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오늘, 한화 방산 통합…김동관의 '한국형 록히드마틴' 어디까지 왔나 [나우앤덴]
입력 2026.07.29 14:31
수정 2026.07.29 16:35
2022년 7월 29일 방산 구조개편 발표 후 4년…한화에어로 중심으로 대집결
에어로 자산 56조·한화오션 수주잔고 338억 달러…수출·북미 방산 진출 팽창
KAI 지분 14.64% 확보하며 경영권 영향 공식화…재무 부담 관리는 남은 과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가운데)과 김동관 부회장(왼쪽)이 지난 1월 한화 제주우주센터를 찾아 지구 관측용 고해상도 합성개구레이다(SAR) 위성의 실물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한화그룹
2022년 7월 29일.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 주도로 그룹 내 파편화되어 있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대통합하는 대대적인 사업 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한화 방산부문 편입과 한화디펜스 흡수합병을 핵심으로 한 이 결정은 한화가 추진한 '한국형 록히드마틴' 전략의 출사표였다.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우주발사체, 한화디펜스는 K9·레드백, ㈜한화 방산부문은 탄약·정밀유도무기로 방산 역량이 나뉘어 있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4년이 흐른 2026년 7월 29일 오늘, 한화의 방산 사업은 단순한 기업 합병을 넘어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방산기업으로 체질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4년 전만 해도 한화 방산의 핵심은 K9 자주포와 천무였다. 지금은 잠수함과 함정, 항공엔진, 위성, 우주사업, 미국 조선소까지 아우르는 사업 구조로 확장됐다.
4년 만에 자산 56조 거인으로
통합 이후 한화의 외형 성장은 폭발적이었다. 2021년 6조4151억원에 머물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간 매출은 2025년 26조7029억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자산총계 역시 2023년 말 19조5429억원에서 올해 1분기 기준 56조6596억원으로 3배 가까이 불어났다. 다만 2025년 매출·영업이익의 급증(전년 대비 각각 137.6%, 78.4%)에는 한화오션 실적이 본격적으로 연결 편입된 효과도 반영돼 있다. 회사 측도 지난해를 '한화오션 실적의 본격 편입으로 방산·조선해양 통합 기업으로 도약한 원년'으로 표현했다.
폴란드향 K9 자주포 및 다연장로켓 '천무'의 순탄한 인도에 이어, 루마니아 등 동유럽 주요국과의 대규모 수주 계약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동유럽 시장의 주요 공급사로도 자리매김했다.
한화오션 품고 해양방산 확장…KAI 지분 14.64%로
방산 통합 이후 한화의 확장은 조선·해양 분야로도 이어졌다. 2023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지상(한화에어로스페이스)-해양(한화오션)-C4I·레이더(한화시스템)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했고, 한화오션은 인수 뒤 실적 회복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말 기준 337억7000만 달러(153척)의 수주잔고를 확보한 가운데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도 매출 5조4432억원, 영업이익 7361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개선했다.
한화오션은 2024년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수주하며 대미 해양방산 협력의 물꼬를 텄다. 이후에도 미 해군 함정 MRO를 추가로 따내며 실적을 쌓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5~2028년 별도로 11조원 규모의 미래전략 투자도 추진 중이다. 해외 방산 거점 확보에 6조2700억원을 투입하는 등 동유럽·미국·중동을 아우르는 현지화 전략이 핵심이다.
나아가 한화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특별관계자인 한화시스템의 장내 매수로 한화그룹의 KAI 합산 보유 지분은 13.61%(1326만2470주)에서 14.64%(1427만3300주)로 확대됐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26.41%)에 이은 2대 주주 지위를 공고히 했다.
앞서 한화는 지분이 5%를 넘어서던 지난 5월 "사업 시너지 가치와 투자 가치를 모두 고려해 지분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향후 정부 주도의 KAI 민영화가 공론화될 경우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인수 또는 통합 등 추진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와 차재병 KAI 부사장 지난 2월 중구 한화빌딩에서 ‘K-방산 글로벌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 핵심 사업 공동 협력 협약’(MOU)을 체결식에서 MOU에 서명하고 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무인기까지 넓힌 전선
방산 통합의 여파는 우주와 무인기 분야로도 이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 단독 사업자로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누리호 4차 발사에도 성공했다. 작년 10월에는 미국 제너럴아토믹스(GA-ASI)와 단거리이착륙 무인기 'GE-STOL'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무인기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이달 3일에는 김동관 부회장이 2040년까지 우주항공·AI·국방AI 분야에 총 55조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김동관의 4년…우주·조선·방산으로 넓힌 역할
방산 통합부터 한화오션 편입, KAI 지분 확대까지 이어진 4년의 확장 과정에서 김 부회장의 존재감도 함께 커졌다. 김 부회장은 방산 통합에 앞선 2021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 쎄트렉아이의 우주 역량을 모은 '스페이스 허브'의 팀장을 맡아 그룹 우주사업을 이끌었다.
여러 계열사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현장을 직접 챙기는 방식으로 알려진 그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후 한화오션 기타비상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며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지원했다.
지난해 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과 관련 행사에 참석해 미국 신정부의 외교·안보 및 재계 인사들과 교류했다. 필리조선소를 기반으로 미국 조선·방산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현지 네트워크를 다진 행보로 풀이됐다.
내실화는 남은 과제
성장의 대가도 적지 않았다. 외형 팽창에 따른 재무 부담은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순차입금은 올해 1분기 기준 9조116억원, 1년 내 만기 도래하는 비파생 금융부채는 22조9317억원에 달한다. 대규모 투자와 해외 생산거점 확대가 실제 수주와 수익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한화의 성장 전략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31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날 기준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7조5530억원, 영업이익 9970억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