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익스페디션, 국산은 흉내도 못내는 '진짜 미국맛' [시승기]
입력 2026.07.23 07:00
수정 2026.07.23 07:00
5세대 포드 올-뉴 익스페디션 시승기
8년 만의 세대 교체…내외부, 뼛속까지 대변화
국내 경쟁 모델 없는 '풀사이즈 SUV'의 독보적 존재감
캠핑족 저격할 스플릿 게이트·외부 라이트까지
포드 올-뉴 익스페디션 ⓒ에프엘오토코리아
세단이 길을 잃으면서 발에 차고 넘칠 정도로 다양한 SUV가 쏟아지는 요즘, 어지간한 차별화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붙잡기 어려워졌다. 누군가는 하이브리드로 두자릿수 이상의 연비를, 누군가는 휘황찬란한 옵션과 화려한 조명을, 누군가는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시선을 낚아채기도 한다.
이 가운데 SUV 판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포드가 택한 무기는 ‘오리지널리티’다. 유행에 맞춰 몸집을 줄이거나 매끈하게 다듬는 대신, 미국산 풀사이즈 SUV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크게 밀어붙였다. 8년 만에 완전변경을 거친 익스페디션은 선택지가 넘쳐날수록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원조의 맛’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래서 시승해봤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 타워에서부터 남양주의 한 카페를 찍고 돌아오는 왕복 약 90km의 코스로, 고속도로부터 외곽의 좁은 골목길까지 두루 달려봤다. 시승모델은 포드 올 뉴 익스페디션, 최상위 단일 트림으로 출시됐으며 가격은 1억2500만원이다.
포드 익스페디션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전장 5340mm, 전고 1995mm. 제원표를 보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건만, 예상했던 것 보다도 훨씬 더 크다. 국내에서 이 몸집에 경쟁할 만한 모델이 사실상 없다는 건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다. 160cm 여성 기준 가슴팍을 훌쩍 넘어서는 보닛 높이는 괜한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안 그래도 우락부락하고, 투박한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포드 브랜드에서 'SUV 끝판왕'을 담당하는 모델답게, 얼굴에서 풍기는 포스도 남다르다. 헤드램프며 그릴이며 죄다 큼직큼직해, 한 번 보고나면 언제 어디서 봐도 한눈에 익스페디션임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다.
8년 만의 완전 변경 모델인 만큼 전작하고의 차이도 확실하다. 전반적인 디자인 포인트는 그대로인데, 차량이 주는 인상 자체가 더 또렷하고 선명해졌다. 그릴과 수평으로 이어지는 두꺼운 헤드램프는 끝으로 갈수록 얇아지면서 날카로운 인상을 만들고, 보닛위에 흩뿌려진'EXPEDITION' 레터링은 세련된 느낌을 낸다.
최근 국산차들이 파격적이고 호불호 강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통적인 미국식 SUV의 모습을 간직한 익스페디션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포드 익스페디션 측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측면으로 돌아서면 미국에서 부르는 '플래그십 SUV'의 무게감이 더욱 확실해진다. 국산 대표 플래그십 SUV인 팰리세이드와 비교하면, 뒤로 엉덩이 하나가 더 있는 느낌이다. 같은 집 럭셔리 브랜드인 링컨, 옆집인 캐딜락을 빼놓고 대중 브랜드로만 생각해보면 국내에서 단연 유일한 크기다.
외관이 기존 디자인을 현대식으로 정리해냈다면, 실내는 나름대로 과감한 변화가 눈에 띈다. 그간 포드를 떠올리면 투박하고, 과거에 머물러있는 듯한 인테리어가 주를 이뤘지만, 이번 익스페디션은 상당히 '요즘스러운' 장족의 발전을 이뤄냈다.
포드 익스페디션 인테리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포드 역사상 찾아볼 수 없었던 2개의 디스플레이다. 운전석 앞 전면 유리에 가깝게 붙은 24인치 파노라믹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1열 중앙 디스플레이가 차의 덩치만큼이나 큼지막하게 탑재됐다.
대시보드 상단에 자리한 24인치 디스플레이는 계기판의 역할을 하는데, 스티어링 휠 너머로 주행 정보를 확인하는 구조라 시선을 크게 내리지 않아도 된다.
중앙에는 13.2인치 가로형 센터스택 터치스크린이 배치됐는데, 포드 디지털 익스피리언스를 통해 차량 주요 기능을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속 기능들이 큼직하게 그려져있어, 처음 타더라도 제어가 어렵지않다.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도 당연히 된다.
포스 익스페디션에 최초로 적용된 '플렉스 파워 콘솔'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가장 인상적인 장비는 버튼을 누르면 앞뒤로 최대 20cm 움직이는 ‘플렉스 파워 콘솔’이다. 밥을 먹어도 될 정도로 넓은 콘솔의 앞에 움직일 수 있는 버튼이 있는데, 뒤로 밀면 1열에 가방이나 짐을 둘 수 있는 수납 공간이 나타난다.
