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심장질환' 환자 반복 수술 줄인다…서울대병원, 세계 첫 성과
입력 2026.07.27 13:38
수정 2026.07.27 13:38
동물 유래 판막 면역 거부반응·석회화 위험 낮춰
“실제 환자 치료로 연결할 수 있도록 연구 이어갈 것”
체외 재세포화 실험: α-갈락토시다아제와 PNGase-F로 함께 처리한 이종조직판막에 사람 줄기세포를 56일째 단일배양했을 때, 재세포화가 촉진돼 관련 단백질 발현이 증가. (초록색/빨간색)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심장 수술에 사용되는 동물 유래 판막의 면역 거부반응과 석회화 위험을 줄이고, 줄기세포 한 종류만으로 판막을 살아 있는 조직처럼 되살리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반복적인 판막 교체 수술이 필요한 선천성 심장질환 환자들의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다.
27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임홍국 소아흉부외과 교수 연구팀(김소영 의생명연구원 연구교수·김기범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이종항원을 제거한 돼지 심낭에 줄기세포를 단독 주입해 체외·생체 내 재세포화와 석회화 억제 효과를 확인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현재 심장 수술에서는 돼지나 소의 심낭과 판막 조직이 이식재로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동물 조직에 남아 있는 이종항원은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칼슘이 쌓이는 석회화를 유발해 이식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이종항원을 제거하고 판막 조직이 체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하는 기술 개발이 요구돼 왔다.
연구팀은 앞서 돼지 심낭에서 효소를 이용해 이종항원을 제거한 뒤 사람 지방유래 중간엽 줄기세포와 제대정맥 내피세포를 함께 배양하는 체외 재세포화에 성공한 바 있다. 다만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과정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줄기세포 한 종류만 사용하는 단일배양 재세포화 기술을 구현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했다.
생체 내 실험: 탈세포화 후 글루타르알데하이드(GA) 고정 및 항석회화 처리를 거쳐 재세포화된 이식편이 (A) 조직분석에서 Vimentin(빨간색) 발현 증가 (B) von Kossa 염색에서 석회화 분포(검은색) 감소 (C) CT 정량 분석 시 칼슘 침착 유의하게 감소.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돼지 심낭 조직을 탈세포화한 뒤 α-갈락토시다아제와 PNGase-F 등 두 가지 효소를 처리해 이종항원(α-Gal·Neu5Gc)을 제거했다. 이후 세포가 조직에 잘 부착되도록 특수물질로 표면을 코팅해 이종심장이식편을 제작했다.
이식편에는 사람 지방유래 줄기세포를 주입해 8주간 배양하며 체외 재세포화를 관찰했다. 또 탈세포화·글루타르알데하이드(GA) 고정·항석회화 처리를 거친 이식편에는 쥐 골수유래 줄기세포(BM-MSC)를 심어 쥐 피하에 이식한 뒤 생체 내 재세포화와 석회 침착도를 평가했다.
실험 결과, 탈세포화 후 두 효소를 함께 사용했을 때 판막 조직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주입된 줄기세포는 28일째 조직 기질 안쪽까지 침투했고 56일째에는 표면과 내부 전반에 세포가 고르게 분포해 시간이 지날수록 세포 침윤과 조직 재형성이 더욱 활발해졌다.
재세포화 관련 단백질(비멘틴·파이브로넥틴·칼포닌·CD31·vWF/팔로이딘) 발현도 모두 늘었다. 이는 줄기세포가 조직 표면에 단순히 부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부로 침투해 새로운 세포로 분화하면서 재세포화가 진행됐다는 의미다.
동물 실험에서도 이식된 판막이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탈세포화 후 글루타르알데하이드 고정 및 항석회화 처리를 거쳐 재새포화된 이식편에서 비멘틴 발현이 더 강하게 나타났고, 석회화 수치도 재세포화되지 않은 군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임홍국 교수(소아흉부외과)는 “이번 연구는 면역학적 장벽 제거, 세포 정착, 조직 재형성과 석회화 억제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이 기술을 실제 환자 치료로 연결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생물의학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바이오엔지니어링’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한편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은 2021년 5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유족이 기부한 3000억원을 재원으로 출범했다. 소아암과 희귀질환 환자의 진단·치료와 관련 연구를 지원하는 10년간의 중장기 사업으로, 2024년까지 진단 9521명과 치료 3892명 등 총 1만3000명 이상의 환아를 지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