엄 템포 팝 ‘훌라후프’(Hula Hoop), 어쿠스틱 팝 ‘하와이’(Hawaii)로 구성됐다. 조이는 ‘서핀 보이’와 ‘하와이’를 단독 작사하며 힘을 보탰다.


고연차 그룹의 신보가 과거 히트곡을 떠올리게 하는 일회성 기념 행사로만 남지 않으려면 노래를 새롭게 즐길 자리도 필요하다. 레드벨벳은 6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신곡 무대를 선보인 데 이어 7일 KBS2 ‘뮤직뱅크’, 9일 ‘2026 SBS 가요대전 서머’ 무대에 오른다. 오는 14일부터는 약 4년 만에 돌아온 단독 리얼리티 ‘레벨업 프로젝트6’도 엠넷과 웨이브를 통해 공개한다. 총 3회로 길지는 않지만 멤버들이 함께하는 모습과 관계성을 기다린 팬들에게는 앨범 밖의 즐길 거리가 된다.


레드벨벳의 신곡이 12년 차에도 낡게 들리지 않는 이유를 음악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노래가 팬콘에서 공개되고 음악방송 무대로 이어지며, 자체 콘텐츠에서는 다섯 멤버가 다시 팀으로 관계를 쌓는다. 팬들은 음원만 듣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의 컴백을 공연과 무대, 콘텐츠를 통해 함께 경험한다. 활동 기간이 길지 않더라도 앨범 한 장이 제대로 살아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블랙핑크 ⓒYG엔터테인먼트

완전체를 기다리는 팬들의 요구는 데뷔 10주년을 앞둔 블랙핑크(BLACKPINK)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블랙핑크는 지난해 7월 시작한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을 올해 1월까지 진행했고, 지난 2월에는 3년 5개월 만의 미니앨범을 발매했다. 팀 활동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앨범 발매 뒤 음악방송과 별도의 퍼포먼스 영상, 네 멤버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자체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다는 아쉬움이 일부 팬들 사이에서 나왔다.


6일 블랙핑크 공식 위버스에는 데뷔 10주년 당일인 8일 서울 모처에서 팬들과 만나는 행사를 연다는 공지가 게시됐다. 응모 기간은 행사 이틀 전인 이날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였고, 참여 인원은 40명이었다. 특히 ‘스케줄상 가능한 일부 멤버’만 참석할 예정이라고 안내해 네 멤버가 모두 모이는 자리도 아니었다.


이는 2024년 열린 8주년 행사와도 비교됐다. 당시에는 행사 20일 전부터 팬 88명을 모집해 네 멤버가 함께 팬사인회를 열었다. 반면 10주년 행사는 이틀 전에 공지된 데다 초청 인원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완전체 참석도 보장되지 않았다. 일부 팬들은 10주년 행사에 걸맞은 준비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등의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모든 장수 그룹이 앨범과 공연, 예능, 음악방송을 같은 비중으로 준비할 필요는 없다. 팀마다 멤버들의 활동 영역과 팬덤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팀 활동을 이어간다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어렵게 모인 시간을 팬들이 실제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레드벨벳의 이번 컴백이 앞으로도 일정한 주기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단독 리얼리티는 세 차례에 그치고 다음 완전체 앨범의 시기도 알 수 없다. 여러 회사가 다섯 멤버의 일정을 계속 조율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레드벨벳은 이번에 모여 신곡만 남기고 흩어지지 않았다. 다섯 곡의 앨범을 만들고, 팬콘과 음악방송 무대를 거쳐 자체 콘텐츠까지 마련했다. 이들의 시간이 ‘빨간 맛’과 ‘파워업’이 울려 퍼지던 과거에 멈추지 않고 2026년의 새로운 장면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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