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형소법·업무보고…李대통령이 '속도전' 택한 이유는
입력 2026.08.05 00:20
수정 2026.08.05 07:20
순방 복귀 하루 만에 형소법 공포…국정 속도전
부동산·청년 일자리까지 챙기며 국정 드라이브
민생·개혁 동시 추진…'주도권 확보 포석' 분석
지속된 지지율 하락세에 '국면전환 시도' 해석도
미국·남미·독일 순방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3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나오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사흘 연속 굵직한 국정 현안을 직접 챙기며 이른바 '속도전'에 나섰다.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 점검부터 형사소송법 개정안 공포, 부처 업무보고까지 숨 돌릴 틈 없는 일정을 이어가면서 국정 주도권을 빠르게 확보하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순방 이후 국정 지지율 하락세가 일부 나타나는 상황에서 정책 추진 속도를 높여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를 통과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하고 곧바로 공포했다. 청와대는 국회 입법권을 존중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법안 내용 못지않게 처리 속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 하루 만에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 절차를 마무리했다. 통상 사회적 파장이 큰 법안의 경우 일정 기간 여론을 수렴하거나 추가 검토를 거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헌법상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에 대해 정부가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 이유는 없었다"며 "국민에게 약속한 국회 존중 원칙에 따라 법률상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법률 공포 자체보다 이후 제도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수사·기소 분리 이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형사사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엔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또 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AI 시대 노동시장 변화 대응과 청년 일자리 확대, 창업 활성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등이 집중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하며 AI 시대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한 사회안전망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산업 형태가 바뀌면서 좋은 기업에 고용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AI가 일반화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좋은 일자리를 찾는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만큼 결국 창업으로 돌파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중소기업 지원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중소기업의 성장은 모두의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만큼 제조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성장의 온기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골목상권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상생 협력 생태계와 금융 안전망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무보고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부처별 실행계획도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세부 추진 일정과 부처 간 협업 방안이 논의됐으며,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이란 사태 등을 반영한 외교·경제 대응 전략도 함께 점검된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수사·기소 분리 체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후속 제도 마련 역시 핵심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순방 직후 이어지는 일련의 일정을 단순한 현안 점검이 아니라 국정 운영 속도를 높이기 위한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날에는 부동산 시장과 증시를 주제로 한 경제 현안 회의를 직접 주재했고, 이날은 형사소송법 공포와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안에 소화하면서 경제와 민생, 사법개혁을 동시에 챙기는 모습을 부각했다는 점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순방 성과를 국내 정책으로 신속하게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경제와 민생, 개혁 과제를 각각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국민들이 정책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국정 운영에서 가장 강조되는 키워드는 실행력"이라며 "부처별 보고도 단순한 업무 설명이 아니라 언제까지 무엇을 실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연이은 강행군이 정책 추진 동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책 추진 속도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지가 향후 국정 운영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역시 후속 대책과 현장 성과를 통해 정책 효과를 입증하는 데 당분간 국정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