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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잡히는 가계부채, 대출만 억누르면 끝인가 [기자수첩-금융]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7.10 07:08
수정 2026.07.10 07:08

대출 반토막 청천벽력에 실수요자 패닉

가계대출 늘자 결국 서민 책임 전가

손바닥 뒤집듯 고무줄 규제에 불만 ↑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상담창구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KB국민은행이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기 위한 금융권의 '고육지책'이라지만, 시장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기습 처방에 당장 잔금을 치러야 하거나 이사를 앞둔 실수요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대출 절벽이 국민은행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은행은 이달 1일부터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모기지보험(MCI·MCG) 신규 가입을 제한한 데 이어 다음 달 실행 예정인 대출모집인 채널의 주택담보대출 접수마저 지난 2일부로 중단했다.


신한은행 역시 이달 배정된 가계대출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신청 접수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창구를 걸어 잠그면서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은행 창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한 금융 소비자는 "더 좋은 집으로 갈아타려고 새집을 매매했는데, 기존 집을 팔려고 내놔도 다른 사람들 대출이 꽉 막히는 바람에 집이 도무지 팔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상급지 갈아타기의 선순환 고리가 규제 한 방에 끊겨버렸다.


미래를 그렸던 이들의 평범한 계획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직장인 A씨는 "내년 초에 4억원 대출을 받아 이사하려던 계획이 완전히 망가졌다"며 허탈해했다.


더 심각한 건 당장 입주를 코앞에 둔 이들이다.


한 30대 차주는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계약하고 잔금을 앞두고 있는데, 갑자기 대출이 닫혀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투기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갓 태어난 신생아도 있는데 이제 와서 어떡하라는 말이냐"고 우려를 표했다.


상반기부터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밀려 가계대출 문턱을 높여왔다.


대출 금리를 기습 인상하고 조건부 대출을 제한하는 등 규제의 칼을 계속 휘둘렀음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자, 결국 이번에 대출 한도를 반토막 내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당국의 압박이 거세질 때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금리를 기습 인상하거나, 조건부 대출을 제한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일관해 왔다.


국민은행의 이번 조치 역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수치 맞추기 압박에 등 떠밀린 눈치보기식 결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고무줄 규제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린 셈이다.


가계부채 관리는 국가 경제의 건전성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부채의 체질 개선이 아닌 단순히 공급을 옥죄는 '총량 규제' 방식은 언제나 엉뚱한 곳에 상처를 남긴다.


지금의 규제 방식은 투기 세력을 잡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안고 내 집 마련 꿈을 키우던 평범한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무참히 부수고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시장의 비명을 외면한다면 역설적으로 가계부채 안정이라는 정책적 명분마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손바닥 뒤집듯 대출을 막는 대책보다 실수요자를 보호할 일관된 대책이 시급하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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