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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모이고 거리에서 외쳤다…2030 정치가 달라졌다 [Now 2.30]

김주혜 기자 (jhaefthr@dailian.co.kr)
입력 2026.07.24 07:00
수정 2026.07.24 07:00

거리보다 스마트폰에서 시작되는 청년들의 의사 표출

참정권·공정 침해엔 오프라인 결합형 행동으로 전환

무당층 증가는 정당 신뢰 부재 아닌 '정치적 소외'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정치에 그렇게 깊이 몰두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취업이나 집값, 세금 같은 문제는 결국 제 삶과 연결돼 있잖아요. 온라인에서 기사나 게시글을 공유하고 댓글을 남기는 것도 정치 참여라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인 권리나 공정성이 흔들린다고 느껴지면 직접 거리로 나갈 수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박지훈(31·가명) 씨는 평소 포털 뉴스와 유튜브를 통해 정치 이슈를 접한다. 박 씨의 사례처럼 2030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멀어진 것이 아니라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 세대다. 과거 민주화 세대가 거리와 조직, 이념과 거대담론을 중심으로 결집했다면, 지금의 청년들은 온라인과 일상, 개인의 삶과 권리, 공정성을 중심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30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정치를 바라보는 개념 자체가 다른 것"이라며 "이념보다 자신의 삶과 직결된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정치를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거리보다 스마트폰에서 시작되는 정치


국민대 김수정, 이화여대 오지현·최샛별 연구진은 사회과학연구논총에 발표한 논문 '청년세대의 정치: 정치의 주변화인가 새로운 정치의 등장인가'에서 청년 정치를 '정치의 주변화'가 아닌 새로운 정치 참여 방식의 등장으로 진단했다.


지금 청년들에게 정치의 출발점은 오프라인 광장보다 디지털 공간에 가깝다. 뉴스 댓글을 달고, 게시글을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누르고, 온라인 청원과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하는 일상적인 활동도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받아들인다.


김수정·오지현·최샛별 연구진은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감소한 것이 아니라 일상과 온라인 영역으로 확장됐다고 분석했다. 과거 세대의 광장이 물리적 공간이었다면 현재 청년들의 광장은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갔고, 온라인에서 형성된 문제의식은 특정 계기를 만나면 거리 행동으로 이어지는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정치 의식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며 "SNS 이용 여부보다 그 안에서 어떤 요구와 분노를 표출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충북대 이해진 연구자는 한국사회학회를 통해 발표한 논문 '촛불 사회운동과 청년 참여자들의 정치적 주체화'에서 2008년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을 장기간 추적한 결과, 당시 경험이 정치적 권리를 가진 시민이라는 인식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청년들의 정치는 온라인에서 의견을 모아 오프라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효율적 방식을 띠며(김수정 외), 특정 사안에 참여했던 경험은 이들의 생애 전반에 걸쳐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굳건한 출발점(이해진)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거대담론보다 삶·공정·권리


참여 공간이 바뀐 만큼 정치적 관심사도 달라졌다. 거대담론보다 취업과 주거, 경제, 세금, 젠더, 노동, 참정권 등 자신의 삶과 직접 맞닿은 의제가 중심에 놓인다. 특정 정당을 지속적으로 지지하기보다 사안별 정책과 대응을 보고 판단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김수정·오지현·최샛별 연구진은 청년층의 관심사가 단절화·파편화·다양화되면서 개인의 상황에 따라 특정 의제에 선택적으로 참여한다고 분석했다. 취업과 생존 부담으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전통적인 정치 참여가 어려워진 현실에서 온라인 참여가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 역시 "기존 4050세대가 비교적 이념과 집단적 이해를 중심으로 정치를 바라봤다면, 2030세대는 자신의 삶과 직결된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정치를 판단한다"며 "그 개인적 이해의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가 공정"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란은 청년층이 '공정' 문제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취업 경쟁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청년층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고 공정이 정치적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줬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조사 중인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개표소를 찾은 가운데 출입문을 가로막은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 표만큼은 공정할 줄 알았는데"…권리 흔들리자 거리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청년들의 정치 참여는 자신들의 핵심 권리가 침해됐다고 느끼는 순간 거리 행동으로 이어진다.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참정권 시위 초기에 청년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어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층이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계층 이동성 저하를 체감하는 상황에서 참정권만큼은 공정한 영역으로 여겨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장 교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참정권만큼은 평등하고 공정한 영역이라고 믿었는데, 투표용지 부족 등 그 부분까지 문제가 생기면서 분노가 촉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지훈 씨 역시 "모든 정치 이슈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권리나 공정과 관련된 문제라면 직접 거리로 나갈 수 있다"며 "온라인이 빠르지만 중요한 사안은 오프라인 행동까지 이어질 때 영향력이 커진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청년 정치는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형성된 문제의식이 중대한 권리 침해를 계기로 거리 행동으로 이어지는 '결합형 참여'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무당층은 무관심보다 '정치적 소외'


최근에도 무당층 증가 흐름이 이어졌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9~1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 무당층은 8.2%로 전주보다 1.7%포인트 증가했다.


성균관대 조원빈 교수는 철학문화연구소를 통해 발표한 칼럼 '한국 사회 MZ세대와 정치 참여'에서 2030세대의 높은 무당층 비율을 단순한 정치 혐오나 무관심이 아니라 자신들을 대변할 정당을 찾지 못한 결과로 해석했다.


장승진 교수도 "청년의 상태를 정치 무관심보다 정치적 소외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기성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대변해 줄 세력이나 정당을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교수는 집단적 이해와 이념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정당 구조가 개별화된 청년층의 요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김민재(22·가명) 씨는 "정치는 필요한데 어느 정당도 제 이야기를 제대로 대변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며 "그래서 특정 정당을 꾸준히 지지하기보다는 사안마다 판단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청년 무당층은 정치를 포기한 집단이라기보다 정당에 대한 소속감은 낮지만 특정 의제에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유동적인 정치 참여층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달라진 청년 정치, 바뀌지 않은 정치권


청년 정치의 문법은 이미 정당과 이념 중심에서 의제와 권리 중심으로 바뀌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청년 후보 배치나 단기 정책 제시 등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교수는 "청년 후보 몇 명을 내세우거나 지원금을 조금 주는 방식만으로는 청년들의 소외감을 해소할 수 없다"며 "청년들이 왜 소외감을 느끼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진지하게 듣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짚었다.


신 교수 역시 "정치권이 불공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청년 대상 정책만 내놓는다고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며 정치 과정 전반의 공정성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청년 공천 비율을 늘리거나 지원 정책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대표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청년들이 실제로 반응하는 취업과 주거, 경제, 참정권 등 삶과 직결된 의제를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하고 정치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다는 신뢰를 보여줄 때 청년들의 참여도 더욱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김주혜 기자 (jhaefth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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