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대 고공행진…신현송 총재가 내놓은 해법은?
입력 2026.07.09 16:28
수정 2026.07.10 09:16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 환율에
여야 의원들 안정 대책 집중 질의
신 총재 "현재 외화 유동성은 양호"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상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 첫 업무보고에서 환율 안정을 위해 장기적인 기초 경제 체력과 외환시장의 구조적 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시장 수급이나 금리 인상 같은 최종 수단에만 의존하기보다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외환시장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9일 신현송 한은 총재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임시국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최근의 외환시장 동향을 진단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밝혔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84.56원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상반기(1493.08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5월 중순부터는 환율이 1500원대를 이어가며 2분기 평균 환율이 1501.6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날 국회에서는 고환율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우려하며 한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질의가 잇따랐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수입물가가 상승해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기업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화 가치 절상을 위해 미국 재무부와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 구체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신 총재는 "근본적으로는 현재 경상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누적되고 있다"며 "기본적인 경제 틀에서 보면 앞으로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여지가 상당히 있다"고 답변했다.
미 통화스와프에 대해서는 "중앙은행 간 협조 틀 안에서 항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상징적·심리적으로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화스와프는 주로 유동성 고갈 시 지급하는 장치인데, 현재 국내 외화 유동성은 부족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고환율 대응을 금리 인상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짚었다.
김 의원은 "미국·이란 전쟁 요인을 제외하면 외환시장의 자금 수요·공급 질서를 조금만 바꿔도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요인이 많다"며 금리 인상 전에 당국이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 총재 역시 이에 동의하며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완화할 구조적 대책이 있다면 당연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중앙은행과 정부 기관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했다.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한은은 반도체 경기 호조 등으로 성장세가 견조하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유가 상승과 고환율의 비용 충격 여파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상당 기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신 총재는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통화정책 방향을 재차 확인했다.
동시에 한은은 외환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현재 외환 당국은 이달 중 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원화 국제화' 로드맵과 연계해 외환·자본시장 선진화를 추진 중이다.
원화 국제화는 한국 원화를 규제통화에서 외환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하고 결제에 활용할 수 있는 '자유교환통화'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은은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구축 등 핵심 인프라 마련을 담당하게 된다.
신 총재는 한은 창립기념식에서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구축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모니터링이 어려운 역외 선물환(NDF) 거래 수요를 역내로 흡수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장이 개방될 경우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역외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외환시장의 펀더멘탈을 강화하는 것이 환율 안정의 근본적 해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적인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원화 가 대외 충격에 견디는 체력을 키워야 한다"며 "시장 개방 초기 발생할 수 있는 변동성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