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지원 "청년최고위원만 만든다고 청년 돌아오지 않아…졸속 도입엔 반대"
입력 2026.07.18 07:00
수정 2026.07.18 07:00
"청년 목소리 필요하지만 절차도 공정해야"
"민주당이 못해서 청년들 떠났단 건 프레임"
"청년 문제 해결 핵심은 부동산·균형성장"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청년최고위원 한 명을 만든다고 청년 정책이 갑자기 쏟아지거나 청년들이 민주당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1987년생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인 박지원 최고위원은 최근 당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청년최고위원제'와 관련해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졸속 추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최고위원회의 청년최고위원 신설안 표결 당시 기권한 배경에 대해 "청년 최고위원 제도를 도입하는 취지는 찬성하지만 지도체제 변경을 수반하는 당헌 개정 사안을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전당대회에 맞춰 급하게 처리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청년도 공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인데 당장 후보 등록을 앞둔 상황에서 일부 준비된 사람들에게만 기회가 돌아가는 구조 역시 또 다른 공정성 논란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청년의 정책 참여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박 최고위원은 "지도부든 정부든 청년의 관점에서 정책을 바라보고 '이 정책은 청년들이 오히려 싫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일종의 센서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청년최고위원 논의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청년최고위원에게 과도한 역할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고위원은 정책을 만드는 자리가 아니라 당무를 의결하는 지도부"라며 "청년 정책은 전국청년위원회와 청년미래연석회의 등 기존 조직과 정부 부처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2030세대의 민주당 이탈' 분석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뭘 잘못해서 청년들이 떠났다고 단정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프레임"이라며 "2030세대는 성별과 지역, 학력, 생활환경에 따라 관심사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해석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청년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공정이라는 가치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오히려 자신의 노력이 일정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기존에 믿고 있던 시스템이 갑자기 바뀌고 미래가 흔들릴 때 청년들이 가장 큰 불안과 불만을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청년 표심을 되돌릴 해법 역시 상징적 제도보다 구조적 변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 최고위원은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결국 부동산과 주거, 일자리"라며 "청년만을 위한 정책을 따로 만드는 것보다 지역에서도 좋은 일자리를 얻고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국토균형성장과 지방주도성장 기조도 결국 청년들이 지역에서 교육을 받고 취업하고 결혼까지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균형성장과 지방경제 활성화가 성과를 내면 청년 문제도 자연스럽게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지원 민주당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지난 14일 청년최고위원 신설안이 부결됐다. 어떤 입장이었나.
"저는 개인적으로는 기권을 했지만 청년최고위원 제도의 취지에는 찬성한다. 다만 지도체제 변경을 수반하는 당헌 개정 사항을 당원 의견 수렴 없이 특정 전당대회에 맞춰 급하게 처리하는 것은 졸속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기권했다."
Q. 청년최고위원은 필요하다고 보나.
"청년의 관점이 정책 결정 과정에 들어가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다만 청년최고위원 한 명이 생긴다고 청년 정책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정책을 볼 때 '청년들은 이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센서 역할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청년최고위원제를 실시한다고 해서 그것으로 충분히 청년들의 목소리가 담기고 커되느냐는 좀 별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Q. 청년최고위원에게 청년 정책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고위원은 정책을 만드는 자리가 아니라 당무를 의결하는 자리다. 청년 정책은 전국청년위원회나 청년미래연석회의 등 기존 조직과 정부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맞다. 청년최고위원 자리를 만든다고 해서 청년 정책이 갑자기 만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조금은 과한 기대인 것 같다."
Q. 일각에서는 2030세대가 민주당을 떠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인을 어떻게 보나.
"저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청년층이 민주당을 대거 떠났다고 보지는 않는다. 원래 2030세대는 성별과 지역, 학력 등에 따라 정치 성향이 상당히 다양하게 나타난다. 2030 남성과 여성의 지지 성향도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었고, 이번 선거에서 그 흐름이 특별히 더 강화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청년층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민주당이 청년을 잃었다'고 분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프레임이다. 청년최고위원 한 명을 만든다고 해서 표심이 돌아오고, 청년수당 하나를 만든다고 해서 지지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도 과도하다.
오히려 청년층은 정당보다 후보 개인의 이미지와 선거 전략, 그리고 자신이 처한 지역의 주거·일자리·교통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젊은 세대는 특정 정당에 대한 심리적 소속감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무당층 성격이 강하다. 민주당을 덜 찍는다고 해서 곧바로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고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2030세대는 '공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분석이 많은데.
"저는 청년들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가 공정하지 않아서라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청년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공정인지에 대해서도 조금은 의문이 있다.
제가 느끼기에는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공정' 자체라기보다 '예측 가능성'에 가깝다. 내가 이 정도 노력하면 이 정도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에 믿고 있던 기준이 갑자기 바뀌거나 예측했던 미래가 흔들리면 불안감이 커지고, 그것이 공정 논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저는 2030세대를 '공정의 화신'으로 규정하는 것도 과도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청년들도 결국 더 나은 삶과 기회를 원하는 세대다. 중요한 건 청년들의 감수성을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해 '이 정책은 청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살펴볼 수 있는 센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당과 정부 안에 더 많아지는 것이라고 본다."
Q. 민주당이 청년층의 지지를 꾸준히 얻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청년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결국 부동산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부동산은 대통령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단번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은 단순히 집값 문제가 아니라 주거와 일자리, 문화·여가 인프라까지 모두 연결돼 있다. 과거에는 지역에도 안정적인 제조업 일자리가 있었고, 청년들이 지역에서 취업하고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삶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지역에서 가정을 꾸리고 정착하는 구조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청년 문제를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국토균형성장과 지방주도성장 기조가 그 해법에 가장 가깝다고 본다. 수도권은 높은 주거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지방은 일자리와 관계망이 부족해 청년들이 떠나는 구조다. 교육과 첫 취업, 결혼과 가정 형성 단계마다 타지로 이동해야 하는 현실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거점대학 육성이나 지방 성장 프로젝트도 결국 같은 방향에 있다. 청년 정책만 따로 떼어내 접근하기보다 균형성장과 지방 경제 활성화를 통해 지역에서도 충분히 일하고, 살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청년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성과가 쌓인다면 굳이 '청년 정책'을 강조하지 않아도 청년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