반대로 2열 승객이 컵홀더와 공조장치를 가까이에서 이용하고 싶을 때는 콘솔을 뒤쪽으로 이동시키면 된다. 단순한 기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직접 움직여보면 넓은 실내를 상황에 맞게 나눠 쓰는 데 꽤 유용하다. 뒷좌석에서도 콘솔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패밀리카 다운 면모도 잘 드러난다.
2열에는 독립식 캡틴 시트가 적용됐다. 시트 사이 통로를 통해 3열로 이동할 수 있고, 3열은 전동 폴딩과 리클라이닝을 지원한다. 3열 가운데 등받이만 접으면 1열 콘솔부터 트렁크까지 긴 통로가 생긴다. 스키나 낚싯대처럼 긴 물건을 적재하고도 6명이 탑승할 수 있는 구조다. 커다란 차체 덕에 넓어진 공간을 어떻게하면 잘 사용했다고 소문이 날 지, 꽤나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포드 익스페디션에 최초로 적용된 '스플릿 게이트'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후면에 최초로 적용된 ‘스플릿 게이트’도 다기능 패밀리카로서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트렁크가 위로 열리는 상단 도어와 아래로 펼쳐지는 하단 도어로 나뉘는데, 하단 게이트는 최대 227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어 성인 여러 명이 걸터앉는 벤치나 간이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다.
상단 도어는 비나 햇빛을 피하는 작은 지붕 역할을 한다. 위 아래 도어를 펼쳐놓고 보니, 아이들과 강아지를 앉혀놓고 인생샷을 찍는 부모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스쳐갔다.
스플릿 게이트 하단 도어를 열고 성인 남성이 앉은 모습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특히 캠핑이나 낚시 등 야외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라면 단순한 편의사양 이상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목적지에 도착해 트렁크를 여는 순간 차량의 일부가 곧바로 휴식 공간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거대한 차체를 감수하고 익스페디션을 선택해야 할 이유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차량 주변을 네 구역으로 나눠 비추는 ‘360도 존 라이팅’도 같은 맥락이다. 차량 외부 앞,뒤, 양옆에서 조명이 나와 가로등이 없는 야외에서도 차량 주변을 밝힐 수 있다. 필요한 구역만 선택해 켜는 것도 가능하다. 스플릿 게이트와 함께 사용하면 별도의 조명이나 테이블을 꺼내기 전에도 간단한 야외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내외부를 보고나서도 1억2500만원이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서둘러 운전대를 잡고 도로로 나가보길 권한다. 익스페디션의 가장 큰 매력은 국내에 출시된 포드 모델 가운데 처음 적용된 고성능 엔진이, 3000kg에 가까운 거대한 차체를 단숨에 잊게 만든다는 데 있다.
포드 익스페디션 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거대한 차체를 움직이는 것은 3.5L 에코부스트 하이-아웃풋 V6 엔진에 10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최고출력이 무려 446마력, 최대토크는 70.5kg·m를 낸다. 미국 플래그십 SUV의 맛은, 작은 엔진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요즘의 정서와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무겁고 거대한 몸뚱이를 누가 뒤에서 미는 것 처럼 아주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초반부터 힘을 과시하며 튀어나가기보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차분하게 속도를 붙인다. 그러다 페달에 힘을 더 주면 묵직한 힘이 거대한 몸뚱이를 단숨에 밀어내면서, 경쾌하고 날쌔게 치고 나간다. 이 덩치에 믿기 어려운 날렵함이다.
시승 중 비가 많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바꿀 때나, 커브를 돌 때도 날렵하고 안정적으로 돌아냈다. 연속 댐핑 제어 서스펜션이 실시간으로 노면을 파악해 감쇠력을 조절하고, 전자식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이 미끄러운 노면에서 좌우 구동력을 최적화해준 덕분이다.
물론 높은 차체와, 프레임바디 특유의 감각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미국산 대형 SUV에서 떠올리기 쉬운 출렁임과 투박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 하다. 요철에서 올라오는 충격이 상당부분 걸러지면서 흔들림이 적고, 강력한 엔진을 탑재하고도 꽤나 조용하다.
전작이 넓은 공간과 견인력을 앞세운 전형적인 미국산 풀사이즈 SUV였다면, 신형은 여기에 ‘달리는 맛’을 더해 육각형 인재로 거듭난 듯 하다.
포드 익스페디션 정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다만, 이 거대한 차체를 재밌고 힘차게 굴리는 만큼, 연비는 감수해야할 영역이다. 시승 후 확인한 연비는 6.1km/L. 이 차를 고민하고 있다면, 연비 보다는 익스페디션만 할 수 있는 가치에 집중하는 편이 좋겠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거대한 크기로 인해 마음편히 움직이거나, 주차를 하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익스페디션의 특별함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가격을 떠나 이 크기와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유일하고 확실한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링컨 네비게이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등 비슷한 몸집의 모델과 비교하면 5000만원 가량 저렴한데다, 최고급 트림과 옵션을 즐길 수 있단 점에서 오히려 가성비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 타깃
-도로 위에서 존재감 제대로 드러내고 싶다면
-캠핑이 삶의 루틴으로 자리잡은 가족
▲ 주의할 점
-고유가 시대 6.8km/L의 연비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될 것
-주차장은 늘 미리 알아보는 습관을 가져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