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트랙레코드 '1000건' 단숨에…비만약 허들 넘었다
입력 2026.07.23 13:36
수정 2026.07.23 13:39
공장 짓고 인증받는 데만 수년…인수로 단축
비만약 원료 수요 급증에 사업 다각화 '속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공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비만치료제 원료 시장에 본격 진입한다. 스위스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로 진입 장벽을 단숨에 넘으면서다. 70년 동안 폴리펩타이드가 쌓아온 1000종의 치료용 펩타이드 생산 노하우를 그대로 넘겨받는 만큼 시장 안착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폴리펩타이드 연간 매출 가운데 대사질환이 차지하는 비중은 57%로 집계됐다. 매출 비중이 4년 만에 두 배 넘게 뛴 셈이다. 마운자로 등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한 영향이 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폴리펩타이드 인수합병(M&A)을 선택한 이유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서 검증된 생산 이력은 곧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같은 규제기관은 의약품 생산시설에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cGMP) 인증을 요구한다. 자체 공장을 짓는다고 하면 설비 검증을 거쳐 인증을 받는 데만 수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공정 난도도 높다. 대표적인 허들이 정제 기술이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 배열에 따라 합성 조건과 정제 방법이 모두 달라진다. 정제 공정이 총 생산비의 40~60%를 차지하는 배경이다.
폴리펩타이드는 용매 사용량을 크게 줄이는 공정을 확보했다. 쓰고 남은 용매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기술도 미국 토런스 공장에 도입했다. 원가와 폐기물을 동시에 줄이는 방식이다. 1000종이 넘는 치료용 펩타이드를 만들어본 경험이 발휘된 결과다.
폴리펩타이드는 일라이 릴리 등 250개 글로벌 고객사와 다양한 공정 문제를 해소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펩타이드 임상 3상 프로젝트의 3분의 1 이상에 폴리펩타이드가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이런 노하우 때문이다. 덕분에 현재 진행 중인 대사질환 프로젝트 가운데 7건이 임상 3상 단계를 진행 중이다.
대사질환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수로 기존 계약 물량은 물론 폴리펩타이드가 갖춘 인프라를 그대로 넘겨받는다. 현재 폴리펩타이드는 스웨덴, 미국 등 세계 곳곳에 6개 생산·연구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1500명 안팎의 전문인력도 함께 확보한다.
이로써 생산능력과 사업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이라는 3대 성장축 확장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이날 투자자 서한을 통해 "이번 인수가 완료되면 고성장하는 펩타이드 CDMO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미국 등 핵심 시장 내 검증된 생산 거점과 상업화 규모의 생산능력(CAPA)을 즉각 확보하게 된다"며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대축 확장 전략에도 완벽히 부합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내 유럽 영업망을 구축해 M&A의 시너지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3분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 판매 거점을 연다. 미국, 일본에 이은 세 번째 해외 영업 거점이다. 네덜란드는 유럽 중앙에 있어 주요국 어디든 항공편으로 가깝다. 폴리펩타이드의 생산거점인 스웨덴과 벨기에, 프랑스 등과도 마찬가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폴리펩타이드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의 임상 3상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트랙레코드 측면에서 강력한 경쟁 우위를 갖추고 있다"며 "개별 고객사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두 회사 간 중복되는 고객사가 많은 만큼 통합 서비스 제공을 통한 교차 수주 기회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수를 통해 검증된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