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됐다고 끝 아니다"…소아 뇌종양, 20년 뒤에도 '이차암' 위험
입력 2026.07.28 13:24
수정 2026.07.28 13:24
서울대병원, 두개강내 배아종 환자 160명 장기 추적
“방사선량 줄인 치료군, 생존율·기능 보존 더 우수”
뇌 중심부(송과체)에 발생한 두개강내 배아종(노란색 원). ⓒ서울대병원
10년 생존율이 88.6%에 달하는 소아 뇌종양 ‘두개강내 배아종’이 완치 후 수십 년이 지나서도 새로운 암(이차암)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8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왕규창 소아신경외과 명예교수(현 국립암센터)·김승기·김경현 교수와 김일한 방사선종양학과 명예교수, 심영보 강북삼성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은 1983년부터 2013년까지 두개강내 배아종으로 치료받은 환자 160명을 평균 13.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두개강내 배아종은 소아청소년과 젊은 성인에게 주로 발생하는 뇌종양으로, 뇌의 송과체나 뇌하수체 주변에 생기는 생식세포종양이다. 항암 및 방사선 치료에 잘 반응해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어린 나이에 치료받는 환자가 많아 이차암과 내분비 이상, 신경학적 장애 등 장기 합병증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연구 대상자의 진단 당시 평균 연령은 15.6세였으며, 남성이 77.5%를 차지했다.
분석 결과, 치료 후 5년과 10년 전체 생존율은 각각 93.8%, 88.6%로 나타났다. 기존 종양의 재발 누적 발생률은 치료 5년 후 5.6%에서 안정화돼 이후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았으며, 환자의 88.5%는 치료 10년 후에도 양호한 기능 상태(KPS ≥ 60)를 유지했다.
두개강내 배아종 환자의 재발은 치료 후 5년 이후 안정되는 반면, 이차암은 장기간에 걸쳐 증가했다.ⓒ서울대병원
반면 새로운 암이 발생하는 이차암의 누적 발생률은 치료 5년 후 0.6%, 10년 후 2.1%로 나타났으며, 이후에도 수십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 이차암이 발생한 환자 14명은 최초 치료 후 평균 17.6년 만에 진단을 받았다. 교모세포종이 가장 많았고, 수막종 3명, 성상세포계 교종 2명 등이 확인됐다. 특히 이들 가운데 11명은 10대 청소년 시기에 최초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성장기 방사선 노출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사망 환자 31명 가운데 9명은 방사선 치료 후 발생한 이차 악성종양으로 사망했다. 후기 합병증의 영향으로 치료 20년 이후부터 전체 생존율도 추가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장기 합병증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환자의 19.5%는 호르몬 보충 치료가 필요했고, 방사선 유발 혈관 질환(2.5%)으로 모야모야증후군이 발생해 뇌혈관 재건 수술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우울증과 자살을 포함한 정신건강 문제(5.0%)도 확인돼 신체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아우르는 통합적인 생존자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치료를 병행한 환자군(파란색)은 방사선 범위·용량이 줄었음에도 생존 확률(왼쪽)과 KPS 60점 이상 유지 확률(오른쪽)이 더 양호했다. ⓒ서울대병원
치료 방법별로는 항암치료를 병행해 방사선 치료 범위와 용량을 줄인 환자군이 방사선 단독 치료군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보였다. 항암치료 병행군의 원발 부위 평균 방사선량은 45.9Gy로, 방사선 단독 치료(52.1Gy)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이는 항암제 자체의 효과라기보다 방사선 노출을 줄인 데 따른 복합적인 효과로 분석됐다. 실제 재발률은 증가하지 않았고, 전체 생존율과 일상생활 기능 보존 정도는 더 우수했다. 다만 연구팀은 여러 시기에 걸쳐 치료받은 환자를 분석한 연구인 만큼 치료기술의 발전이 장기 예후에 미친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승기 교수(공동 1저자)는 “두개강내 배아종은 완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종양이지만, 치료 후 수십 년이 지난 시점에도 이차암과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함께 살피는 20년 이상의 장기 생존자 관리 시스템과 세대를 이어가는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신경종양학 분야 국제 학술지 ‘뉴로온콜로지 어드밴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한편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은 2021년 5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유족이 기부한 3000억원을 재원으로 출범한 10년간의 중장기 지원 사업이다. 소아암과 희귀질환 환자의 진단·치료 및 연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진단 9521명, 치료 3892명 등 총 1만3000명 이상의 환아를 지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