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호투표냐 결선투표냐'…민주당, 전대 룰 놓고 친명·친청 정면충돌
입력 2026.07.10 06:00
수정 2026.07.10 06:00
친명 "당 개혁 전통" vs 친청 "당헌·당규 위반"
전대 주도권 둘러싼 계파 경쟁으로 확전
전준위는 선호투표 유지…최고위 판단에 관심
(왼쪽부터)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권주자인 정청래 전 대표, 김민석 전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방식을 둘러싸고 친이재명계와 친정청래계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결선투표 대신 선호투표제를 의결했지만, 친청계가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반발하면서 최고위원회 판단으로 넘어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공방이 단순한 투표 방식 논란을 넘어 전당대회 주도권을 둘러싼 계파 경쟁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전준위는 당대표 선출 방식을 선호투표제로 결정했다. 선호투표는 유권자가 후보를 1·2·3순위까지 한 번에 기표한 뒤, 1순위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순위, 3순위 표를 순차적으로 합산해 최종 당선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발표 직후 당내에서는 당헌·당규 위반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민주당 당헌 제25조는 당대표를 과반 득표자로 선출하도록 하면서 '이를 위한 결선투표 실시 등 구체적인 사항은 당규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규 제66조도 결선투표 실시의 구체적인 방법을 전준위가 정하도록 하고 있다.
친청계는 이를 근거로 선호투표와 결선투표는 서로 다른 제도인 만큼 당헌 개정 없이 선호투표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청계인 이성윤 최고위원은 전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준위가 권한 없이 당헌·당규를 무시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문정복 최고위원도 "선호투표 적용은 당헌·당규 위반 소지가 있다"며 최고위원회 차원의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승래 전 사무총장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에 "선호투표를 시행하려면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한다"며 "유불리를 떠나 합의된 절차에 따라 전당대회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전준위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던 정청래 전 대표도 입장을 선회했다. 정 전 대표는 "당헌·당규를 위반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 당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잘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친명계는 선호투표제가 민주당의 정치개혁 전통에 부합하는 제도라며 맞서고 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송영길 의원 측은 9일 "선호투표제를 흔들지 말라"며 "선호투표제가 처음 도입한 것은 노무현을 만들어낸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다. 선호투표제는 민주당만이 간직해온 개혁적이면서 선진적인 제도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간이 흘러 잊혀졌던 선호투표를 다시 살린 것도 이재명 대통령"이라며 "유불리에 따라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꾸며 선호투표를 흔드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최고위원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사당화는 안 된다"며 "당대표를 과반 득표로 선출한다는 원칙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선호투표는 이를 실현하는 민주적인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친청계 박규환 최고위원은 "선호투표는 결선투표의 한 방법이 아니라 전혀 다른 제도"라며 "당헌·당규를 거스르면서까지 이를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선호투표는 중간 개표 결과를 공개할 수 없는 방식이어서 지역별 순회경선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 전 사무총장도 재차 "이번 전당대회에 선호투표제를 도입하려면 당규를 개정해야 한다는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선호투표제를 도입하려면 당규 개정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해소하면 된다"며 "당권주자들 서로 간의 유불리를 둘러싼 다툼이나 기 싸움이 아니라 당헌·당규의 체계에 맞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전준위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전준위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준위 내부에서는 당헌·당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선호투표제 자체에 대해 전준위 내 이의를 제기한 위원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당헌·당규 해석 권한은 당무위원회에 있고, 현재 안건은 최고위원회에 계류 중인 만큼 최고위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며 "최고위가 부결하면 전준위에서 다시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의 배경에 전당대회 판세를 둘러싼 정치적 셈법도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선호투표가 적용될 경우 정 전 대표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송영길 의원 등 친명계 후보들에게 2·3순위 표가 집중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결선투표가 실시되면 1·2위 후보 간 별도 선거를 치르게 돼 선거 전략과 표심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투표 방식 논쟁을 넘어 전당대회 주도권을 둘러싼 계파 간 힘겨루기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 룰 논란은 표면적인 쟁점일 뿐 결국 누가 전당대회의 유리한 지형을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경쟁"이라며 "최고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논란이 일단락될 수도 있지만, 후보 등록이 임박한 만큼 계파 간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