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팜, 코로나 백신 '뚜껑' 시장에 깃발 꽂는다
입력 2026.07.27 14:05
수정 2026.07.27 14:11
반월캠퍼스 cGMP 공장서 원스톱 CDMO 승부
연 3000만 도즈 생산 채비…'상업화 조건' 충족
에스티팜 ⓒ에스티팜
에스티팜이 40조원 규모 메신저리보핵산(mRNA) 플랫폼 시장에 깃발을 꽂는다. 미국 기업이 특허를 독점한 핵심 원료인 '캡'을 국산화하면서다.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을 기반으로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한 번에 공급하는 '원스톱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티팜은 경기 시흥 반월캠퍼스에 미국 국제의약품제조기준(cGMP) 기반의 mRNA 전용 생산동을 확보했다. 생산 능력(CAPA)은 코로나19 백신 기준 매년 3000만 도즈 규모다. 실제 생산한 제품의 시험성적서(CoA)도 확보했다. 상업화 전제 조건을 모두 충족한 셈이다.
mRNA는 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해진 플랫폼 기술이다. 주사로 몸에 들어간 mRNA는 세포가 항원을 만들도록 한다. 바이러스 없이도 면역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는 구조다. 이때 필수적인 부품이 캡이다. 캡은 mRNA가 부서지지 않도록 감싸는 일종의 '뚜껑'이다.
안전성과 확장성 덕에 시장 전망은 밝다. 같은 플랫폼에 얹는 항원만 바꾸면 감염병 백신은 물론 암·희귀질환 치료제로도 뻗어갈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mRNA 기반 의약품 시장은 오는 2030년 313억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해마다 17%씩 성장하는 규모다.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이 어려웠던 이유는 특허다. mRNA에 필수적인 부품 캡은 미국 트라이링크가 사실상 독점해 왔다. 트라이링크의 캡핑 시약 '클린캡(CleanCap)'은 상업 승인된 RNA 백신 3종과 세계 45개 이상 기관의 개발에 쓰이며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간 국내 기업이 mRNA 의약품을 만들려면 캡을 트라이링크에서 사와야 했다. 에스티팜은 자체 캡 '스마트캡(SmartCap)'을 개발해 이 의존을 끊었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CDMO에서 오래 쌓은 합성·정제 기술을 캡 생산에 그대로 옮겨온 결과다.
캡만 넘으면 되는 것도 아니다. 변형 뉴클레오사이드라는 또 다른 관문이 있다. 우리 몸은 mRNA 플랫폼을 침입자로 여겨 염증을 일으킨다.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mRNA 플랫폼을 이루는 염기를 변형해 거부 반응을 없애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게 미국 셀스크립트의 변형 뉴클레오사이드 기술이다. 에스티팜은 셀스크립트 특허를 피해 mRNA 구조체를 새로 설계했다. 현재 관련 기술의 국내를 넘어 국제 특허를 취득한 상태다.
에스티팜은 이를 토대로 국내외에서 스마트캡 적용 사례를 넓히고 있다. 지난 2024년에는 벨기에 퀀툼 바이오사이언스와 캡핑 공급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국제기구 감염병혁신연합(CEPI)의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백신 프로젝트에 기술 파트너로 참여했다. 국내 첫 mRNA 자궁경부암 백신 연구에도 스마트캡이 쓰였다.
물론 특허 문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두 회사의 특허 경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트라이링크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에 이어 이달에는 중국에서도 관련 특허를 새로 등록하며 방어를 강화했다. 에스티팜도 한·일·중 등록을 마친 데 이어 미국·유럽 등에서 심사와 후속 특허 출원을 이어가고 있다. 두 회사 기술이 비슷한 방식을 쓰는 만큼 권리 범위가 겹치는지가 앞으로 쟁점이 될 수 있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한국·일본·중국에서 핵심 특허 등록을 마쳤고, 미국·유럽 등 주요국에서 심사와 후속 특허 출원을 이어가고 있다"며 "에스티팜의 기술은 고객이 개발하는 mRNA 플랫폼 서열과 목적에 맞춰 맞춤형 캡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